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9일은 훈민정음 반포 576돌이었다. 한글날을 맞아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높은 뜻을 기리고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며 한글사랑 의식을 고취하여 우리 계레의 문화적 자긍심을 드높이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 마련되어 참으로 뜻있는 하루를 보냈다.

서대남 편집위원
서대남 편집위원

한글은 1997년 UNESCO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됐고 일본어 300개, 중국어 400개에 비해 한글의 소리 표현은 무려 8,800여개에 이르는 세계 최고의 음성공학적 문자로 다시 한번 높이 평가받기도 했다. 그러나 단순히 한글의 우수성을 자랑하기 앞서 어느 나라 국민이건 자기 나라 글과 말을 정확히 알고 올바르게 쓰는 것은 국민 된 도리요 기본적인 상식이자 품격이라는 것이 평소 필자의 생각이요 소신이다.

한편 이같이 자국어 사용은 자기 의견이나 사상을 문자나 언어 수단을 통해 상대방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기초적 수단이 될 뿐 아니라 학교생활이나 학문을 연마하는 데도 밑바탕이 되고 또 의사소통의 근간이자 사회생활에서 교양이나 인격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서의 객관적 평가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들의 일상 언어 생활에서 '안'과 '않'을 구분 못하거나 '몇일'과 '며칠'을 혼동하는가 하면 '벚꽃'을 '벗꽃'으로 쓰기도 하고, '반드시'와 '반듯이'의 뜻을 혼동하고 헷갈려 쓴 식자들의 글과 일상 어문생활 주위를 살펴보면 참으로 부끄러운 사례가 한 두가지가 아니라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우리 전통 유명 가요에서도 사랑하거나 사모하는 사람 '임'과, 이름이나 직위에 붙여 그 사람을 높이 부르는 말 '님'을 혼동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상은 참으로 개탄스럽고 또 '멍든' 내 가슴을 '멍들은'으로, '설레는' 마음을 '설레이는'으로, '잠든' 아가를, '잠들은'으로,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날으는'으로, '낯선' 타향을 '낯설은'으로, '선'밥을 '설은'으로 잘 못 쓰고 노래하고 있으나 누구 하나 이를 지적하거나 고치려 들지 않고 있어 필자는 그저 한심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필자가 좋아해 잘 부르진 못하지만 자주 부르는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 노사연의 '님 그림자'는 이는 모두 '임'이라야 맞고, 원'님'이 아니라면 사랑하는 '임'도 보고 뽕도 따는 게 옳은 말이다.

흔히 우리는 서양 알파벳 어문들의 사용시에, 특히 영어의 철자, 스펠링이 틀리거나 문법에 맞지 않으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난 듯 호들갑을 떨거나 난리를 치고 야단법석들이다. 하지만 우리 글을 잘 못 쓰거나 맞춤법에 어긋난 경우에는 뭐 그까짓 것, 그럴 수도 있으려니 하고 관대하게 보거나 심지어 이를 지적받게 되면 대수롭지 않은 일에 쓸 데 없이 유식한 체 따지기를 좋아한다며 되레 핀잔을 주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그럴 때마다 필자는 짜증이 날 뿐만 아니라 너무나 안타까워 자주 비분강개하게 된다. 삼다한국(三多韓國)으로 알려진 우리나라에 교회와 러브호텔 외에 전체 인구에 비해 등단 시인이 많다는 우스개가 있긴 하지만 글을 쓸 때는 내용이나 문장력도 중요하나 성인이라면 우선 초등학생도 잘 아는 한글 맞춤법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는 당부를 드리고 싶다.

'우리말을 한글로 적는 방식을 규정한 법이 맞춤법'이고 이는 '소리나는대로 적되 어법에 맞게' 쓰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밥은 '안치다', 걸상엔 '앉히다'로 하고 팔다리는 '저리다', 소금에는 '절이다'가 맞다. “임자, 해보기나 했어?”란 말이 더욱 의미있게 해석되듯 우리 글을 바르게 안다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 쉬운 일은 아님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평생을 배우고 익혀도 제대로 읽고 쓰고 말하기가 힘든 외국어 공부에 비해 전문가나 학자가 되는 길이 아니라면 웬만큼 짜투리 시간을 이용하여 관심만 가지고 눈여겨 보기만 해도 우리글 바르게 익히기란 그리 크게 어렵잖을 것이란 게 또한 필자의 생각이다.

