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4.4.30.선고 2013가합59635판결

2. 사실관계

(1) 원고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송하인이자 수출자인 A로부터 센테니얼 스팀 석탄 30,000톤(土10%)을 톤당 미화 115.25.29달러에 수입 하기로 하고, 피고와 장기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의 선박(“이 사건 선박”)으로 위 석탄을 운송하기로 하였다.

(2) 이에 따라 피고는 2012. 10. 20.부터 그 다음날까지 오스트레일리아 뉴캐슬항에서 이 사건 선박에 위 석탄을 선적한 뒤,선장 또는 1등 항해사의 참여 아래 검정인이 흘수검정 방식으로 그 무게를 측정하여 29,353메트릭톤의 석탄(”이 사건 운송물”)이 실린 것을 확인하고, 선장 또는 1등 항해사가 위와 같이 이 사건 운송물 29,353톤이 선적되었다는 '본선수취증’을 발행하였다.

(3) 그리고 선장을 대리하여 피고의 선박대리점이 '센테니얼 스팀 석탄 29,353톤이 실렸다'는 문구와 '중량,용적,품질,수량, 상태, 내용물과 가격은 알지 못함((Weight, measure, quantity, condition, contents and value unknown))'이라는 문구(”부지문구”)가 기재된 선하 증권(” 이 사건 선하증권”)을 발행하였다.

(4) 이후 피고는 2012. 10. 27.경 오스트레일리아 뉴캐슬항에서 이 사건 선박에 PS가수입하는 99,764톤을 선적한 뒤,2012. 11. 16. 대한민국 광양항에 도착하여 이 사건 운송물을 제외한 PS 화물 99,758톤을 양하하고, 2012. 12. 5. 대한민국 포항항에 도착하여 2012. 12. 7. 이 사건 운송물의 양하를 완료하였다.

(5) 그런데 검정인인 주식회사 대한해사검정공사가 포항항에서 양하된 이 사건 운송물의 무게를 흘수검정 방식으로 수 차례 거듭하여 측정한 결과, 그 무게가 이 사건 선하증권에 기재된 중량 29,353톤보다 약 780톤이 부족한 28,573톤으로 밝혀졌고, 이 사건 선 박의 선장 또는 1등 항해사는 그 검정서에 서명하였다.

(6) 원고는 이 사건 선하증권을 소지하고 있었고, 오스트레일리아 뉴캐슬항에서 이 사건 운송물을 선적하여 운송하는 과정에 관여한 바 없다.

3. 원고와 피고의 주장과 법원의 판결의 요지

(1) 원고는, 피고는 해상운송인으로서 운송물을 목적지까지 운송하여 수하인 또는 화물의 정당한 소유권자에게 인도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송상의 주의의무를 해태하여 780톤 상당의 부족분이 발생하였는 바, 이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2) 이에 대해 피고는, 이 사건 선하증권에는 중량을 알지 못한다는 내용이 부지문구가 기재되어 있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운송물의 선적 당시 중량을 입증하여 그 중량감소를 입증하지 못하는 한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3) 법원은 이 사건 운송물 부족분을 646. 39톤으로 확정하고 미화 86,519.29달러(93,674,435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하였다.

4. 법원의 판결의 요지

(1) 이 사건 선하증권의 소지인인 원고와 피고 사이에 준거법을 지정하지 않고 있는데, 이 사건 선하증권을 매개로 운송계약 관계가 존재하는 원고와 피고 모두 대한민국 법인이고, 이 사건 운송 물의 양하항과 그 부족분이 판명된 곳 즉,손해의 결과발생지 역시 대한민국이므로,이 사건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은 대한민국의 법률이므로 대한민국 법률, 특히 민법과 상법을 적용한다.

