▲ 서대남 편집위원
수년 전의 일이다.
70년대의 어려운 해운 여건하에서 창업을 했고 각종 규제가 심하던 시절이라 필자 수행 업무와 관련, 얽히고 설킨 인연으로 시작해서 막역한 사이로 발전하여 친구처럼 지내던 S해운의 P사장이 오랜만에 갑자기 얼굴 함 보자고 전화를 했다.
​기억컨데 필자가 인터넷을 통해 아마 '언제 한번'은 캘린더에 없는 날'이란 제하의
낙서삼아 올린 에세이 글을 보고 꼭 자기에게 쓴 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이참에 함 보고도 싶어 연락을 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사실 필자는 이 나이까지 살면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인연이고 또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예고없이 누구와 지나치며 만나거나 혹은 안부로나 업무상 전화를 끝내고 난 다음에 우리에게 체질화된 뻔한 거짓 립서비스로 건네는 인사들을 곰곰히 생각해 본다.
지금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으면서 또 언제 무슨 다른 만남을 예약하는 걸까?

"언제 한 번 저녁이나 함께 합시다."
"언제 한 번 차(술)나 한잔 합시다."
"언제 한 번 조용히 만납시다."
하거나 또는 똑 같은 유사 짝퉁 케이스이지만

​"언제 한 번 모시겠습니다."
"언제 한 번 찾아 뵙겠습니다."
"언제 한 번 다시 오겠습니다."
"언제 한 번 연락드리겠습니다."

라고 한다면 서로의 친소관계나 여타 관계를 따져보고 으레 그러려니 하는 사이라면 몰라도
진짜로 언제 한번 만나거나 식사라도 함 하거나 아님 대포라도 한잔 나눠야 할 사이라면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단연코 내쪽에서 한마디 건넨다.

"아니 우리 이미 여기서 지금 이렇게 만나고 있으니 지금 당장!" 이라거나
"언제가 언제요? 아무리 눈씻고 달력을 찾아봐도 "언제"라는 날자는 없는데요?" 로 농담을 하거나 좀 더 막역한 사이라면 서슴치 않고
"그냥 인사치례로 하는거요 아님 진짜요?"
"괜한 인사가 아님 지금 즉시 날자를 정합시다"
하고 되물으며 상대방 의중을 떠 보고 상대방의 불편한 진실을 확인한다.

"언제고 한번"은 어색한 시추에이션을 요령껏 넘기는
참 편리한 임시변통의 인사치레이긴 하지만
만나자는 약속이나 언약을 이같이 상투적으로
또는 관습적으로 어물대는 방법은 필자는 단연코 배척한다.

그래서 필자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마침 당장 오늘 저녁 시간 있는데요"
"다음 화요일이나 목요일 점심이나 저녁 모두 가능한데요"
"몇 월 몇 일 목요일 저녁은 마침 약속이 없는데요"

"이왕 얘기가 나온김에 '몇 월 몇 일'로 합시다"
로 거의 딱 부러지게 일방적으로 제안해서
즉석 회답을 받아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예 허튼 인사치레 여부를 만난 자리에서 직접 판단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우리들에게 버릇처럼 된 말
"언제 한번"은 약속을 귀중하게 여기며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할 현대사회에서
"몇 월, 몇 일, 몇 시, 어디서"로 반드시 바꿔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맘에도 없는 관습적인 막연한 약속 대신에
차라리 실질적인 인사나 예절이 되는 버전으로 바꿔
"가겠습니다. 선생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내년 이 행사때에 다시 여기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서로가 바쁘니 늘 마음속 생각하는 것으로 만남을 대신함세. 친구야!"
"우리 친구자녀 혼례나 다음 동창모임 때 다시 보자꾸나" 로 하고
서로 지나며 마주치거나 악수를 하면서 또는 메일엔딩으로
또는 전화후에 으레 하는 "언제 한번"은 이젠 정말 그만 했으면 한다.

도대체 오늘도 우리는 하루 일과를 보내면서
또 몇 번이나 이런 식의 인사를 했는지 모르지만
"언제 한번"은 대화 당사자 서로도 언제인지를 모르는 날자이지 않는가.
서로가 언제인지를 모르면서 어떻게 만날 수가 있단 말인가?

누구에게나 이 "언제나"는 영원히 오지 않는 허황한 시간이다.
만년 일력에도 그 어느 캘린더에도 '언제 한번'이란 날은 없기 때문이다.
당장 "오늘 저녁이 어떻겠느냐?"고 물어 보십시오.
가급적이면 약속의 "언제 어디서"를 하나로 묶어서
"몇 월 몇 일, 무슨 요일 오전(후) 몇 시 어느 찻집 또는 어느 음식점인지
상대방과의 만남여부를 확인후 수첩에 메모를 하십시오.

이래 저래 만나는 사람이 많은 필자는 가끔 "언제 한번"을 들을 때마다
이친구 "언제 한번"은 몇년 전부터 벌써 이번이 몇 번째인지를
생각하며 속으로 또 거짓 약속을 하는구나 하고 웃음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필자가 말한 "언제 한번"을 기억하고 연락을 취해오는 경우면
놀라며 기다렸단 듯이 즉시 실천가능 정확한 약속을 내쪽에서 다시 확인한다.
세상살며 진짜로 진심과 성의를 가지고 건네는 인사라치레라면
"언제 한번"으로 하지 않고 "몇 날 몇 시 어데서"로 하는게 당연하다.

서로가 그립고 보고프고 한번은 기꺼이 만나야 할 친구나 지인이라
이해관계 없이 담소하며 조촐하게 소찬의 식사한끼를 위하거나
그리고 웃으며 나누는 부담없는 술 한잔의 약속을 진심으로 원한다면
만나거나 통화하는 그 순간 "언제 한번"을 구체적으로 명확히 해야하지 않을까다.

<서대남(徐大男) 편집위원>

 

 

 

저작권자 © 쉬핑뉴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