특히 중장년의 경우 해보지도 않고 우리 글이나 말의 바르게 익히기가 어렵다며 아예 팽개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가 지적을 받으면 겨우 한다는 소리가 우리 글이 외국어 보다 어렵다거나, 이랬다 저랬다 아침저녁으로 바뀌니 무슨 재주로 이를 따라잡느냐고 늘어놓는 푸념이 고작이다. 국어 잘 하는 사람이 외국어도 잘 한다는 말도 있거니와 우리 글과 말의 기초 위에 타국어, 인문학은 물론 공학, 의학, 우주과학도 높이 쌓을 수 있다고 고집하면 수구파로 몰아부칠지 모를 일이긴 하다.

문자를 표기나 전달매체로 하는 시나 소설 같은 문학장르나 논리 정연함이 생명인 논조나 논단에서 조차 한글표기가 틀리거나 잘 못 표현된 경우를 보면 옥에 티같아 너무나 필자 눈에 거슬리게 되고 한편 이는 글 전체를 먹칠한다는 게 필자의 확고한 지론이요 가치관이다. 개인 서한문과 연구논문서 부터 공공기관이나 정부문서 또는 외교문서 등등 공문서에 이르기까지 이같은 사례는 사전에 엄격히 차단해야 어느 분야건 문서로서의 격식과 권위를 갖출 수 있다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글을 바르게 못 쓰는 것은 문맹이란 의미와는 사뭇 다르다는 생각이다. 60년 전 군 복무시절KATUSA(주한미육군파견근무직) 근무를 하던 친구들이 미군 병사들의 편지를 대신 써 줬다는 얘기는 자주 들었다.

물론 전문적인 한글학자나 문법학자 및 활자매체와 인쇄 또는 출판매체에 종사하는 신문, 방송, 언론매체의 교정·교열부나 편집부서에 일하는 전문가 그룹도 가끔 오자(誤字) 이전에 실수를 할 가능성이 있고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활자(活字)’라고 이름 붙여진 게 아니냐는 면피성의 우스개 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긴 하다. 여하간 현학적인 논조나 미사여구로 수준높은 표현기법을 동원하는 최첨단 고급 논단이나 논문에서조차, 혹은 유식이나 식자들의 지식 경연장 같은 학회지나 학술지도 예외는 아니다.

언어 구사의 가장 모범을 보여야 할 라디오 TV 대담프로 또는 무슨 심포지엄이니 세미나니 하는 현장 청취에서 우리글이나 말의 오용 사례를 접할 때도 필자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이래선 안된단 생각을 금치 못한다. 게다가 방송을 타는 연기자나 출연자의 화법서부터 어휘 선택하며 엉터리 자막 표기를 볼 땐 더욱 그렇다. '작다'와 '적다'를 구분 못 하는가 하면 '저희 나라'가 어떻고, '저희 부인'이나 산 사람의 나이를 '향년 몇 세'로 말하거나 쓰는가 하면 심지어 글을 써 밥벌이 하는 활자매체 종사자들도 뜻만 통하면 된다거나 내용이 중요하지 '설거지'를 '설겆이'로 쓰면 뭣이 어떠냐고 반문한다면 한글맞춤법이나 도대체 표준말의 의미는 뭘까다.

그 누구도 글과 말에 완벽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고 또 맞춤법이나 표준어의 기준이 자주 바뀌다 보니 ‘짜장면’이나 ‘개발새발’도 표준어에 추가된 사실을 몰랐다거나 ‘내과(內科)’와 ‘냇과’중 어느 게 맞냐는 정오(正誤)를 이분법적으로 따지려는 게 결코 아니다. 전술했듯 우리가 우리글과 우리말에 지나치게 소홀하여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거나 더 나아가서는 잘 못 쓴 게 대수롭잖다고 여기거나 심지어 이를 지적하는 성의가 시시콜콜 하다거나 핀잔의 대상이 된다면 이는 한 나라의 어문정책의 근본과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게 필자의 평소 지론이요 지울 수 없는 우려다.

문단에 등단한 여러 장르에 걸친 전문 작가나 유명 시인 및 기타 글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글꾼(?)이 많다는 건 한 나라의 문화수준을 가름하는 측면에선 단연 돋보일 현상이다. 하지만 일반국민에 앞서 이들 전문가의 글, 특히 근년 들어 자천 타천에 의한 소위, 이름하여 무슨 무슨 문학을 통해 등단했다며 작위나 벼슬처럼 특수층 작가로 분류되는 문인들의 작품이나 글마저 더러 맞춤법이 틀리거나 문법에 맞지 않다면 작품이나 글의 문학성 혹은 작품성과는 별도로 우선 이런 천부당 만부당한 사레부터 고쳐나가는 것이 급선무라는 게 오랫적 부터 필자의 소견이다.

