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     석

1. 대상판결: 대법원 1998. 8. 21. 선고 97다13702 판결

2. 사실관계

가. 원고들은 이 사건 선박사고로 사망한 자들의 상속인이고, 피고회사는 해상여객정기항로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으로서 군산시 선적의 국내항해 정기여객선인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 겸 이 사건 선박 선장의 사용자이며, 피고조합은 특별법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으로서 선박의 안전운항관리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나. 이 사건 사고항로인 위도-격포간은 해운법 제17조에 의하여 해운항만청장이 피고회사에 선박의 취항을 명하여 운항하는 명령항로(낙도보조항로)인 바, 피고회사는 1992. 4. 30.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위도-격포간 1일 1왕복 정기 취항하는 내항정기여객 운송사업면허증을 군산지방해운항만청으로부터 교부받고, 1992. 11. 5.부터 위 항로에 이 사건 선박을 운항하던 중, 이 사건 선박 선장은 1993. 10. 10. 08:50경 이 사건 선박에 자신을 포함하여 승무원 7인을 태우고 공선으로 위도 파장금을 출발하여, 제1항로의 기항지인 벌금과 식도에 차례로 들러 위도 주민과 위 망인들 및 주말 낚시객 등을 태운 후, 동일 09:30경 파장금으로 다시 돌아와 그곳에서 여객들을 더 탑승시켜 승선한 인원이 승무원 7명, 여객 355명, 모두 362명이 된 상태로 이 사건 선박을 운항하게 되었고 또한 당시 새우액젓 600여통과 낚시도구 및 여객휴대품, 자갈 7.3t 등을 이 사건 선박의 무게중심보다 대부분 위에 싣게 함으로써 이 사건 선박의 복원성 기준에 못 미치는 복원력 상태로 선수 1.329m, 선미 2.365m의 흘수를 가지고 같은 날 09:45경 위도 파장금 선착장을 떠나 격포로 향하였다.

다. 이 사건 선박은 위 선장의 조선(操船) 지휘 하에 갑판장이 조타(操舵)를 하고 기관장이 조타실에서 기관운전을 맡아 서서히 진행하다가 같은 날 09:48경 파장금 방파제에서 우현100여m로 통과하였고, 그 후 선장은 북풍이 심하게 불고 파도가 거칠어서 좌현정횡의 파도를 받지 않고 지그재그 방식으로 항해하려고 진침로 070도로 정침하고 전속전진기관을 걸어 통상 항로보다 약간 북쪽으로 항진하였다.

라. 그 후 이 사건 선박은 바람과 파랑을 좌현정횡 앞쪽으로 받아 상갑판 양현으로 물보라를 흩날리며 평균 11노트의 속력으로 별다른 이상 없이 피칭(pitching)을 하면서 항진하던 중, 같은 날 09:59경 진로전방에 낭자망이나 자망으로 추정되는 그물의 밧줄이 바람과 조류에 의하여 길게 늘어져 해면 아래로 떠 있었으나, 선장은 해상상태가 거칠어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 위로 지나감으로써 이 사건 선박의 좌현추진기의 추진축에 직경 약 1cm의 나일론 밧줄이 감겼고, 그로 인하여 좌현기관의 회전수가 다소 떨어지는 등 좌현기관에 이상이 있었으나 선장은 그 원인을 명확히 알지 못한 채 기관고장을 방지하려고 좌현기관을 미속전진 상태로 감속시키는 한편,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여 위험이 없다고 판단하고 좌현기관의 감속조치에 의한 좌회두(左回頭) 현상을 조정하기 위하여 타(舵)를 우현으로 15도 내지 20도 전타시켜 침로를 070도 그대로 유지하며 항해를 계속하였다.

마. 그러나 곧 이어 위 그물밧줄이 우현추진기에도 감기기 시작하였고, 이때 우현 추진기는 좌현보다 더 고속으로 회전하였으므로 좌현축에 감긴 밧줄에다가 직경 약 1cm되는 마닐라 로프로 된 그물밧줄까지 잇달아 감겨 우현추진축에 감긴 밧줄이 우현 스크류(screw)에도 얽혀 함께 회전함으로써 팽팽히 당겨지면서 우현 브이형 추진축 브라켓('v' type shaft bracket)의 베어링(bearing) 속으로까지 깊숙히 파고 들어갔고, 이로 인하여 우현추진기 전체에 위 그물 밧줄이 심하게 감김으로써 우현기관이 과부하되어 결국 쿵하는 굉음과 푸더덕하는 이상음을 연이어 2차례 내다가 작동이 정지되었고 위 그물 밧줄도 절단되었다.

바. 그 후 이 사건 선박은 같은 날 10:00경 파장금 등대 067도 방향 2.0마일, 북위 35도 38분 06초, 동경 126도 20분 06초 부근지점에 이르러 우현기관이 조타실의 주기관 컨트롤 레버(engine control lever)는 전속전진 위치이지만 우현추진기에 걸린 그물 밧줄로 인한 과부하 현상으로 인하여 정지되어 속력이 크게 떨어진 반면에 이때 좌현기관이 미속 전진상태이고 타가 우현 15-20도 전타된 상태이므로 급속히 우선회하기 시작하였고 우선회에 의한 초기 내방경사 현상으로 선체가 우경사되었다.

