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     석

1. 대상판결 :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1다66314 판결

2. 사실관계

가. 원고는 부산항 내로 접안하는 선박들의 컨테이너 화물의 하역, 보관, 운송업 을 영위하는 법인으로서, 1995. 12.경 소외 한국컨테이너부두운영공단으로부터 위 공단이 부산지방해운항만청으로부터 무상임차한 자성대 컨테이너부두 및 기능시설(이하 '이 사건 부두'이라 한다)을 전대받아, 이 사건 부두의 모든 재산에 대한 보존, 관리의무를 지고, 전대차계약이 만료되거나 해약된 경우에는 전대받은 재산을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반환할 의무를 지고, 전대한 시설과 장비의 파손, 멸실 등의 사유가 발생하였을 경우에는 부산지방해운항만청이나 한국컨테이너부두운영공단의 지시에 따른 조치를 이행할 의무를 지고 있다.

나. 피고는 컨테이너 전용선인 세븐 시즈 체리어트호(seven seas chariot, 총톤수 30,655톤, 전장 219m, 디젤기관 36,000마력, 선령 약 22년, 선적능력 1,554teu, 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를 소유하며 해상운송업에 종사하는 파나마국 법인이다.

다. 이 사건 선박이 1996. 2. 11. 15:55경 453teu의 컨테이너를 적재하고 인천항을 출발하여 1996. 2. 12. 14:35경 부산항에 도착한 후 부산지방해운항만청 관제실로부터 이 사건 부두 1번 선석(부두를 등지고 정면의 바다를 향할 때 우측 맨 끝에 위치하고 있는 선석이고, 이하에서 표시하는 좌ㆍ우의 방향도 위와 같다)에 접안하라는 선석배정통보를 받고 9.6노트의 미속으로 항진하여 같은 날 17:10경 오륙도측 외항 방파제로부터 약 0.8마일 거리까지 접근하여 부산항의 도선사인 소외 강두옥을 승선시켰는데, 위 강두옥이 이 사건 선박을 조선ㆍ지휘하기 시작하여 1번 항로를 따라 9.6노트의 속력으로 진행하다가 17:15경 오륙도방파제를 통과하고, 17:30경 이 사건 부두로부터 1,600m정도 떨어진 지점인 내항방파제 입구를 통과한 후, 17:33경 소외 주식회사 쌍용해운 소속 4,693톤급 탁양호가 부산항을 출항하기 위하여 제4부두 제46번 선석을 후진 자세로 이 사건 선박쪽으로 진행해오자 위 탁양호가 이 사건 선박의 좌현쪽으로 빠져 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17:34경 부두로부터 600m의 지점에서 양 선박의 항과거리를 넓힐 목적으로 극우전타한 후 17:35경 이 사건 선박의 선수 우현에 출력 2,600마력의 예인선인 선진202호를, 선미 우현에 출력 2,600마력의 예인선인 고려1호를 각 예인줄로 잡았으나, 17:36경 이 사건 선박이 부두로부터 불과 약 200m 정도의 가까운 거리에 접근하였을 때에야 비로소 위험을 느끼고 급히 주기관정지를 명하면서 극미속후진, 미속후진, 전속후진을 연속 단행하고, 예인선인 고려1호에 전속전진, 선진2호에 전속후진을 명하였으나 전진타력을 잡지 못하고 선수가 진방위 353도를 가리킬 때 선수로 위 1번 선석 중 오른쪽 끝에서 왼쪽 방향으로 약 230m 지점과 선미교각 40도 정도의 교각을 이루면서 약 5노트의 속력으로 충돌하였다.

라. 이 사건 사고로 이 사건 선박의 선수 아랫 부분이 부두의 안벽과 충돌하고, 선수와 선수좌현 상단 부분이 부두에 설치되어 있던 112번 이 사건 크레인(gantry crane : 소유자 부산지방해운항만청, 중량 487t, 인양능력 30.5t, 처리능력 25 - 35 teu/시간, 제작시기 1978. 9., 이하 '이 사건 크레인'이라 한다)의 오른쪽 다리 부분을 들이받아 이 사건 크레인이 야적장 쪽으로 전복되면서 완전 파손되었고, 또한 이 사건 크레인이 넘어지면서 야적장에 있던 원고 소유의 야드 샤시(yard chassis) 1대와 이 사건 선박에 선적하기 위하여 대기중이던 40피트 컨테이너 5개를 파손시켰다.

마.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1번 선석(길이 320m)에는 이 사건 크레인을 포함한 2기의 크레인이 있었는데 위 1번 선석의 우측 끝에서 좌측 방향으로 약 160m쯤 지점에 다른 1기의 크레인이, 약 230m 지점에 이 사건 크레인이 각 위치하고 있었는데, 이 사건 선박(길이 219m)은 1번 선석의 중앙을 기준으로 우측에서 좌측 방향으로 접안하여 정박할 계획이었는데 위와 같은 항해 실수로 1번 선석의 중앙보다 좌측으로 70m쯤 벗어난 지점으로 선미교각 40도 정도의 교각을 이루면서 선수를 진입하여 충돌하였다.