우리글 바르게 쓰기를 위해서는 2004년에 설립된 국립 국어원의 다양한 활동에 거는 기대와 필자가 지적한 이 같은 우리글과 말의 오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매우 밝다. 어문정책에 필요한 자료를 과학적으로 조사 연구하여 어문정책의 기반을 조성하고 국어생활에 필요한 어문 규정을 개정하거나 표준말을 사정하고 국어사전을 편찬하는 등 교양있고 표준적인 언어생활의 기초를 다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글을 쓰다가 언제고 전화를 해서 상주 전문 상담원으로 부터 즉시 도움을 받는다. 반가운 소식, 지난 10월 초 태국 방콕에서 열린 세계문자올림픽대회에서 한글이 제1위에 올라 금메달을 땄다는 보도가 가슴 설레게 했다.

영어, 러시아, 독일, 우크라이나, 베트남, 폴란드, 터키, 셀비아, 아이슬란드, 에티오피아, 몰디브, 우간다, 포르투칼, 그리스, 스페인, 남아공, 한국, 인도, 울드, 말라야람, 구자라티, 푼자비, 말라시, 오리아, 뱅갈리, 캐나다 등 세계 27개국 문자가 경합을 벌여 단연 한국이 1위를 했다니 우리 한글이 참으로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각국 학자들이 이 대회에서 자국 고유문자 우수성을, 1.문자의 기원 2.문자의 구조와 유형 3.글자의 수 4.글자의 결합능력 5.문자의 독립성 및 독자성 6.문자의 실용성 7.문자의 응용 개발성 등 올림픽 심사기준에 따라 평가했다고 한다.

그리고 세계문자올림픽의 개최 취지는 가장 쓰기 쉽고, 가장 배우기 쉽고, 가장 풍부하고 다양한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문자를 찾아내기 위함인데 우리 한글은 16개국이 경쟁한 지난 2009년 대회에 이어 또 다시 1위를 차지하며 그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이번 올림픽에서 1위는 한국의 소리문자, 2위는 인도의 텔루구 문자, 3위는 영어 알파벳이 차지했고 이번 대회에 참가한 각국의 학자들은 '방콕선언문'을 발표하고 자국 대학에 한국어 전문학과와 한국어 단기반을 설치하는 등 한글보급에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는 희소식도 전해졌다. 또한 이날 채택된 방콕선언문은 인구 100만 이상인 국가들과 유네스코에 전달될 계획이라고 한다.

한편 관련 검색자료에 의하면 컴퓨터 자판에서도 24개의 자음과 모음만으로 자판 내에서 모든 문자 입력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한글은 하늘의 축복이자 과학 그 자체라는 것이다.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낼 때, 한글로 5초만 되는 문장을 중국, 일본 문자는 35초나 걸리는 것과 비교가 된다는 논리이다. 한글의 입력 속도가 일곱배 정도 빠르다는 얘기는 정보통신시대에 큰 경쟁력이며 한국인의 부지런하고 급한 성격과 승부 근성에, 한글이 디지털문자로서 세계 정상의 경쟁력을 가진 덕택에 우리가 인터넷 강국이 됐다고도 했다. 10월 9일 한글날, 세종대왕께서 수백년 뒤를 내다본 원시안적인 정보통신, IT대왕이기도 하다고 감탄할만 하다는 것이다.

여하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자 한글 1위(글), 가장 아름다운 음악 1위(아리랑), 가장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 1위(비빔밥) 등의 영예도 누리게 됐다. 전문가도 아닐뿐더러 특별한 식견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이같이 평소 우리글과 우리말 바르게 쓰기에 관심이 많은데다가 특히 10월9일 한글날에 즈음, 필자와 같은 관심은 국민 누구에게나 보편화 되어야 할 당위성의 차원에서 앞장서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하겠단 생각에 기초하여 그간 필자 생활주변에서 주로 활자매체서 보고 들은 끔찍한(?) 사례를 보며 외국어에 앞서 기본적인 우리 글과 말 바르게 쓰고, 옳게 말하기를 생활화 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남에게도 권유할 것을 다짐해 본다.

<서대남(徐大男)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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