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대남 편집위원
나이가 든 탓인지 이젠 각박한 소용돌이 속의 빠른 템포보다 천천히 시간이 흐르는 곳,  순간을 놓쳐도 한 박자 쉰 후 다시 만날 수 있는, 이를테면 한때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던 느림의 미학에서 비롯한 것으로 추측되는 '슬로우 시티(Slow City)' 같은 운동에 관심이 높아졌다. 엎어진 김에 잠시나마 쉬어갈 여유조차 없는 철부지급(轍鮒之急)이 오늘날 디지털 시대이고 차분히 읽던 활자매체 신문이 초스피드로 스쳐가는 영상매체에 압도당하는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아날로그(Analog)'를 제치고 디지털 물결이 온통 세상을 휩쓸기 시작하면서 지구촌에급속히 불어온 광풍은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이니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에'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 하며 또 '3D 프린터(3D Printer)'가 등장하고 '제4차산업혁명(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과 동시에 '제6차산업혁명(The Sixth Industrial Revolution)'까지 임박해 필자같은 아날로그 노인은 이들 용어 따라잡기도 어려운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

브레이크 없는 디지털 질주의 급물살 시대에 이를 따를 수 없거나 현기증을 느끼는 일부 계층은 그 옛날의 낭만과 향수에 젖은 노스탈지어의 시각에서 퇴보적 보수적으로 치부되기 십상인 아날로그 시대로의 회귀를 꿈꾸며 옛 추억을 연모하던 차 또 하나 복고조 저항의 물결이 일고 있다. 때를 같이 해서, 보도된 바에 의하면 캐나다 출신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칼럼니스트이자 비즈니스와 문화 트렌드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해온 프리랜스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색스(David Oliver Sacks)'가 출간한 저서가 근간 화제에 오르며 크게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The Revenge of Analog(아날로그의 반격)'란 출판물로 그간 디지털에 역습 당해 패주를 일삼던 아날로그, 즉, 쥐가 고양이에게 대들듯 드디어 디지털에 대한 복수전을 펴거나 반격으로 맞장뜨는 것으로 해석되는 바 이는 어쩌면 통쾌한 역전이나 반전 드라마로 발전하리란 게 필자 생각이다. 부제, 'Real Things and Why They Matter'로 부연하듯 '진짜 사물과 그들이 중요한 이유'란 진짜 사물이란 디지털화되지 않은 아날로그적 사물을 뜻하며 디지털화된 건 진짜 사물이 아니란다.

그러나 이 저서도 정보통신 기술이 아무리 첨단화되고 비약적 발전을 거듭해도 아날로그적 요소와 디지털이 적대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하는 상생의 관계를 유지하며 조화로운 공존으로 보고있다. 대세를 보이는 디지털에서 부활의 기치를 높이는 아날로그로의 변화를 색스는 이태리 밀라노의 디자인부터 미국 내슈빌의 레코드 공장까지 디지털 시대의 놀라운 반전, '아날로그의 반격' 현장을 탐험하며 다양한 리포트를 종합해 디지털 라이프의 한계와 그 바깥에 실재하는 아날로그 세계의 가능성과 미래를 여과없이 적나나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작곡을 하는 AI프로그램에 원하는 장르를 선택한 뒤 음악의 분위기와 깊이를 설정하면 매번 다른 음악이 작곡되는 현실에서 아날로그 부활 혹은 반격의 한 사례로 플라스틱 LP(Long Playing)의 열풍이 손꼽힌다. 결론적으로 최근 수십년간 디지털이 대세로 번진 건 공급자와 수요자 간 호흡이 잘 맞았기 때문이지만 모든 수요자가 이를 반기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빠른 디지털화도, 아날로그 반격도 그 주체는 인간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두고 볼 일.

한편 필자는 이같이 앞서가고 반격하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변화를 활자 매체 신문의 전파 매체 방송에 대한 반격, 이를 후손들의 교육에 어떻게 접목시켜 활용할 것인가를 자주 생각해 왔다. 영상매체에 대한 메시지는 순간적으로 그 이미지에 대한 감각적인 반응이 수동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경제적이라 영상매체는 활자 매체나 간행물이 갖지 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교육방송, 방통대학 등을 통해 교육기능을 다하고 있지만 이는 필연적으로 순간적이고 단편적이므로 메시지의 전달은 피상적이란 약점을 가지게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회기능적 역할이 막대한 대중매체 신문은 고유의 전통적인 뉴스전달 기능 외에 교재와 교육기능의 폭을 넓혀감은 물론 그 효과가 괄목할 경지에 이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히 세상 돌아가는 일이 궁금하거나 심심풀이로 보고 읽는 신문이 아니라 이젠 당당히 교과서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더욱 높여가는 차원으로 각광받을만 하다는 논리다.
이미 이는 오래전부터 시행되고 있는 'NIE(Newspaper in Education), 즉 신문을 교재 또는 보조 교재로 활용, 학생들의 지적 성장을 도모하고 학습효과를 높이는 교육수단으로 활용되기 때문.

1930년대 미국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가 신문을 교실에 배포하여 처음 시작한 이후 청소년의 문자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학교 수업에 신문 활용의 중요성이 부각되자 1958년 '미국 신문발행인협회(ANPA)'가 NIE의 전신인 'NIC(Newspaper in the Classroom)'를 주도하면서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인쇄나 출판매체는 신문, 책, 잡지 등 엄청나게 많은 종류가 있기 때문에 메시지 즉 내용면에서 어떠한 내용이든 담아낼 수가 있어 방송, 영화 등의 매체가 갖는 시간 부족, 사회적 제약으로 다루지 못하는 내용들도 담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독자가 수퍼마킷에서 필요한거나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듯 자기가 원하는 매체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으며 방송매체는 시간을 놓치면 다시 보기 어렵지만 출판매체는 독자가 원하면 얼마든지 볼 수도 있고 다른 사람과 함께 돌려 볼 수도 있다는 장점을 NIE교육을 통해 부각시킬 수 있어 활자매체의 입지를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게 필자의 소신이다. 한편 정확도와 깊이가 있다는 점에서는 앞서지만 정보의 중요한 요소인 신속성이나 속보성에서 스위치만 켜면 접촉이 가능한 전파 매체에 비해 독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이 복잡한 단점은 있다.

디지털의 반격, 전파에 압도당하는 활자매체 신문을 통한 NIE의 이미 검증된 교육효과로는 (1)종합적 사고 및 학습능력 향상 (2)독해 및 쓰기 능력 향상 (3)논리성과 비판력 증진 (4)창의력 증진 (5)문제해결 및 의사결정 능력 배양 (6)올바른 인성 함양 (7)민주 시민의식 고취 (8)공동체에 대한 관심 및 적응능력 제고 (9)정보 자료의 검색 분석 종합 활용능력 제고 (10)언론 출판의 자유에 대한 인식 제고 등을 들 수 있고 오래 전부터 국내 유수 일간지들은 이에 앞장서고 있다. 읽기를 멈추면 정신이 황폐화 된다니 희망의 노트북 신문이 후손 교육에 도움이 됐음 좋겠다.


<서대남(徐大男)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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