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투자와 폐선서 한없이 긴 관망 선박시장 움직이기 시작

▲ 사진 출처:대한조선
6월 보름간 세계 선박해체량이 지난 3, 4, 5월 한달 해체량을 모두 뛰어넘었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6월 1일 벌크선운임지수 BDI가 520포인트에 불과했는데, 15일이 지난 전일(16일) BDI는 2배 수준인 1,054포인트를 기록했다. BDI 상승률이 102.7%인 기간 동안 BCI, BPI, BSI는 각각 2161%, 22.1%, 25.6% 상승했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 마이너스 운임까지 기록하면서 시장을 혼탁하게 했던 대형선 시장이 정상화 중이다.

BDI 뿐만 아니라 갑작스런 상승으로 주목받는 시장이 있다. 지난 주 상해발 컨테이너운임지수인 SCFI가 지난 주 925에서 1,015까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완성품 수송시장인 정기선 시장에 대한 수요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월초 할증료 부과 시도기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운임이 상승한 것은 공급 쪽 변화 때문이다. 지난 5월까지 컨테이너 선박의 계선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컨테이너 선사들이 수요 약세를 고려해 기항횟수를 줄이거나, 일시적 노선 서비스 중단을 감행했다. 계선율 11.8%를 기록, 과거 2010년 최고수준에 근접한 상황이며 6월에는 5월보다 서비스 축소 노선이 늘어나면서 운임이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과적으로 선박이 사라지는 이슈는 아니라고 생각될 수 있으나 정기선의 노선 서비스 조정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 지속될 수 있는 이슈이므로 운임이 단기간에 급락할 위험은 제한적이라 판단된다. 또 선박황산화물 저감규세 강화로 서비스 투입에서 배제되는 선박들이 고효율 선박 대비 수익성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진다면 폐선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6월 보름 간의 선박 해체량은 189만dwt으로 2020년 4월 한달간 해체된 양 70만dwt을 상회했고, 5월 해체량인 113만dwt도 상회했다. 6월에 해체된 선박의 상세 리스트를 보면, 약 30만톤에 가까운 초대형 VLOC(Very Large Ore Carrier)가 눈에 띄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분기 브라질 발레(Vale)가 시장에서 더 이상 고령 개조 벌크선(VLCC를 VLOC로 개조한 벌크선)을 운영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뒤 실질적인 해체가 실행되는 과정이라 판단된다. 해체 예정이었으나 시장에 남아서 저가로 화물을 나르던 선박들이 퇴출됨에 따라 시장 운임이 빠르게 상승한 것이라 분석된다. 당시 발레가 밝힌 해체선 규모는 25척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하반기에도 해체량증가가 공급을 타이트하게 해 운임상승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황산화물 저감규제 강화를 앞두고 신규투자와 폐선에서 한 없이 긴 관망을 보이던 선박시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효율 기재를 없애기 시작한 것이 그 증거이다. 아직까지 신규투자에 빠르게 돌아오는 모양은 아니지만, 오래된 선박들이 시장에서 퇴출되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이다.
다른 국가의 해운사들 보다 영업적인 구조조정을 일찌감치 감행한 기업들이 한국의 벌크선사이다. 손익분기점 수준의 운임에서 등락을 거듭한 시간이 5년 지나는 동안 더 많은 좀비기업이 생겨나고, 경쟁사들의 체력은 한계점에 닿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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