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상판결 :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1 다 6084 판결

2. 사실관계

원고는 1997. 7. 경 소외 D 주식회사 (“D”) 사이에 신용장 결제 조건으로 반도체 부품을 수출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D는 E 은행에 신용장 개설을 의뢰하였고, E은행은 수익자를 원고, 지급은행을 P은행, 운송서류로 부산은행을 수하인으로 하는 항공화물운송장을 요구하고, 분할선적을 허용하는 조건의 신용장을 개설하였다.

원고는 싱가폴국의 P-O 주식회사 (“P-O”)를 통하여 위 화물을 1, 2차로 나누어 운송하기로, 각 화물은 원심공동 피고 S 창고 주식회사 (“S”) 운영의 보세장치장에 입고되었다.

P-O의 국내대리점인 피고 U 주식회사 (“피고 U”)는 1차 및 2차 화물에 대한 각 수하인용 항공화물운송장 원본을 협력업체인 N으로부터 교부받았다.

이에 따라 피고 U가 수하인용 항공화물운송장 원본을 입수한 후 D에게 화물의 도착통지와 함께 위 항공화물운송장을 팩스로 송부하자, D는 피고 U로부터 송부받은 수하인용 항공화물운송장 사본을 이용하여 1차 화물과 2차화물에 대해 각 서울세관에 수입신고를 마치고 수입신고필증을 교부받아 S에게 이를 각 제시하면서 이들 화물의 반출을 요구하였고 이에 S는 위 각 화물을 반출하였다.

이 사건 신용장의 지급은행인 P은행은 싱가폴국의 A 은행 (“소외은행”)으로부터 운송서류의 제시와 함께 신용장대금의 지급을 요구받고 소외 은행에게 두 차례에 걸쳐 ‘신용장의 유효기간의 도과’ 및 ‘지연 선적’을 이유로 지급거절을 통지한 후 관련 운송서류를 원고에게 반송하였다.

3. 항소심 판결의 내용

원심은 위 인정사실을 기초로 하여, 바르샤바협약에 따라 그 수하인인 P 은행 또는 송하인인 원고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운송인의 지위에 있는 P-O의 국내 항공운송대리점으로서 이 사건 화물을 인도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피고 U는, 위 수하인 또는 송하인이 가지는 화물의 인도청구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그 수하인이나 송하인 또는 그 지시를 받은 자에게 수하인용 항공화물운송장을 교부하고 이 사건 화물을 보관하고 있는 S에게 자신의 지시 없이 화물을 인도하지 말도록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

피고 U로서는,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D에게 화물의 도착사실을 항공화물운송장의 사본을 팩스로 송부하는 방식에 의하여 통지하면 D가 위 항공화물운송장의 사본 등을 이용하여 이 사건 화물에 대한 통관절차를 마치고 수입신고필증을 받아 수하인 또는 원고의 승낙 없이 이를 보세창고에서 반출하여 감으로써 원고의 화물인도청구권을 침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만약 그 결과의 발생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면 그와 같이 인식하지 못하게 된 점에 대하여 과실이 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D가 피고 U로부터 화물의 도착사실을 통지받은 뒤 이 사건 화물의 통관을 마치고 위 수입신고필증 등을 이용하여 이 사건 화물을 반출하여 간 이상, 피고 U의 위와 같은 행위는 그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신용장대금의 지급거절 등으로 화물처분권을 회복한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가 된다.

4. 대법원 판결의 요지

이 사건 국제항공운송에 관하여 적용되는 협약에 따르면, 항공화물운송장상의 수하인은 화물이 도착지에 도착한 때에는 운송인으로부터 그 사실을 통지받을 수 있고, 운송인에 대하여 채무액을 지급하고 또한 항공운송장에 기재된 운송의 조건을 충족하였으면 항공운송장의 교부 및 화물의 인도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협약 제13조)

항공화물에 대하여 임치계약 상의 수치인의 지위에 있는 보세창고업자는 임치인의 지위에 있는 운송인의 지시 없이 항공화물운송장상의 수하인도 아닌 자에게 화물을 인도하지 아니할 자가 고유의 의무를 부담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상황에서 화물도착통지 업무를 P-O로부터 위탁받은 피고 U가 통지처인 D에게 항공화물운송장 사본을 팩스로 송부해 준 것은 운송인의 대리인으로서의 정상적인 업무를 화물도착사실을 통지하는 방편으로 수하인용 수행한 것에 불과하다.

피고 U가 보세창고 업자에게 이 사건 화물에 대한 인도지시서를 교부하거나 인도를 승낙한 일이 없는 이상 단지 위 항공화물운송장의 사본을 팩스로 송부한 행위만으로는 원고의 화물인도청구권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다른 견해에 서서 피고 U의 항공화물운송장 사본의 송부행위가 원고의 화물처분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항공화물운송에 있어 운송인의 대리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5. 평석

과거 통관과 화물인도가 밀접한 관련을 가진 경우도 있었으나, 현재는 공법상의 절차인 통관과 사적인 관계인 화물인도와는 분리되어 있어 항공운송장 사본으로 통관을 하였다고 하여, 화물인도를 승낙한 것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선하증권이 발행된 경우, 선하증권원본과 상환으로 화물을 인도하거나, 권리자의 지시에 따라 화물을 인도하여야 하는데, 항공운송장의 경우 상환증권성이 없는 대신, 수하인으로 지정된 자에게 화물을 인도하여야 하고, 수하인으로 지정된 자가 아닌 자에게 화물을 인도하여야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항공운송의 경우 선적서류가 도착하기 전에 화물을 수령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해상운송의 '수입화물 선취보증서'와 마찬가지로 '항공운송장에 의한 수입화물인도승낙서'를 은행에서 발급받습니다. 수입화물선취보증서와 달리 수입화물인승도낙서의 경우에는 선적서류가 도착하지 않은 경우는 물론이고, 선적서류가 이미 도착되어 결제를 한 경우에도 발급을 받습니다. 이는 신용장 거래시 항공운송장 상의 수하인이 개설은행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수입자가 항공화물을 수령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서류입니다. 실무에서는 항공화물에 의한 수입화물 인도 승낙서를 "항공화물인도승낙서" 또는 항공 L/G"라고도 합니다.

설영인과 구 복합운송협회(현 국제물류주선업자)간의 계약에 따른 다면 설영인은 국제물류주선업자의 화물 출고시지시를 받도록 되어 있고, 그러한 계약이 부 없다고 하더라도, 계약관계에 비추어 지시를 받아야 하는 것인 바, 설영인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피고 U가 책임을 부담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항공운송에 있어서 화물인도와 관련하여 화물운송장이 원본인지 사본인지가 중요한 것도 아니고, 정당하게 수하인에게 화물을 인도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인데, 원심은 단순한 항공운송장 사본만을 송부한 것만으로 화물인도를 위한 충분조건에 해당할 수 없어 이를 이유로 화물인도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한 것은 인과관계의 범위를 오해한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원심의 판결은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라 할 것인 바, 결론적으로 대법원 판례의 입장이 타당함은 의문이 없습니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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