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선사 공동행위 관련, “공정위의 입장에 동의하기 힘들다”

법무법인 세창, 해상ㆍ무역 분야 정상급 로펌으로 인정받아

선친 故김규동 시인의 ‘귀향: 김규동의 문학과 삶’ 출간... 고독과 예술혼 내내 되새겨

 

 

김현 대표변호사
김현 대표변호사

Q. 해운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가 한일, 동남아항로 컨테이너선사의 공동행위(운임담합)에 대해 상당 액수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과 관련, 이를 어떻게 지혜롭게 대처하느냐 일 것입니다. 이에 국내 최고의 해상법 전문가이신 대표변호사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개 국내외 선사가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541차례 회합이나 연락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동남아로 가는 수출 항로와 동남아에서 한국으로 오는 수입 항로의 운임을 협의하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120차례 컨테이너 해상운송 운임에 합의 후 이를 실행에 옮겼다고 봅니다. 이런 행위의 결과로 올해 1월 962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장은 “해운법 제29조는 내용상, 절차상 엄격한 요건의 정기선사공동행위를 인정하고 있으나 이를 충족하지 않으면 정당한 행위가 아니며, 통상적인 공동행위와 마찬가지로 공정거래법을 적용한다. 해운업 특수성과 중요성을 공감하지만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난 반경쟁적 행위는 엄정하게 법 집행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해운법 제29조 제1항은 “외항화물운송사업의 등록을 한 자는 다른 외항화물운송사업자와 운임·선박배치, 화물의 적재, 그 밖의 운송조건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고 하며, 공정거래법 제116조는 “ 이 법은 사업자 또는 사업자단체가 다른 법령에 따라 하는 정당한 행위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에 동의하기 힘듭니다. 해운회사들은 기존의 운임에 대한 협의가 왜 위법해 과징금이 부과됐는지를 철저히 분석, 향후 운임 등 운송조건에 대한 공동행위 시 위법한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처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미 부과된 과징금에 대해선 행정소송으로 적극 다투어 해운회사들의 주장을 관철하고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Q. 최근 대표변호사님 선친인 고(故) 김규동 시인의 대표 시 25편과 평론가들의 문학비평 9편을 모은 책자 ‘귀향: 김규동의 문학과 삶’이 출간됐는데요. 소개 부탁드립니다.

<나비와 광장>의 김규동 시인은 모더니즘과 민족문학 양면에서 탁월한 시 작품을 남겼습니다. 2011년에 별세했고, 이번에 한길사가 발간한 <귀향>은 11주기 기념 작품집입니다. 김 시인은 정치에 있어서 여운형 선생 같은 인격의 보유, 문학에 있어서 김기림과 정지용 같은 모더니스트 시인이 보여준 예술성의 고수를 중시해 ‘문학의 사상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것이 세계문학과 같이 가는 유일한 길임을 일찍이 선언한 20세기의 모더니스트였습니다. 문학인 선언에도 여러 차례 주도적으로 참여해 우리나라의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귀향>에는 대표 시 25편 외에 새로 발굴된 시 ‘남한과의 대화’가 실렸고, 여덟 평론가들이 김규동 문학의 지적 모험, 현대성, 문학사적 의미를 다룬 신작 평론이 새롭고 충실합니다.

<귀향>에는 김광규, 마종기, 문덕수, 이시영, 김후란, 도종환, 고은, 이근배, 백낙청, 백기완, 김사인, 구중서, 민영, 이동순, 윤정모, 현기영, 김준태, 맹문재, 김병익, 염무웅, 강형철 선생을 포함한 저명 문인 28명이 김 시인의 시에 부쳤던 추모산문을 모은 정감 있는 기념문집 <죽여주옵소서> (2016년 창비 비매품 발간)가 ‘책 속의 책’ 개념으로 함께 수록되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10년 전 선친을 마석 모란공원 산소에 모시고, ‘광장의 먼지 속에서 시를 쓰신 아버지..’ 문구를 묘비 뒤에 적고 생전에 아끼던 당신의 시 ‘느릅나무에게’를 큰 돌에 새겨 드렸습니다. 저희 삼형제는 저마다 바쁘게 살다가 부친 별세 후에야 비로소 아버지의 문학을 고고학자처럼 들여다보고, 떠난 분의 심사와 고뇌를 와닿게 느끼며 후회하는 중입니다. 이 책자를 내는 일도 그러한 회환의 무게를 줄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혈혈단신으로 남쪽에 내려와, 반세기가 넘게 북녘의 모친과 형제를 그리워하면서도 세상 떠나기 전날의 저녁까지 책과 붓을 놓지 않았던 선친의 고독과 예술혼을 내내 되새기고 싶습니다.

