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화물 감소는 글로벌 이슈다

▲ 사진 출처:대한항공 홈페이지
항공 화물 물동량 회복을 위해선 IT 수요 회복이 필수적이다. 항공산업이 재편되면서 타 항공사와의 협력 강화를 위한 지분인수, JV 설립 확대 중이어서 국내 항공사도 협력 관계 확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NH투자증권 정연승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국내 항공 산업은 여객 수요 부진, 항공 화물 물동량 감소, 환율 상승의 삼중고를 경험하고 있다. 국내 대형국적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경쟁사와 달리 중장거리 여객 수요 및 High-class 수요의 견조로 여객 부문 실적은 양호했으나 비용 증가 및 화물 물동량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가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따라서 화물 물동량 및 외부 변수 개선 여부가 주가 상승 반전의 요인이다.

항공 화물은 관세청 통계(2019년 8월 누적) 기준, 물량 기준으로는 전체 물동량(수출+수입)의 0.2%에 불과하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28.3%에 달한다. 항공 화물 특성상 수송 시간이 1~2일에 불과하므로 글로벌 경기 변화에 따라 항공 화물 물동량은 민감하게 변화한다. 국내 항공 화물 물동량은 2018년 11월부터 감소세로 전환되었고, 국내 수출도 2018년 12월부터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어, 최근 국내 항공 화물 물동량 감소의 주요 원인은 국내 수출 감소라고 판단된다는 것이다.

2019년 8월 누적 기준, 인천공항 항공 화물 물동량은 전년 대비 7.0% 감소했다. 2019년 월별 항공 화물 물동량은 2017년, 2018년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 성수기 시즌에 물동량이 개선된다 하더라도 4분기 화물 물동량 역성장 지속은 불가피하며, 내년 1분기부터 기저효과를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지역별로 보면, 전 노선에서 물동량이 감소하고 있다. 일본(-17.4% y-y)과 중국(-9.9% y-y) 노선의 물동량 감소폭이 가장 크게 나타났으며 동남아 노선은 0.7%에 감소에 그쳤다.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재 물동량 감소와 중국에서 동남아로 생산기지가 이전하는 등 글로벌 교역 지형 변화가 중국 및 일본향 물동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항공사의 항공 화물 물동량은 전체 물동량 감소폭 대비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국내항공사들의 고운임 정책에 기인한다. 최근 국내 항공사의 운임도 하락하고 있으나, 여전히 FTK(화물 톤킬로미터, 중량에 화물을 곱한 수치로 화물 수요를 의미)는 하락하면서 수요 반전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제품별로 보면 올해 8월 누적 기준, 전기기기, 기계류, 정밀기기 및 부속품이 핵심 항공 화물이다(HS코드 2단위 기준으로 분류). 상위 10개 품목의 항공 화물 중 광물성 연료 부분을 제외한 전 품목의 물동량이 감소하였다. 상위 3대 품목인 전기기기(스마트폰 및 관련 부품, PCB, 반도체 등), 기계(엔진부품, IT장비), 정밀기기(렌즈, 진단기기 등)의 물동량이 각각 전년 대비 9%, 11%, 15% 감소했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전기기기 내에서는 전화기(스마트폰 포함) 및 인쇄회로, 기계류 내에서는 반도체 제조 관련 기기 등의 물동량 감소가 눈에 띈 반면, 내연 기관용 엔진 부품의 물동량이 전년 대비 24.4% 늘었다. 화학 제품의 경우 2018년 3분기 ABS, SBR 등의 화학 제품이 일시적으로 항공 수송됐으나 금년에는 수송 물량이 전무하다. 결론적으로 물동량(수입+수출) 반등을 위해선 전반적인 수요 회복이 필요하지만 특히 IT 제품 수요 회복 및 디스플레이, 반도체 생산 설비 투자 재개 등이 필요하다.

항공 화물 물동량 감소는 국내에만 국한된 이슈는 아니다. 글로벌 상위 화물 항공사인 Cathay Pacific, Lufthansa의 화물 FTK, L/F(탑재율)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IATA의 발표 자료에 의하면 2019년 5~7월 기준, 글로벌 항공 화물 FTK는 전년대비 3.8% 감소하면서 7년 만에 최저 증감률을 기록했다. 2분기(4~6월) 기준으로 전년 대비 노선별 FTK는 북미-아시아 5.8%, 아시아-유럽 2.7%, 유럽-북미 5.0%, 아시아 역내 9.7% 감소세를 기록하였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항공 화물
물동량 감소세가 단순 미중 간의 물동량 감소가 아닌 Supply Chain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아시아 역내 물동량 감소가 큰 폭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된다.

IATA에서 항공사에게 실시한 설문조사(2019년 7월) 결과, 향후 12개월 내로 화물 물동량 감소를 예상한 항공사가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운임이 하락할 것으로 보는 항공사도 더 많아졌다. 결론적으로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항공사가 증가하고 있다.

FTK 증가율은 2017년 하반기에 정점으로 둔화세로 전환됐다. FTK가 감소세로 접어든 시기는 2019년 초이다. 이미 물동량 측면에선 2017년 말 정점에 도달했으며, 2019년 들어서는 역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국내 및 글로벌 항공 화물 물동량의 핵심 선행 지표로는 글로벌 제조업 PMI를 꼽는다. 글로벌 제조업 PMI 지수와 국내 항공 화물 증감률 간의 상관관계는 0.79로 매우 높다. 글로벌 제조업 PMI 지수는 8월 기준 49.5p로 7월 49.3p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50p를 하회하고 있으며 전년 대비 6.1% 하락했다.