3. 원심의 판단

가. 이 사건 사고는 위 강두옥이 도선사로서 이 사건 선박과 같은 대형선박을 강제도선구역인 부산 자성대 부두 제1번 선석에 접안시키는 경우 부산항 내항방파제에서 부두까지의 거리가 불과 1,600m 정도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항내 통행 선박과의 충돌위험을 감안하여 내항방파제 통과시부터 주기관을 정지하여 최소한의 전진타력만으로 접안각도 15도정도의 예각으로 부두의 우측에서 좌측으로 선수를 진입하여 부두에 접근하여야 하고, 부두 앞에서 선체의 진행을 완전히 멈춘 다음 예인선을 이용하여 부두와 선체가 평형을 유지하도록 하면서 초속 10cm 이하의 속력으로 선체를 부두쪽으로 밀어붙여 안전하게 접안시켜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빠른 속력으로 이 사건 선박을 부두에 접근시키다가 부두에 근접하여서야 비로소 기관을 정지시킴으로써 이 사건 선박의 과도한 전진타력을 줄이지 못하고 접안각도를 조정하지 못하여 선수를 부두의 중앙에서 좌측으로 약 70m나 벗어난 지점으로 진입함으로 인하여 발생하였다.

나. 위 강두옥이 소속된 부산도선사협회에서는 1990.부터 선박의 부두접안시에 발생할 크레인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되도록 크레인을 선박접안시 먼저 진입되는 선수 또는 선미가 맞닿게 되는 선석의 가장자리를 피하여 선석의 중앙에 위치하도록 요청하였고, 원고의 크레인장비 운영지침도 이와 비슷한 취지인 점은 인정할 수 있으나,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선박은 위 1번 선석의 우측에서 좌측 방향으로 선수를 앞세워 진입하였던 것이므로, 이 사건 크레인이 선수가 진입하여야 할 지점인 1번 선석의 중앙보다 우측에 위치하였다면 몰라도 선석의 중앙 부근이나 또는 중앙보다 오히려 좌측 지점에 위치하고 있었다는 점이 충돌사고의 발생에 기여하였다고는 볼 수 없는바, 이 사건 충돌사고는 이 사건 크레인의 위치 설정의 잘못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선박이 예정된 정상적인 위치와 방향으로 선수를 진입하지 아니하고 위 1번 선석의 중앙보다 좌측으로 약 70m나 벗어난 지점으로, 그것도 전진타력을 줄이지 못한 채 지나치게 높은 각도로 비정상적으로 선수를 진입한 피고측의 잘못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며, 원고에게 이 사건 선박이 이와 같이 비정상적인 위치와 방향으로 선수를 진입할 것까지 예상하여 크레인의 위치를 조정하였어야 할 의무는 없다.

4. 대법원의 판단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선박의 접안예정위치의 중앙부는 이 사건 부두 1번 선석의 중앙부이었음을 알 수 있고, 원심 인정 사실에 따르면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크레인은 이 사건 선박의 길이가 219m인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선박 접안예정위치의 중앙부보다는 선수부에 훨씬 가까이 계류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는바, 이 사건 사고가 비록 도선사의 과실에 의하여 이 사건 선박이 선미교각 40도정도의 교각을 이루면서 선수를 진입하여 부두 안벽을 충돌함으로써 발생한 사고로서, 부두 앞에서 선체의 진행을 완전히 멈춘 다음 예인선을 이용하여 부두와 선체가 평형을 유지하도록 하면서 선체를 부두쪽으로 밀어붙이는 통상의 접안과정에서 벗어난 상태에서 발생된 것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 크레인이 이 사건 선박 접안예정위치의 선수부가 아니라 중앙부에 좀더 가까이 계류되어 있었다면 이 사건 선박의 선수부와의 충돌은 피할 수가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원고의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사건 크레인이 선수가 진입하여야 할 지점인 1번 선석의 중앙보다 우측에 위치하였다면 몰라도 선석의 중앙 부근이나 또는 중앙보다 오히려 좌측 지점에 위치하고 있었다는 점이 충돌사고의 발생에 기여하였다고는 볼 수 없다고 하여 이 사건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원고의 과실이 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는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5. 평석

민법 제396조는 채무불이행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과실이 있는 때에는 법원은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민법 제763조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에 제396조를 준용하고 있습니다. 한편 여기서의 과실은 의무위반이라는 일반적인 과실이 아니라 사회통념이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공동생활에 있어 요구되는 약한 의미의 부주의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피해자 자신의 불이익을 방지할 주의를 게을리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본건 선박사고에 있어 원심은 만연히 부두운영자인 원고의 과실을 부정하였으나 대법원은 이 사건 크레인이 이 사건 선박 접안예정위치의 선수부가 아니라 중앙부에 좀더 가까이 계류되어 있었다면 이 사건 선박의 선수부와의 충돌은 피할 수가 있었다고 보아 이 사건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원고의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였는바 지극히 타당한 판결이라 할 것입니다.

한편 본건 판결에서는 바로 직전인 2004. 3. 18.에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01다82507)의 취지와 같이 불법행위로 인하여 영업용 물건이 전부 파손된 경우에 있어서 이를 대체할 다른 물건을 마련하기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인 기간 동안 그 물건을 이용하여 영업을 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발생한 영업손실 상당의 휴업손해는 그에 대한 증명이 가능한 한 통상의 손해로서 그 교환가치와는 별도로 배상하여야 하고, 이는 영업용 물건이 일부 손괴된 경우 수리를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인 기간 동안의 휴업손해와 마찬가지라고 보아야 한다는 점이 재차 확인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과 관련하여서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이 사건 크레인의 대체물건으로서 규모 면에서 동급인 중고 크레인의 구입이 가능하였는지 여부와 그 구입 및 설치에 소요되는 기간이 어느 정도 인지를 심리해 보고, 그 기간 동안 이 사건 크레인과 동종인 크레인을 임차하는 데에 소요될 비용과 원고가 실제 지출한 크레인 임차료가 비교되어야 한다고 판시되었습니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저작권자 © 쉬핑뉴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