사. 한편 이 사건 선박은 위와 같이 우선회가 진행됨에 따라 파도방향이 정횡 좌현에서 뒤로 바뀌어 선미좌현에서 덮치는 큰 사추파(斜追波)를 받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선체가 두세번 크게 동요하면서 우경사가 더욱 가중되었으며, 그 후 마땅한 조치를 취할 겨를도 없이 우변침을 계속함에 따라 곧이어 선미부근 쪽에서 큰 파도가 선미갑판 위로 덮쳐 오르며 심하게 피칭(pitching)을 함으로써 푸핑다운(pooping down) 현상을 일으켜 선미갑판이 아래로 푹 꺼졌다가 바닷물을 뒤집어 쓴 채 다시 떠오르고, 한편으로는 우경사가 가중된 채 우선회를 계속함으로써 선수방위가 90도 정도 회두하여 남으로 향할 즈음 선체가 대각도 우경사된 채 복원력을 완전히 상실하여 결국 우현으로 전복되어 이 사건 선박에 탑승한 승객 등 합계 292명이 익사로 사망하였다.

아. 이 사건 사고당시 기상 및 해상상태는 맑은 날씨에 북풍이 초속 10-14m로 강하게 불었으며, 바다의 물결은 2-3m의 높은 파도가 치고 조류는 남서류가 0.46노트로 흘렀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가. 이 사건 선박침몰사고는 그 선박의 선장 겸 운항관리자가 이 사건 선박에 최대탑재인원인 221명을 훨씬 초과한 총 362명의 여객을 승선시키고 과중한 화물 및 자갈을 실음으로써 위 선박이 이미 안전한 복원력을 갖추지 못한 채 출항했고 항해 중 이 사건 선박의 좌우현기관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된 점 등 이 사건 사고 경위에 비추어 보면, 위 선박이 항해 중 나일론 밧줄의 그물이 추진축에 감겨 선체가 우경사될 때 선미좌현에서 덮치는 큰 사추파(斜追波)를 받게 되어 완전히 복원력을 상실하여 침몰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예측불가능한 자연재해 내지 불가항력적인 사고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 조합의 면책항변을 배척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조처는 정당하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심리를 다하지 못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불가항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 등이 없다.

나. 민법 제756조 소정의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는 반드시 유효한 고용관계가 있는 경우에 한하는 것이 아니고, 사실상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하여 그 지휘·감독 아래 그 의사에 따라 사무를 집행하는 관계에 있으면 족한 것이며( 대법원 1996. 10. 11. 선고 96다30182 판결 등 참조), 타인에게 위탁하여 계속적으로 사무를 처리하여 온 경우 객관적으로 보아 그 타인의 행위가 위탁자의 지휘·감독의 범위 내에 속한다고 보이는 경우 그 타인은 민법 제756조 에 규정한 피용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61. 11. 23. 선고 4293민상745 판결 참조).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여객선안전관리요강 제6조 제4항에 의하여 이 사건 사고 선박의 선장으로서 운항관리자의 업무를 처리하여 망인이 원심공동피고 서해훼리 주식회사에 대하여 뿐만 아니라 피고 조합과의 관계에서도 피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판단한 다음 피고 조합은 위 망인의 사용자로서 위 망인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그 판시와 같은 감독상의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피고 조합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것은, 위에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한 것으로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실오인 내지 민법 제756조 의 사용자책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다. 이 사건 사고 선박의 과승, 과적이 이 사건 사고발생의 한 원인이 된 사실은 인정되나 그것이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승객, 화주 및 이들의 통제를 게을리한 위 선장을 비롯한 선원, 피고 대한민국 소속 청원경찰관들의 업무태만에서 그 일차적이고 결정적인 원인이 있는 것이어서 피고 조합에는 위 사고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보이지는 아니하므로 이 점을 다투는 상고이유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라.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이 이 사건 선박의 선장 겸 운항관리자인 위 망인의 선박운항 상태를 감독할 직무가 있는 피고 산하 군산지방해운항만청 해무과 직원들의 과실로 인하여 이 사건 선박사고가 발생하였다 하여 피고 대한민국에 대하여 이 사건 배상책임을 인정하였음은 정당하다고 여겨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배상책임 혹은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4. 평석

대상판결은 1993. 10. 10. 발생한 서해훼리호 사건의 유족들이 선사와 해운조합, 그리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한 사건의 판결입니다. 사실관계를 보면 최근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이 발견됩니다. 20년 전에 위와 같이 큰 사고를 겪었음에도 기본을 지키지 못하여 지금 다시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선사 측에서는 자연재해 내지 불가항력적인 사고라고 주장하였으나 최대탑재인원인 221명을 훨씬 초과한 총 362명의 여객을 승선시키고 과중한 화물 및 자갈을 실음으로써 위 선박이 이미 안전한 복원력을 갖추지 못한 채 출항했고 항해 중 이 사건 선박의 좌우현기관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과실이 인정되어 위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해운조합의 책임과 관련하여 조합에서는 당시 운항관리업무를 담당했던 선장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이므로 조합측의 책임이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으나 민법 제756조 소정의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는 법적인 고용관계에서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객관적으로 보아 그 타인의 행위가 위탁자의 지휘·감독의 범위 내에 속한다고 보이는 경우에도 인정되는 것이므로 비록 선장이 운항관리업무를 직접 담당하였더라도 조합 측은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하였고, 선박운항 상태를 감독할 의무를 해태한 해운항만청 해무과 직원들의 과실이 인정되어 그 사용자인 대한민국의 국가배상책임도 인정되었는바, 앞으로는 위와 같은 사고가 절대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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