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법원 2019. 10. 17 선고 2019다14998 판결

2. 사실관계

(1) 원고는, 피고에게 2013.6.4. 중고품이 포함된 휴대전화 액정 192개(“이 사건 휴대전화 액정”)를 중국 광동 선전시로 운송(통관 업무 포함)해 줄 것을 의뢰하였다.

(2) 피고는 A로지스틱스를 통하여 중국 청도행 항공편으로 이 사건 휴대전화 액정을 발송하였는데 중국 청도세관은 이 사건 휴대전화 액정이 중고물품으로 보인다며 사용 용도를 알고자 통관을 보류하고 A로지스틱스측에게 관련 자료를 요구하였으나 자료가 6개월 상당의 기간이 지나도록 자료가 제출되지 아니하였다.

(3) 이에 청도세관은 2013.12.경 이 사건 휴대전화 액정을 폐기하였다.

3. 1심과 항소심 판결의 내용

(1) 1심법원과 항소심은, 피고는 해외운송을 의뢰받은 운송인으로서 상법 제135조에 따라 이 사건 휴대전화 액정 폐기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하면서 피고는 원고에게 21,914,000을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판결을 하였다.

(2) 피고가 밀수품을 주장하면서 민법제 103조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따른 무효를 주장한 것과 관련하여, 항소심은, “피고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운송계약은 원고가 이 사건 휴대전화 액정을 중국으로 수출함에 있어 중국 내 정식수입절차를 취하지 않은 채 편법으로 물품을 중국으로 운송하기 위해 견본 형식으로 분할하여 특송하는 방법을 취하기로 한 것이라는 취지인바, 그러한 피고 주장사유만으로는 이 사건 운송계약이 민법 제103조의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로 된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3) 아울러 항소심은 “ 중국 청도세관은 이 사건 휴대전화 액정의 사용용도를 알고자 통관을 보류한 후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구하였을 뿐이고, 그로부터 이 사건 휴대전화 액정이 폐기되기까지 약 6개월 가량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피고가 원고에게 그러한 사정을 전혀 알리지 않음으로써 원고가 중국 내 정식수입절차를 취한다거나 그 밖의 적절한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갖지 못하게 하였는바, 이를 두고 불가항력에 준하는 사항으로서 피고의 책임이 면제된다거나 피고가 운송에 관하여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아니하였다고 할 수 없다. 나아가 이 사건 운송계약에서 이 사건 휴대전화 액정이 중국 세관에 압수되어 폐기될 위험을 원고 스스로 감수하였다고 볼 증거도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4, 대법원 판결의 요지

(1) 항공운송에 있어서 운송인은 운송물의 멸실 또는 훼손으로 인한 손해에 대하여 그 손해가 항공운송 중(운송인이 운송물을 관리하고 있는 기간을 포함함)에 발생한 경우 책임을 진다. 다만 운송물의 멸실 또는 훼손이 운송물의 출입국, 검역 또는 통관과 관련한 공공기관의 행위로 발생하였음을 증명하였을 경우에는 그 책임을 면한다(상법 제913조 제1항 제4호).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휴대전화 액정은 중국 청도세관에 의하여 통관 보류 후 폐기된 것으로 항공운송인의 운송물 멸실ㆍ훼손 책임에 대한 면책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고,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면 피고는 이 사건 휴대전화 액정이 폐기된 데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면하게 된다.

(3)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원심에 이르러 '이 사건 운송물이 폐기처분된 것은 국가행위, 즉 공공기관의 행위로서 운송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사유'라고 주장하였다. 다만 피고는 상법 제796조 제5호에서 규정하는 해상운송인의 면책사유를 그 예시로 들고 있으나, 이러한 피고의 주장에는 항공운송인인 피고에게 면책사유가 있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상법 제913조 제1항 제4호에 따른 면책사유의 존부를 살펴보아야 한다.

(4)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가 원심에서 새롭게 주장한, 이 사건 운송물의 멸실ㆍ훼손에 대한 피고의 책임에 면책사유가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판단하지 아니하고 위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항공운송물의 멸실ㆍ훼손에 대한 운송인의 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고 판단을 누락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5. 평석

(1) 판결문을 살펴보면, 각급법원이 피고의 운송상 지위 또는 사건 운송에 적용될 법에 대한 오해로 많은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우선 판결문에 설시된 내용에 의하면, A로지스틱스라는 운송관련회사가 개입되어 있음에 비추어 볼 때, 피고는 계약운송인이 아니라, 운송주선인에 불과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운송을 의뢰하였다’는 표현에 집착한 나머지 운송인으로 의제한 것으로 보인다. 피고가 운송주선인의 지위에 있는 경우, 운송주선인의 책임을 규정한 상법 제115조에 피고의 책임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하고, 항소심이 상법 제135조, 대법원이 913조 제1항 단서등을 적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3) (이하에서는 피고가 운송인의 지위에 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피고가 계약운송인의 지위에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대법원이 통관과 관련하여 적용될 법은 육상운송이 아닌 항공운송 조항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전제하에서 상법 913조 제1항을 적용해야 한다는 부분만 타당할 뿐이고, 그 외에는 기본적으로 항소심의 판단이 타당하다.

(4) 항소심판결에 설시된 내용에 의하면, 피고가 운송주선인이든 계약운송인이든 피고에게 일부 과실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므로, 피고가 면책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5) 이 사건의 경우, 단순히 중고품이라는 이유만으로 폐기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고, 청도세관에서 사용처를 물었는데, 이에 대해 답변을 장기간 하지 않아 폐기 된 것으로 보이는 바, A로지스틱나 피고의 경우, 사용처를 알려줄 의무가 있는데, 이를 해태하여 운송물이 폐기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바, 이러한 경우, 피고는 물론이고 A로지스틱스의 과실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6) 그렇다면 청도세관에서 중고핸드폰에 대해는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는 이유로(예를 들어 필리핀 같은 경우 중고 의류수입이 금지됨) 화물을 폐기한 경우와 같은 특별한 경우에만 대법원의 판결의 취지가 타당할 여지가 있을 뿐이므로, 피고의 면책을 전제로 한 파기환송이유는 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7) 이 사건의 경우, 파기환송심 판결 결과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판결문에 나타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반면, 원고측에서도 정식통관이 아니라 편법으로 통관하도록 한 과실 등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바, 피고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판결을 하여야 하는 경우이다. 피고가 계약운송인의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한중간 적용되는 몬트리올협약에 따른 책임제한도 문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8)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국제물류주선업자의 운송상 지위, 복합운송에 있어서 적용되는 운송법 등을 판단하기 쉽지 않아 실무자는 물론이고 법원도 법리오해의 잘못을 범하는 경우가 흔하므로, 소송당사자들은 소송을 수행함에 있어서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불리한 판결을 받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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