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수 명예교수
전준수 명예교수

I. 장기전용선 계약의 목적과 구조

장기전용선 계약은 영어로는 Contract of Affreightment 이다 유럽에서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자 철강산업은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었다. 강철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과 제련용 석탄의 운송이 대량으로 이루어졌다. 철강회사들은 원광석 생산자와는 장기 계약을 통하여 원광석 구매 원가를 안정시킬 수 있었으나 원광석을 운반하는 해상운임은 변동이 심하여 때로는 높은 시장운임에 운송원가가 치솟는 바람에 전체 생산 원가구조를 안정시킬 수가 없었다. 따라서 철강회사들은 자체 선박을 건조 또는 구매하여 직접 운용하게 되었다. 또 다른 대량 운송 화물인 원유에 있어서도 원유 생산을 주도하는 오일 메이저들이 직접 유조선을 건조하거나 구매하여 운영함으로서 본격적인 Industrial Carrier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이는 선대 운영에 있어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과 계절적 요인, 때로는 전쟁의 발발이나 천재지변의 발생 등으로 적기 배선의 차질, 운영상의 위험도 증가 등, 선대 운영에 비효율성이 증대되었다. 결론적으로 전문 해상운송인에 의한 위탁운송이 훨씬 경제적이고 운송에 대한 리스크를 운송업자에게 이전시키는 것이 대형화주에게 훨씬 더 이익이 된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따라서 인더스터리얼 캐리어의 시대는 끝나고 전문 해상운송인에게 화물운송을 위임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항해용선의 형태로 운송계약이 체결되었다. 개별 항해용선계약에 의해 하나의 대량화물이 운송되었는데 이때 화물의 양에 따라 여러척의 배가 소요되거나 때로는 생산 스케줄에 따라 일정한 시간을 두고 일정한 양을 정기적으로 운송해야되는 조건이 생길 때가 많았다. 운송계약이 되어있는 특정 선박이 선적항이나 양하항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지체되거나 때로는 법률적 문제로 압류 내지는 운송이 장기간 정지될 때, 또는 항해가 시작된 후 목적항이 변경되거나 늦게 결정이 될 경우 등 많은 운항상의 불확실성과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이경우 전문 해상운송인에게 그 책임을 이전 시킬 경우 훨씬 사태 해결에 용이 하기 때문에 전문 해상운송인과의 연속적인 항해용선계약(Consecutive voyage charter party)을 추구하게 되었다. 그러나 개별적인 용선계약의 번잡성과 매번 별개의 운송계약 체결의 비효율성을 지양하고 일관성과 연속성을 가진 표준화된 운송계약 양식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목적을 위한 구체적 운송형태가 장기운송계약(COA) 이다. COA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특정의 개별선박이 아니라 계약화물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COA의 특성과 본질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COA도 본질상 다른 전통적인 해상운송계약 형태들과 마찬가지로 매매계약에 의하여 그방식이 달라지는 해상운송계약의 한 형태로서 계약 당사자인 선주와 화주간의 필요에 의해 적절하게 체결되는 융통성(Flexibility)이 큰 계약이라는 것과 COA가 전통적인 다른 해상운송 계약형태, 예컨대 정기선, 기간용선, 항해용선 및 나용선 계약 형태들의 특성이 계약 당사자들의 필요에 따라 혼합된 계약 방식이라는 것이다.

COA는 화주의 입장에서 보면 적기에 적정 선박을 확보하고 매번 번거로운 계약체결에 시간과 노력을 쓰는 일이 없이 대량의 화물을 장기적으로 안전한 화물수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 전문 해상운송인을 설득하기 위하여서는 원가보상과 적절한 이윤의 보장이 대전제가 된 것이다. 선박이 건조되면 10년부터 20년이상의 경제수명을 가지게 된다. 이 기간 안에 해운 경기변동 사이클을 3-4년으로 볼 때 최소한 3-5번의 호황을 겪게된다. 해운에 있어서의 불황기와 호황기의 운임의 차이는 최근의 예를 볼 때 2019년 평균 벌크운임지수(BDI)를 1000포인트였지만 현재는 BDI가 4000 을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호황이 지난 2020년 3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선주는 불황의 심도를 가늠하기 어렵고 그 기간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는 선박 건조에 대형화주와의 장기운송 계약을 안정적 사업 포트폴리오의 하나로서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선주가 누릴 수 있는 호황기 시장에서의 이윤 극대화의 기회를 희생하는 결과인 것이다. 이러한 장기운송 계약을 대형화주와 체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는 장기운송 계약이 없으면 선박금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선주에게는 혜택이지만 동시에 선주의 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져서 재무재표 관리에 커다란 부담이 되는 것이다. 선주가 이러한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리스크를 부담하면서도 장기운송 계약을 맺는 선택을 하는 것은 적정수준의 이윤의 보장이 있기 때문이다.

