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대표변호사
김현 대표변호사

문명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기본권과 자유는 확대되고 공포로부터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공포심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사례는 내가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타인이 나를 좋아한다며 괴롭히는 것이다. 스토킹(Stalking)의 의미는 ‘몰래 따라다니는 것’이며, 상대방의 의사와 상관없이 접근하여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괴롭히는 행위를 뜻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에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신상정보가 공개된 피의자는 10명인데, 그 중 스토킹 중이거나 예전에 교제했던 여성과 그 가족을 살해한 피의자가 절반에 달한다. 최근까지도 좋아하는 이성에 대한 열렬한 구애 정도로 치부되었던 스토킹 범죄가 사실은 얼마나 심각한 중범죄의 전조행위인지를 알 수 있다.

스토킹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 해 10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었으나 여전히 부족함이 지적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행위와 스토킹범죄를 구별하면서 스토킹범죄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법률상 스토킹행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하여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고,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물건이나 말, 글, 영상을 보내는 행위, 물건을 훼손하는 행위로 한정되었다.

즉, 가해자의 스토킹행위가 피해자에게 아무리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켰더라도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일어나지 아니하였다면, 경찰은 이를 스토킹범죄로 입건할 수 없고 스토킹행위에 대한 긴급응급조치로서 주거에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조치만을 취할 수 있다. 그런데 스토킹행위는 대부분 피해자 몰래 이루어지므로, 피해자가 피해사실이나 가해자의 스토킹행위의 존재를 알았을 때에는 이미 스토킹행위가 장기간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피해자가 사법기관에 신고를 하더라도 그 전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장기간, 반복적으로 행해진 스토킹행위의 존재를 입증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스토킹행위는 다른 강력범죄의 예고행위인 경우가 많아서, 피해자가 스토킹행위를 신고하였음에도 경찰이 단기간 또는 일회성 행위라는 이유로 미온적인 조치만 취한다면 오히려 가해자를 자극해 급격한 강력범죄에 피해자를 노출시킬 수 있다. 아쉽게도 현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행위를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피해자를 현실적으로 보호할 방법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또한 가정폭력처벌법상의 피해자보호명령제도나 신변안전조치가 포함되지 않아 신속한 피해자 보호에 있어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피해자보호명령제도는 경찰, 검찰의 수사단계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가해자의 퇴거, 격리, 접근금지를 신청할 수 있는 제도이고, 신변안전조치는 경찰이 피해자 주거지를 주기적으로 순찰하고 CCTV를 설치하거나 법원동행을 지원하는 것이다. 교제관계가 있었던 이성에 대한 폭력을 가정폭력으로 처벌하는 외국의 사례를 근거로 가정폭력처벌법 상 피해자 개념에 스토킹 피해자를 포함하자는 논의도 있으나, 스토킹행위에 교제관계가 항상 전제되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이러한 입법은 오히려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지금까지 스토킹에 대해 사법기관이 소극적으로 대응해 온 이유가 이성 간의 스토킹행위를 개인간의 사생활 문제로 여겼기 때문인데, 이러한 교제라는 조건을 붙여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오히려 사법기관의 소극적 대응을 야기할 여지도 있다. 오히려 스토킹처벌법에서 스토킹행위와 스토킹범죄의 구별을 없애거나, 현재의 스토킹행위에 대한 긴급대응조치와 스토킹범죄에 대한 잠정조치를 가정폭력처벌법 상의 피해자보호명령제도나 신변안전조치에 준하도록 보호방안을 확대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스토킹처벌법의 실효성을 판단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러한 스토킹처벌법이 있었다면 과거에 스토킹에 이어 일어났던 강력범죄들을 막을 수 있었을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된다. 한국의 스토킹처벌법은 20년이 넘는 논의 끝에 비로소 시행되었으며, 이는 미국이나 일본 등 외국과 비교하면 약 2, 30년이나 늦은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 스토킹처벌법이 실질적인 효과를 가지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먼데, 빠른 시일 내에 치밀한 개선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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