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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 변호사 칼럼]브렉시트와 영국의 의회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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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2.11  17: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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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 변호사
영국의 EU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는 오는 3월 29일 발효될 예정이다. 영국이 이 기한까지 EU와의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을 마치고 합의안을 발표하지 못하면 아무런 합의 없는 EU탈퇴,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하게 된다. 문제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가 육상에서 경계를 맞대고 있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현재는 갈등이 봉합된 상태지만, '노딜 브렉시트'의 경우 아일랜드에서 20여년 전의 '피의 금요일'과 같은 유혈충돌이 언제라도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영국과 EU는 브렉시트 합의안에 백스톱(backstop, 안전장치) 조항을 삽입하였다. 이는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의 육상 국경에서 '하드 보더'(국경 통과 시 통행,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하지만, 브렉시트 강경론자 등 일부에서 백스톱 조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었고, 브렉시트 자체에 반대하는 세력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지난 달 15일 영국 하원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찬성 202, 반대 432표라는 압도적 차이로 부결시켰다. 이는 영국 의회 사상 최대 표차로 부결된 안건이라고 한다.

이에 영국 하원은 29일 각 의원들이 제출한 브렉시트 플랜B 수정안 14건을 대상으로 찬반 표결을 진행했고, 표결 결과 백스톱 조항을 다른 대안으로 교체하라는 수정안과 노딜 브렉시트를 배제하도록 한 수정안만이 의회를 통과하였다. 요점은 메이 총리가 이른 시일 내 EU와 협상을 재개해 승인투표를 재실시하되, 브렉시트 연기와 노딜 브렉시트는 안된다는 것이다. 메이 총리는 의회 의결에 따라 EU에 브렉시트 합의안의 핵심 쟁점인 '백스톱' 조항에 대한 재협상을 요청할 것이라고 한다.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승인 여부 결정은 영국 의회(하원)의 절차 내에서 진행되었으며, 그 광경은 전세계에 생중계되었다. 영국 하원 회의장은 의장석을 기준으로 여당은 오른쪽, 야당은 왼쪽에 좁은 통로만을 가운데에 두고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착석한다. 의원 정원에 비해 매우 좁은 공간이라 상당수 의원들은 서 있을 수 밖에 없다. 총리와 의원들은 의장의 주재에 따라 자유로운 토론을 이어나가면서도, 상대방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으면 대놓고 야유를 하기도 한다. 회의장 크기가 너무 작아서 자칫하면 물리적 충돌도 우려되는 구조이지만, 양쪽 의석 제일 앞줄의 빨간선을 서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이를 방지한다고 한다. 다만, 토론은 언어폭력에 가까울 정도로 치열하고 신랄하다.

거친 토론이 끝나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안건을 표결에 부치고, 표결의 결과가 도출된 후에는 그 결과가 어떠하든 승복한다. 메이 총리는 자신이 2년간의 시간 동안 만들어 의회에 제출한 합의안이 부결되었지만, 의회의 결정에 따라 다시 EU와의 재협상에 돌입하였고, 그것이 자신의 임무라 말하였다. 토론을 통한 설득, 다수결에 따른 적법한 전체 의사 형성 및 결과 승복을 통한 신속한 업무 집행은 대의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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