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재건 5개년 계획, 기대 크지만 숙제도 많다”
국적선사들 뼈를 깎는 경영혁신 노력 선행돼야

 

 

▲ 전준수 한국해양대 석좌교수(서강대 명예교수)
장기 경기침체와 한진해운 파산이후 추락된 한국 해운산업의 새 중흥을 위해 정부당국이 팔을 걷도 나섰다. 이와관련 정부는 지난 4월 5일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한때 세계 5위의 해운강국의 위상을 지켰던 우리나라는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해운강국 지위를 잃었습니다. 한국 해운산업 매출은 2015년 39조원에서 2016년 29조원으로 10조원 감소했으며, 국적선사 보유 컨테이너 선복량은 2016년 105만TEU에서 2017년 40만TEU로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이같은 안타까운 현실을 조속히 타개키 위해 정부당국이 고심끝에 재건 계획을 발표해 관심이 매우 큽니다”
한진해운 전신인 해운공사 출신이면서 대학 강단에서 해운산업을 홍보하고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던 전준수 교수는 시기적으로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 발표는 다행이 아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준수 교수는 올해 서강대 석좌교수에서 한국해양대 석좌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서강대 명예교수를 겸하고 있지만 우선 한국 해운 전문인력의 산실인 한국해양대에서 새 강의를 맡게돼 포부가 크다. 전준수 석좌교수는 현재 현대상선 사외이사도 맡고 있다.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보면 오는 2022년까지 국적선사들이 벌어들이는 해상운임 수입을 50조원으로 잡고, 실질 소유 선대(船隊) 1억DWT, 원양 컨테이너 선복량 113만TEU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140척의 벌크선과 2만2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 1만4000TEU를 적재하고 파나마 운하를 통과해 미국 동안까지 서비스할 수 있는 원양 컨테이너선 8척을 건조할 계획입니다. 또 중견선사들이 아시아 역내 서비스를 하면서 틈새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중소형 컨테이너선도 40척 이상 건조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일단 해운사들의 필수조건인 선박 확보 지원에 적극 나설 태세입니다. 이 목표가 제대로 달성된다면 한국 해운 위상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준수 교수는 정부의 이같은 계획이 목표대로 실현되면 한국 선사들의 경쟁력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신조선 확보와 함께 국적 컨테이너선사가 참여하는 한국형 해운동맹, 한국해운연합(KSP)의 유휴 선복 교환 확대, 중복 항로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통해 아시아 신흥산업국가들의 더 많은 항구에 특화 서비스하는 신규항로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새롭게 창출되는 화물이 자연스레 우리나라 원양 컨테이너선의 항로와 연계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최종적으로 국내 정기선사들이 세계 전 지역을 서비스할 수 있는 통합 서비스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운산업에서 경쟁력 있는 선박의 확보는 필수조건이고, 화물은 충분조건이다. 특히 효율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선박을 확보하는 것은 해운 경쟁력의 근원으로 꼽힌다”며 “이번 5개년 계획의 신조선 건조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5개년 계획은 해운 연관산업인 조선, 항만, 무역, 금융 등 관련 산업생태계를 고려한 통합 시너지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더 주목된다고 밝혔다. 해운 재건은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무역과 연관된 산업 전반의 중흥과 혁신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여 척의 신조선 건조는 고사 상태인 국내 조선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는 외국 선주들을 자극해 더 많은 일감을 확보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2020년으로 예상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시행되면 운항 중인 선박의 4분의 1 정도인 15년 이상 된 노후선박의 퇴출 가능성이 높아져 만성적인 선박 공급과잉 문제가 상당히 해소될 전망이다”며 “현재도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제 해운 경기가 획기적으로 개선돼 새 선박을 갖춘 국내 선사들의 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고 전 교수는 밝혔다. 해운 강국인 유럽의 선주들도 10년 이상 지속된 해운 불황 탓에 금융지원을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5개년 계획 시행은 우리 해운사에는 큰 기회라는 지적이다.
전 교수는 이 재건 계획은 투자 재원을 차질 없이 조달할 수 있느냐가  큰 숙제라고 밝혔다.
“오는 7월 설립될 ‘해양진흥공사’를 통해 국비 3조원과 민간자본 5조원 등 총 8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며 “선주·화주·조선사가 공동으로 선박투자에 참여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상생펀드’ 설립도 준비 중이며 이는 세계무역기구( WTO)의 정부보조금 금지규정을 피하면서 시장 중심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 교수는 이와함께 국적 선사의 국내 화물 적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도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컨테이너선사들의 자국 화물 적취율은 30% 수준으로 일본에 비해 30%p 이상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국적선사들의 뼈를 깎는 경영혁신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 교수는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이 향후 한국 해운산업의 명운을 가를 수 있어 기대도 크지만 그만큼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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