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     석

1. 대상판결 :  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7다50649 판결

2. 사실관계

(1) 피고는 송하인인 **물산으로부터 **물산 재팬에 수출하는 열연/내연 강판코일(이하 “이사건 화물”이라 한다.)을 한국 포항항에서 일본 오다이바항으로 운송하여 달라는 의뢰를 받고, 2003. 11. 30. 이 사건 화물을 인도받아 웰시포스호에 선적한 다음 이 사건 각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2) 한편, 이 사건 각 선하증권에는 “Freight & Charge”란에 “F.I.O. basis”라고 기재되어 있으며, 이 사건 화물들에 대한 적부 및 고박작업은 송하인 측에서 비용을 들여 그 지시에 따라 주식회사 동방을 통해 이루어졌다.

(3) 웰시포스호는 2003. 11. 30. 포항항에서 일본 동경을 향하여 출발하여 2003. 12. 2. 일본 오사카항에 일시 정박하였다가 다시 출항하여 2003. 12. 5. 도착지인 오다이바항에 도착한 후 이 사건 화물의 일부가 손상된 사실이 밝혀져 같은 날 운송인인 피고에게 서면통지가 되었고, 2003. 12. 8. 이 사건 화물에 대한 검정조사와 함께 양하작업이 시행되어 이 사건 화물은 수하인인 **물산 재팬에게 인도되었다.

(4) 적부된 이 사건 화물은 강철 버팀테들로 묶여 있었지만, 목재 또는 목재 의자들로 괴여 있지 않고, 빈 공간들이 라인들 사이에 남아 있었으며, 이러한 적부 작업상의 과실로 인해 운송중 화물들이 회전하고 이동하여 적재물이 무너지면서 이 사건 화물 중 일부가 손상된 것이다.

(5) 한편, 수하인은 이 사건 화물에 관하여 보험자인 원고와 사이에 해상적하보험을 체결한 바 있어, 원고에게 이 사건 화물의 손상사고에 대한 보험금 청구를 하였고, 원고는 2004. 6. 28. 수하인에게 일본화 5,787,097엔을 지급하였다.

3. 원심 법원의 판단

가.  통상 학계 및 업계에서 F.I.O.특약을 칭하면서 선적, 양하뿐만 아니라 적부도 포함하여 개념을 사용, 정의하기도 하고, 운송물을 지상에서 본선으로 선적 및 적부하는 작업이 엄격하게 구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닌 일련의 연속되는 행위로서, 선적의 개념에는 화물을 정돈하여 효율적으로 선박에 실을 의무가 포함될 수 있는 것이며, F.I.O.S.T.특약에서 T는 trimming의 약자로서 농산물이나 광산물을 선적하는 경우에 사용되므로 이 사건 화물의 경우에는 F.I.O.S.T. 특약이 적용되기 어렵고, 포스코로부터 이 사건 화물을 구매한 송하인으로서는 선적작업을 오랜기간 수행한 하역업체들을 통해 작업을 지시하는 것이 비용을 절감하고 안전한 선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 F.I.O.특약을 채택한 것인데, 이는 선적뿐만 아니라 적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며, 실제로 이 사건 화물의 적부 및 고박과 관련한 비용을 부담한 것이 아니라 운송인인 피고가 아니라 송하인이고, 1994년 젠콘 서식상의 F.I.O.조항에는 선적 및 양하뿐만 아니라 적부 및 고박을 모두 언급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F.I.O.특약은 선적 및 양하뿐만 아니라 적부와 관련한 화주의 비용부담 또는 책임소재를 약정한 것이다.