Q. ‘법무법인 세창’하면 해상법 전문 로펌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승소한 사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법무법인 세창은 해상, 무역 분야에서 정상급 로펌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예컨대 <아시아 퍼시픽 500대 로펌> 최근 판에서도 법무법인 세창을 이 분야 국내 최고의 로펌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억에 남는 사건은, 해상운송인이 대형크레인을 운송하다가 크레인이 파손된 건입니다. 수십억원 상당의 손해배상금 청구를 해상운송인을 대리하여 세창이 방어했습니다. 해상고유의 위험, 화물 고유의 하자 내지 고박 불비 이슈와 관련해 국내외 판례를 법원에 제시하는 등 치열하게 다투었습니다. 사건은 조정으로 마무리 됐고, 의뢰인도 만족하였습니다. 또 대형선사와 공기업 간의 장기운송계약의 해석을 둘러싼 대형 분쟁이 발생하였는데 세창이 선사를 대리해 성공적으로 해결했습니다.

국내 탱커선사가 선박의 전자장비 수리를 발주하여 선내 공사가 실시되고 당해 공사의 적정성에 관하여 분쟁이 벌어진 사건에서 탱커선사를 대리해 모든 심급에서 전부 승소했습니다. 또, 선원의 부상 사고나 실종 사고에 관해 외항선박 선주 내지 P&I 클럽을 대리하여 다수의 사건을 성공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세창은 한국해운조합, 해양환경공단 같은 해양 공기업의 자문변호사로 활동하면서 해사 업무에 관한 실무적 감각을 배양하고 이를 효과적인 송무 수행으로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선원들의 직무상 사고에 대한 각종 배상 보상 청구 클레임도 다수 성공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근래에는 신조 건조 선박에 관한 선박금융 분쟁이나 계약이전 자문을 다수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물류 및 창고 영역과 전동킥보드 등 personal mobility 영역에서의 자문 및 송무 건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Q. 과거 L/G(수입화물선취보증서) 사건 등 해운, 무역관련 굵직한 사건들을 맡으면서 해운, 무역업계에 크게 어필하셨습니다. 해운, 수출입업계가 법률적으로 선제 대응해야 할 현안들은 어떤 것이라 지적할 수 있나요?

해운업체와 수출업체 사이에 클레임이 발생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소송까지 가는 이유는, 관련 계약이 부실하거나 계약 이행 과정에서 ‘무슨 일은 없겠지’라고 생각하고 서류 등 자료를 소홀히 하기 때문입니다.

업계 전체를 보면 사건이나 사고는 계속 누군가에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 당사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속단을 하지 말고 계약이나 자료를 잘 챙겨 두면, 사건이나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분쟁 없이 계약이나 자료만으로 사안이 해결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 드리자면, 계약을 자세히 규정하고 자료를 완벽하게 구비하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길이고 소송에서도 승소하는 길입니다.

그리고 해상법은 국제적 통일성을 가지고 있고 국제조약이 끊임없이 개정되어 현실과 실무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해운업계와 무역업계도 해상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우리나라가 선진 국제조약을 수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같이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Q. 업계, 관계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과거 불황 속에서 국내 굴지의 해운업체인 한진해운이 파산해 충격이 컸습니다. 이같은 불상사는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지금은 일시적인 글로벌 공급망 충격으로 해운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또 다시 불황의 늪으로 빠져 들 수도 있습니다.

체질을 강화해 이러한 해운시장 위험에 대응하면서 우리 해운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와 해운업체가 위기대응 체계를 마련해, 불황 시 해운업체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선전하고 있는 해양진흥공사가 더욱 발전하고 해운업계를 장기적으로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해진공의 자본금도 늘리고 해양수산부도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청년들이 힘든 일 하기를 외면하면서 선원수급이 쉽지 않습니다. 선사들이 외국 선원을 원활하게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갑’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 공기업들과 선사 간에 보다 호혜적이고 평등한 거래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장질서가 개편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

저작권자 © 쉬핑뉴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