(2) 오스트레일리아 뉴캐슬항에서 이 사건 운송물을 선적할 당시 이 사건 선박의 1등 항해사 또는 선장이 그 흘수검정 결과를 확인한 후 본선수취증을 발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운송물의 경우 운송인인 피고가 그 무게를 검사•확인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도 적당한 방법이 없는 등 상법 제853조 제2항에서 규 정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3) 따라서 이 사건 부지문구는 효력이 없고, 피고는 해상 운송인으로서 이 사건 선하증권의 선의의 소지인인 원고에게 이 사건 선하증권의 기재와 달리 이 사건 운송물의 수량이 부족하게 됨으로써 발생한 손해 즉, 이 사건 운 송물의 일부 멸실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4) 당초 이 사건 선박에 선적된 이 사건 운송물 29,353톤 중 양하된 운송물 28,573톤과 운송물에서 발생한 선저폐수 133.61 톤을 제외한 나머지 646.39톤이 부족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5) 이 사건 운송물 부족분 646. 39톤에 대한 매입금액 미화 74,108.61 달러와 해상운임료 미화 12,410.68달러,합계 미화 86,519.29달러가 원고가 입은 손해이다.

5. 평석

(1) 이 사건은 화물을 선적한 후 그대로 운송하여 인도를 하였는데, 화물의 부족이 발생한 경우인데, 선하증권에 부지문구가 기재되어 있는 경우 운송인이 면책될 수 있는 지와 관련한 문제이다.

(2) 이러한 경우, 수입자가 수출자에게 배상을 청구하여야 하는 것인지, 수입자가 운송인에게 청구하고 운송인이 수출자에게 구상을 하는 경우인지와 관련된 문제이다. 오랫동안 실무상으로는 전자와 같이 수출입자 간에 해결할 문제라고 인식되어 온 관계로 선사에 대한 배상청구를 포기해 왔다.

(3) 전자와 같이 해석되어 온 이유는, 유사사건인 영국판례인 Agrosin Pty Ltd. v. Highway Shipping Co., Ltd. 판결과 New Chinese Antimony Co., Ltd. v. Ocean Steamship Co., Ltd. 판결 등의 영향으로 보인다. 이러한 판례들은 헤이그규칙 또는 그 이전의 상황에서 정립된 판결들로서 부지약관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는, 선사에 대한 배상청구를 할 수 없고, 수입자(수하인 또는 선하증권소지자)는 수출자(송하인)에게 배상청구를 하여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4) 그러나, 현행 헤이그비스비규칙 및 우리나라 상법의 규정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후자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5) 상법제 853조는 선하증권에 중량 등을 기재하도록 규정하는 한편 중량등을 확인할 만한 적당한 방법이 없는 경우에는 기재를 생략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확인이 가능한 경우에는 법정기재사항을 기재하여야 함을 규정하고 있고 상법제 854조는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소지인에 대하여 운송인은 선하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혹은 선적한 것으로 보고 선하증권에 기재된 바에 따라 운송인으로서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헤이그비스비규칙은 운송인이 송하인이 제공한 화물명세에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이를 확인할만한 상당한 방법이 없을 때에는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를 추가하였다{동규칙 제3조 제3항 (c)}.

(6) 한편 대법원은, 중량 등에 대해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거나 그 컨테이너 안의 내용물 상태에 대하여 검사, 확인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도 적당한 방법이 없는 경우 등 상법 제814조 제2항 에서 말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부지문구는 유효하고, 위 부지문구의 효력은 운송인이 확인할 수 없는 운송물의 내부상태 등에 대하여도 미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1. 2. 9. 선고 98다49074 판결).

(7) 이 사건의 경우, 중량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고 실제로 흘수를 통한 중량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고, 실제로 피고측에서 이를 확인까지 하였음에 비추어 볼 때, 위 대법원의 판례의 취지와 같이, 부지약관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타당하다.

(8) 이렇게 볼 때, 현행 상법은 헤이그비스비규칙과 같이 선하증권의 문언증권성을 강화하는 규정을 두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과거의 영국법원 판결을 폐기하고, 상법 취지에 맞는 판결을 하였는 바, 이 사건 판결은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할 것이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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