나.  F.I.O. 특약이 적부와 관련한 비용만을 화주 측이 부담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위험 및 책임 역시 화주 측이 부담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는, 선하증권 상에 이에 대한 명시적인 언급이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그 특약의 의미를 확정하는 문제는 결국 당사자의 의사, 해운실무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할 문제인바, 우리 해운실무상 단순히 F.I.O특약에 따라 체결된 운송계약에서도 화주 측이 단순히 선적, 적부 및 양하 등의 작업비용만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하역인부를 선임하여 작업을 시키고 경우에 따라 작업에 대한 지시, 감독까지 하는 것이 관행이라는 점, 젠콘서식 사용이 업계에 관행화되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단순한 F.I.O.특약만이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당사자들은 선적, 적부, 양하 등의 작업에 대한 책임까지 화주측에 이전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이고, 운송인이 스스로 행하지 아니한 선적, 적부, 양하 등의 작업에 대해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것이 근대 사법이 추구하는 과실책임의 법리에도 부합하며, F.I.O.특약은 운송인과 송수하인 사이에 운송용역제공의 조건이 아닌 그 범위를 한정함에 불과한 것으로서 상법 제788조 제1항에 규정된 운송인의 의무와 책임을 경감하는 당사자 사이의 특약을 무효로 하는 상법 제790조의 규정에 실질적으로 위반되지 아니하여 유효하므로, F.I.O.특약을 통해 적부와 관련한 비용을 송하인이 부담하기로 약정한 것이라면 이 사건 화물을 적부하는 것은 운송인의 의무가 아니라 화주측의 의무라고 봄이 타당하다

4. 대법원의 판단

선적ㆍ양륙비용 화주 부담(Free In and Out,F.I.O.)조건은 화주가 운송물의 선적과 양륙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서, 운송계약서나 선하증권에 단순히 ‘F.I.O.’라는 두문자(頭文字)만을 기재하고 선적과 양륙작업에 관한 위험과 책임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를 명시적으로 정하지 아니한 경우, 우리나라의 해상운송업계에서 단순히 F.I.O.조건에 따라 체결된 운송계약에서도 화주가 선적ㆍ양륙작업의 비용만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하역인부를 수배ㆍ고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작업에 대한 지시ㆍ감독까지하는 것이 관행인 점 등에 비추어,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화주가 비용뿐 아니라 자신의 위험과 책임 부담 아래 선적ㆍ양륙작업을 하기로 약정하였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한편, 선적ㆍ양륙비용 및 적부비용 화주 부담(Free In and Out, and Stowed, F.I.O.S.)조건은 화주가 운송물의 선적ㆍ양륙비용뿐만 아니라 적부비용까지 부담하는 조건으로서 단순한 선적ㆍ양륙비용 화주 부담(F.I.O.)조건과는 그 개념이 구별되며, 선적작업의 범위에 적부가 당연히 포함된다고는 볼 수 없고 선적작업과 적부작업이 항상 연속되는 일련의 행위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운송계약에 선적ㆍ양륙비용 화주 부담(F.I.O.)조건을 두었다고 하여 그 조항으로써 화주가 당연히 선적ㆍ양륙작업뿐만 아니라 적부작업에 관한 비용과 책임까지 부담할 것을 약정하였다고 볼 것은 아니고, 화주에게 적부작업에 관한 비용과 책임을 부담시키기 위하여는 원칙적으로 ‘선적ㆍ양륙비용 및 적부비용 화주 부담(F.I.O.S.)’라는 문언이 필요하다. 그러나 운송계약에서 단순히 선적ㆍ양륙비용 화주 부담(F.I.O.)조건만을 둔 경우라 하더라도 운송물 또는 선박의 종류, 선박의 운항 형태에 따라서는 선적작업과 적부작업의 일련의 행위로서 연속하여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 경우에 화주가 하역인 부를 수배ㆍ고용하고 그 보수를 지불하며, 나아가 선적뿐만 아니라 적부작업에 이르기까지 그 전 과정을 통제하였다면, 운송계약 당사자의 의사해석상 선적ㆍ양륙작업뿐만 아니라 적부작업에 관한 비용, 위험 및 책임까지 화주가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5. 평석

이 사건 원심 판결에서 설시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이전에는 학계 및 업계에서 F.I.O.특약에 대하여 선적, 양하뿐만 아니라 적부도 포함하는 것으로 설명하는 등 F.I.O.조건과 F.I.O.S.T.(내지는 F.I.O.S.)조건을 분리하지 않고 혼용하여 사용하여 왔었다.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양자를 구분하지 않는 원심의 논리를 대부분 배척하면서 양자가 명백히 구분되는, 그리고 구분하여야 하는 것임을 명백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선하증권에 명시되어 있는 F.I.O.조건에도 불구하고 의사해석이란 관점에서 이를 F.I.O.S.T.(내지는 F.I.O.S.)조건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았는바 이 점에 있어 다소 아쉬움이 있다고 생각된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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