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환 해수부장관, 20일 기자간담회서 조기 민영화 질문에 "단호히 'NO'"

코로나19의 후광으로 고공행진했던 해상운임이 하반기들어 급격히 하락국면에 들어서면서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피크아웃(고점 통과) 상태라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해운업계의 어닝서프라이즈 잔치는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는 것. 이에 맞물려 HMM(옛 현대상선)의 민영화가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코로나19 창궐은 긴 적자로 허덕이었던 부실기업(?) HMM을 일약 초알짜기업으로 도약케 했다. 분기당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하는 것이 이젠 당연스레다.

조승환 해수부장관이 20일 해양수산부 출입 전문지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조승환 해수부장관이 20일 해양수산부 출입 전문지 기자단과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올해 1~6월 당기순이익은 6조 648억원에 달해 작년 1년간 벌어들인 순이익(5조3371억원)을 넘었고 동기간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6조 856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영업이익은 7조3775원이었다.

아울러 HMM은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상위 100대 기업 중 영업이익률 1위를 기록했었다.

이같은 실적은 HMM의 시가총액을 껑충 뛰게 했다. HMM의 몸값이 하늘을 찌를 상황에서 새정부들어 HMM의 민영화 얘기는 핫이슈로 등장했다.

신임 산업은행 회장, 해수부장관은 HMM의 민영화를 거론하며 불씨를 당겼다. 하지만 산업은행, 해양진흥공사의 관리하에 있는 HMM의 민영화는 현실적으로 직면할 과제들이 산적하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HMM은 정상 기업이 됐기 때문에 서둘러 매각하는 게 산업은행의 원칙에선 맞다"고 밝혔다. 다만, 강 회장은 "HMM의 경우 우리나라 전체 해운산업의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정부 부처와 협의가 필요하다"고 일축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해양수산부 업무보고’를 통해 HMM에 대한 중장기 민영화 구상을 공식 언급한 바 있다. 조승환 장관은 “HMM의 상당한 흑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이 HMM을 계속 가져갈 수 없다”며 “중장기적으로 민영화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현재 HMM의 시가총액은 10조원이 넘는다. 채권단과 해수부가 민영화 여건을 조성하고 있지만 실제로 속사정은 엄두가 안나는 큰 과제 덩어리. 

너무 커버린 덩치의 HMM을 누가 인수할 것인지 물음표가 달린다. 인수할 기업은 순 현금만 수조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HMM은 한진해운 파산에 따라 민간기업 차원을 넘은 준 국영기업화돼 있는 상태다.

이에 20일 해양수산부 출입 전문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조승환 장관은 HMM의 민영화가 1~2년내 가시화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단호히 ‘NO'”라 답해 눈길을 끌었다.

해수부 고위관료 출신은 현재 상황에서 HMM을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현대차그룹의 현대글로비스가 유일하다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HMM을 인수할 기업이 국내기업으로 제한되고 사모펀드도 낄 수 없는 상황에서 현대家이면서 현금 동원력이 강한 현대글로비스를 지목하는 것은 현재로선 무리한 경우는 아니다. 현대상선이 구조조정 등 극히 어려웠던 시절 관계당국에선 현대글로비스측에 인수의향를 타진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현대글로비스는 인수의사 없음을 단호히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HMM 민영화는 거론되고 있지만 누가 앞장서 총대를 매느냐가 관건이다. 글로벌 상위 해운사는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고 있고 항공사까지 넘보고 있는 등 해운물류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HMM의 오더북을 보면 상위 선사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민영화가 늦어지면 HMM의 국제경쟁력은 하락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냉, 온탕을 오갈 해운시황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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