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7일은 한진해운이 파산돼 역사속으로 사라진지 꼭 5년이 된 날이다. 대한민국 해운사(史)에 있어 영원히 잊지 못할 대사건이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이며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은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운선사였다.

5년 전 당시 현대상선(현 HMM)과 한진해운은 2008년 금융위기이후 해운시황 장기 침체로 유동성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직면했다. 해운업계에선 퇴출 순위를 얘기할 때 단연 현대상선을 먼저 꼽았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국적 원양컨테이너선사이지만 외형적으로 조직적 운영 노하우 면에서 한진해운이 한수 위였던 것은 분명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들도 현대상선과 비교되는 것을 꺼릴 정도였던 것. 하지만 결과는 현대상선이 살아나고 한진해운이 파산된 것.

한진해운 파산 배경에 대해 여러 설(說)이 많다. 무엇보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금융위원회 등 관계당국의 강도높은 구조조정 요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미움(?)을 샀다는 설이고, 최순실과 연계한 정치적 희생양(?) 설도 있다.

이에 반해 현정은 현대상선 회장은 정부의 요구대로 현대증권을 매각하는 결단을 내리는 등 구주조정에 보다 적극성을 보였다는 평가다.

아무튼 결과는 예상치 못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와 파산의 수순이 현실화된 것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년뒤인 2019년 4월 타계한 것도 한진해운 파산 쇼크와 무관하지않다는 평이다.

해운업계 종사자들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해외에서 한진해운 운항 선박만 봐도 가슴이 뭉클하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다반사였다. 그런 한진해운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국내외 컨부두에 한진해운 마크가 그려진 컨테이너박스가 녹슬어 방치된 모습을 볼 때 너무도 가슴이 아팠다는 것.

한진해운 파산은 세계 물류대란을 초래했다. 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의 특수성에 둔했던 일반 국민들도 한진해운 파산이후 벌어진 물류대란을 또렷이 기억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진해운 파산은 일개 한 해운선사가 망했다는 의미를 훨씬 뛰어넘어 당시 5위 해운강국이었던 대한민국 해운업계의 대외 이미지를 크게 훼손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커다란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다시는 이러한 사태가 재연되지 말아야 한다. 다행히 살아남은 현대상선은 채권단 관리체제하에서 2019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다 2020년초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대운(大運)이 터지며 재건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니 지난해는 창사이래 상상도 못했던 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이 60%가 넘었으니 해운업계 모두가 놀라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이다.

한진해운 파산 5주년을 맞는 17일, HMM은 새로운 중흥을 위한 청사진을 펼쳐가고 있다. 물류 전문가인 배재훈 사장이 3월 27일 물러나고 HMM의 잠재적 유력 인수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사장 출신인 김경배 전 사장이 내달 27일 배 사장 후임으로 취임하게 된다.

향후 HMM의 민영화 수순이 어떻게 진행될 지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는 전산업계를 긴장시켰지만 해운업계는 새로운 재건의 기틀을 마련해 주는 아이러니를 표출했다. 공급망 혼란이 지속되면서 컨테이너운임은 미주, 유럽항로의 경우 10배이사 급등했고 동남아항로 등 아시아역내항로도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

단적으로 한진해운 미주, 아주노선을 인수한 SM상선의 경우 인수 초기 큰 적자로 엄청난 경영난에 빠지기도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2021년에는 상상을 초월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는 기적(?)을 일구어냈다.

이제 해운업계는 위드코로나, 포스트코로나시대에 대비하고 특히 올해 하반기 이후 노정될 피크아웃에 철저한 대비가 절실하다.

다시금 한진해운과 같은 사태를 겪지 않기 위한 정부, 업계간의 긴밀한 소통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쉬핑뉴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