한편 2019년 화물기 일평균 가동 시간은 11시간으로 여전히 높다. 결론적으로 공급이 감소하지 않고 있어 항공사들의 화물 탑재율은 계속 하락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운임(부가 운임 포함) 또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특히 본격적으로 화물 물동량이 감소한 2019년 들어서는 글로벌 항공 화물 운임도 평균 15% 하락했다. 결론적으로 한국을 포함해 글로벌 항공사 전반적으로 물동량과 운임이 동반 하락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경기 부진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를 포함해 글로벌 항공 업계 경쟁 구도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유럽의 경기 둔화에 따른 여행 수요 둔화, 유류비 및 인건비 비용 증가로 인해 글로벌 항공사 전반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파산하는 항공사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들어 프랑스 저가항공사 애쥘아주르(Aigle Azur), 아이슬란드 와우(WoW)항공이 파산했으며, 영국의 최대 여행사인 토마스 쿡(Thomas Cook)도 파산을 신청했다. 여행사인 토마스 쿡의 경우, 여행 사업 외에도 자체 항공사업을 영위하고 있었으나, 본업인 패키지 여행업이 부진한 가운데 항공 사업에서 현금 유출이 지속됨에 따라 유동성 위기를 맞았고 결국 파산을 신청하고 말았다. 2018년에도 유럽의 모나크 항공, 프리메라에어, 코발트 항공 등의 소형항공사들이 파산했다.

항공 산업이 어려운 가운데에도 워렌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국 델타 항공의 지분 확대(10.9% 보유)로 최대 주주에 등극해 많은 투자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델타항공의 주가는 2019년 연초 대비 18.6% 상승하는 등 다른 항공사와 달리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NH투자증권이 판단한 델타항공의 성공 요인으로는 1) 미국 내 경기 호조에 따른 견조한 수송 실적, 2) 글로벌 주요 항공사와의 조인트벤처(JV) 또는 지분 투자를 통한 항공사 간의 연계를 강화 및 보유 노선 포트폴리오 강화로 제고하고 있는 실적 안정성을 꼽을 수 있다.

9월 27일, 델타항공은 남미의 주요 항공사인 LATAM 항공의 지분 20%를 인수하기로 발표했다. 향후 남미 시장 파트너인 LATAM 항공과의 협력을 강화해 남미 노선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계획이다. 델타항공은 멕시코 항공사인 Grupo Aeromexico, Air France-KLM, Virgin Atlantic, China Eastern에 지분을 투자했으며, 2019년에는 한진칼 지분 10% 매입을 완료했다. 추가적으로 현재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의 알이탈리아(Alitalia)의 지분 10% 매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장기적으로 실적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델타항공의 JV 또는 항공사 지분 인수 전략이 국내 항공사에게는 의미 있는 전략이라고 판단된다. 국내 항공사의 경우, Outbound(내국인 출국) 수요가 핵심 매출원이지만 이는 국내 경기 상황에 따라 변동한다. 여객 수요가 변동할 때마다 항공사들의 실적은 큰 폭으로 변화하며, 상대적으로 자체 비용 절감은 비탄력적이므로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한 항공사는 유동성 위기를 맞기도 한다.

수요 둔화 시기에는 기재 도입 및 노선 확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비용 절감 효과도 크지 않다. 오히려 수요가 생각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할 경우, 기재 확대가 악수로 작용할 수 있다. 고정비를 확대하지 않으면서 사업 영업을 해외로 확대, Inbound(외국인 방문) 수요 또는 해외에서 창출하는
매출을 높여야만 실적 안정성 및 중장기 사업 영속성을 제고할 수 있다. 국내 항공사 입장에서 해외에 직접 진출하기에는 리스크 요인이 크지만, 주요 항공사와의 JV나 지분 투자 시 고정비 증가 리스크를 제한하면서도 해외 사업 확대, 노선간의 협력을 통한 탑승률 제고가 가능하다. 물론 좋은 협력사를 찾아야 하는 리스크는 존재한다.

국내에도 좋은 사례가 있다. 2018년 델타항공과 대한항공이 미주 노선에 대해 JV를 설립한 이후, 미주 노선의 ASK(공급), RPK(수요), Yield(운임)가 동반 증가하고 있다. 국내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노선과 차별화되는 결과이다.
또 델타항공과 대한항공이 상호 영업을 강화하면서 비용도 절감하고 있다. 최근 진에어 또한 지난 7월 델타항공과의 인터라인(복수의 항공사가 각각 운항하는 노선을 하나의 티켓으로 연계 판매하는 제휴 방식) 협정을 체결한 바 있으며, 9월부터 운항을 시작해 노선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계획이다.

국내의 경우 기존 대형국적사 2사, 저가항공사 6사 외에도 신규 항공사 3사가 증가함에 따라 경쟁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여객 수요가 2019년 들어 이미 둔화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공급이 증가해 업계 전반의 이익 창출이 어렵다. 이를 뛰어넘기 위해선 해외 진출 노력이 필요하며, 조인트벤처(JV) 또는 항공사 지분 인수를 통한 항공사 간의 협력 강화, 노선 포트폴리오 강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정연승 애널리스트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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