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 대표변호사
김현 대표변호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하루아침에 발표된 깜짝 소식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소련의 해체로 냉전 시대가 종식된 이후에 주요 강대국간의 대립은 대체로 외교 및 경제적 갈등으로 나타나는 양상을 보였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내전이 끊이지 않았다고는 하나 정세가 안정된 국가들에게는 더 이상 전쟁이 국익에 도움이 되기 보다는 해가 된다는 어느 정도의 암묵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성장으로 촉발된 신냉전 시대에 국제적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는 와중에도 막연히 평화가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은 깨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서 새로 등장하는 강대국들의 패권주의가 무력갈등의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 현실화되었다. 러시아의 이번 침공은 두 차례 세계대전과 같은 역사적 비극이 되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무로 돌리는 일이다.

처음에는 당황하며 소극적인 대응을 보이는 듯 했던 국제사회도 점차 빠르게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하며 세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힘을 보태고 있는 중이다. 국제연합(UN)은 러시아가 유엔헌장에서 명시한 “다른 국가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행사 금지 조항”(제2조)에 위반되는 국제법 위반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재정적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사무총장의 성명을 발표했으며 긴급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국제형사재판소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대량학살, 반인도 범죄 및 전쟁범죄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즉시 행정명령을 공포하여 돈바스 지역 등에 대한 미국인의 무역 및 투자를 제한하고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제재 대상자들의 미국 내 금융자산을 동결하였다. EU, 영국, 일본 등도 모두 러시아에 대한 강도 높은 경제제재를 취하고 있는 중이다.

반면 한국정부는 전쟁 전에 대 러시아 제재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에서 한국이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면제를 받지 못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한 발짝 늦게 러시아의 SWIFT 배제 및 대러 전략물자 수출 차단 등 국제제재에 동참할 것임을 밝혔다. 지난 3월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한국이 수출 통제 FDPR 적용에서 면제되었음을 발표하여 사건은 일단락 되었으나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휴전국가로서 항상 전쟁의 불안감을 안고 있는 한국이 이와 같이 수동적인 태도를 취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특히 우리는 6.25 남침을 받아 국가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았는데, 신속한 유엔군의 파병으로 기적적으로 살아나 지금의 경제기적까지 이룰 수 있었다. 우리는 영원히 국제사회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제사회는 세계전쟁과 같은 역사적 비극이 되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우리나라는 누구보다 전쟁의 아픔과 공포를 잘 알고 있는 나라이고,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한 신냉전 시대의 국제질서에서 강대국 사이의 패권다툼으로 피해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정학적 위치에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침략전쟁에 반대하며 자주국방과 한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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