장기운송계약의 체결 시점부터 특정화주의 특정화물 운송을 목적으로 신조선이 건조되는 전용선 계약의 경우 근본정신은 화주의 편의에 의해 화주의 생산원가중 중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원료운송비를 안정화 시키는데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화주의 이익을 위해 원가보전과 적정이윤 보장이라는 반대 급부를 선주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 전용선 계약에 선주가 임할 때는 구체척인 이윤의 액수를 산정하고 그 액수에 따르는 산정방식을 만들어 내는데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 원가에 대비한 일정비율의 이윤 %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원가 대비 이윤의 %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당 항차에서 얻어낼 수 있는 이윤총액이 근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연료비의 구성이 변하는 것에 상관없이 선주가 기대하였던 이윤을 보장 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화주가 선주에게 보장하는 약속이자 전용선계약의 근본 정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83년 5월 미 일 정상회담이후 서비스 산업에 대한 교역자유화가 거론된 이래 1986년 9월 우루과이 GATT 각료회의에서 해운산업을 포함한 12개 서비스 산업에 대한 자유화가 정식의제로 채택됨에 따라 선진 해운국가들로 부터 실제적인 시장개방 압력을 계속 받게 되었다. 이때 개방과 자율화로 인한 경쟁의 가속과 심화에 대비하여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주요 정책화물의 안정적 확보 및 운송 그리고 관련 제조기업의 원가의 안정적구조 구축을 위해 장기 전용선계약을 적극 추진하게 되었다.

2. 장기 전용선 계약에 있어서 일반관리비와 이윤의 보장의 필요성

장기 전용선계약에 있어서 적절한 원가의 보상과 약정된 이윤의 보장은 장기 전용선계약의 근간이자 정신이다. 그 이유는 선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큰 편의와 이익을 화주에게 보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닥친 해운불황이 10년이상 계속되면서 장기운송 계약이 화물 확보 보증서 역할을 하게되었다. 장기운송 계약서가 선박확보 금융에 필수 조건이 되어왔기 때문에 마치 선사에게 주는 특혜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으나 해운시장이 10년 20년 정도만 지속되는 산업이 아니고 시장 상황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해운의 속성을 감안할 때 장기운송계약이 만들어 진 그 근본 취지를 숙지하고 그에 맞게 계약을 수행하는 것이 옳다고 사료된다.

해상운송사업(Maritime Venture)에 참여하는 모든 종사자중 선주들이 가장 큰 투자(선박건조, 구입)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강한(Sound and healthy) 선주의 영속적인 존재가 모두에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적절한 원가 보상의 원칙도 타산업에 있어서는 찾기가 쉽지않은 계약조건이다. 운송계약 시점에서 예상치 못했던 환율의 변동, 유가의 급등 등 제반 계약조건의 예기치 못한 변화에도 선주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들이 CAF(Currency Adjustment Freight) 환율변동조정운임이고 유가의 변동에 따라 선주에게 보상해주는 BAF(Bunker Adjustment Freight) 등이 만들어 진 것이다. 이는 계약체결 시점에 발생을 예상하지 못하여 계약조건에는 들어있지 않더라도 *“sacrifice limit” 정신에 의해 발생된 추가 Cost에 대해 비록 명시된 조항이 없더라도 *“ex gratia”를 선주에게 지급하는 것이 특히 장기적으로 운송을 수행해야하는 선주에게 주어지는 임의보상이 되는 것이다. 이는 장기운송계약이 *“generous use of a contract” 정신에 입각하여 작성되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최근에 급등하는 해상운임, 특히 켄테이너 운임에 속수무책으로 추가되는 운임을 수입업자에게 보상 받지못하고 적자 수출을 감내하는 수출무역업에 종사하는 분들과는 전혀 다른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일종의 해운업에 주어지는 특혜는 거시적으로 해상운송업이 건강하게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세계 무역업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에게 장기적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이윤의 보장은 전체 원가를 보장하고 추가적으로 일정 이윤을 보장해주는 것으로 그것이 선주가 해운업을 장기적으로 수행 유지하는 유일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특히 장기운송계약은 장기적인 계약기간중 해당 선박의 단기운임시장에서의 추가운용등 어떤 이윤창출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 선박의 경제수명이 내구 연한 수명(30년) 과 비슷할 때는 장기 운송계약이 종료된 후에도 이윤 창출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현재는 경제수명은 장기운송계약이 종료된 시점에서는 그 수명이 다하여 대부분 고철로 해체 하여야 하기 때문에 장기 운송 계약중 적정 이윤보장은 사업을 계속해야 하는 바로 그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장기 전용선 계약을 선박건조에 연결시키고 선주와 대형화주에게 반 강제적으로 참여시키는 이유가 우리나라 수출입화물의 99.7%를 해상 운송에 의존하고 있고 이런 우리나라 현실에 아직 재정적으로 허약한 국내 선주들을 돕고 국적선대의 증강과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정한 원가 보상과 이윤 보장은 정부의 국적선대 확보방안의 근본 정신이자 한국해운을 발전 유지시키는 중요한 국가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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