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     석

1. 대상판결 : 헌법재판소 2013. 9. 26. 자 2013헌가15 결정

2. 기초 사실관계

【제청법원】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당해사건】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009고단548 선박안전법위반

【사건개요】

(1)당해 사건 피고인인 주식회사 ○○은 서산시 선적 예인선인 ○○호와 골재채취용 부선인 □□호의 선박소유자인데, “위 선박들의 선장 김○철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2009. 2. 27.경, 2009. 3. 9.경 및 2009. 3. 10.경 충남 태안군 원북면에 있는 선갑지적 제49호부터 충남 당진군 송산면 가곡리 산1-209에 있는 하역장까지 만재흘수선을 초과하도록 골재 등을 적재한 채 □□호를 항해하고, 2009. 3. 25.경 평택시에 있는 평택당진항로 준설구역부터 위 하역장까지 만재흘수선을 초과하도록 골재 등을 적재한 채 □□호를 항해함으로써, 만재흘수선을 초과하여 화물을 운송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어 현재 재판 계속 중이다(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009고단548 ).

(2)제청법원은 2013. 4. 22. 당해 사건에 적용되는 구 선박안전법(2007. 1. 3. 법률 제8221호로 개정되고, 2009. 12. 29. 법률 제98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4조 제2항 중 ‘선장이 선박소유자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 제9호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선박소유자에 대하여도 동항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직권으로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심판대상】

구 선박안전법(2007. 1. 3. 법률 제8221호로 개정되고, 2009. 12. 29. 법률 제98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4조(벌칙) ② 선장이 선박소유자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선장을 벌하는 외에 선박소유자에 대하여도 동항의 벌금형에 처한다.

【관련조항】

제84조 (벌칙)

①선박소유자, 선장 또는 선박직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8조제2항의 규정에 따른 선박검사증서에 기재된 항해구역을 넘어서 선박을 항해에 사용한 때

2. 제8조제2항의 규정에 따른 선박검사증서에 기재된 최대승선인원을 초과하여 승선자를 탑승한 채 선박을 항해에 사용한 때

3. 제8조제2항의 규정에 따른 선박검사증서에 기재된 만재흘수선의 지정된 위치를 위반하여 선박을 항해에 사용한 때

4. 제15조제2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국토해양부장관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선박의 길이·너비·깊이 또는 선박의 용도를 변경한 때

5. 제17조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선박검사증서등을 소지하지 아니하거나 그 효력이 정지된 선박검사증서등을 소지하고 선박을 항해에 사용한 때

6. 제17조제2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선박검사증서등에 기재된 항해와 관련한 조건을 위반하여 선박을 항해에 사용한 때

7. 제23조제8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컨터이너형식승인판이 부착되지 아니한 컨테이너를 선박에 적재한 때

8. 제27조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만재흘수선의 표시를 은폐·변경 또는 말소한 때

9. 제27조제2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만재흘수선을 초과하여 여객 또는 화물을 운송한 때

10. 제29조제3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선설비를 갖추지 아니하고 선박을 항해에 사용한 때

【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요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내용이므로,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 원칙에 반한다.

3. 판시사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장의 범죄행위에 관하여 비난할 근거가 되는 선박소유자의 의사결정 및 행위구조, 즉 선장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대한 선박소유자의 독자적인 책임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선박소유자가 고용한 선장이 업무에 관하여 범죄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선박소유자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과하고 있는바, 이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하여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으로서,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

 4. 평석

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박소유자가 고용한 선장이 선박소유자의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면 곧바로 선박소유자에게도 선장에 대한 처벌조항에 규정된 형을 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장의 범죄행위에 대한 선박소유자의 가담 여부나 선장의 행위를 감독할 주의의무의 위반 여부를 선박소유자에 대한 처벌요건으로 규정하지 아니하고, 달리 선박소유자가 면책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규정하지 아니하고 있어, 결국 선장의 일정한 행위가 있으면 선박소유자가 그와 같은 선장의 범죄에 대하여 어떠한 잘못이 있는지를 전혀 묻지 아니하고 곧바로 선박소유자를 선장과 같이 처벌하게 됩니다.

나. 형벌은 범죄에 대한 제재로서 그 본질은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된 행위에 대한 비난입니다. 만약 법질서가 부정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결과의 발생이 어느 누구의 잘못에 의한 것도 아니라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에게 형벌을 가할 수는 없습니다. 이와 같이 ‘책임 없는 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 없다’는 형벌에 관한 책임주의는 형사법의 기본원리로서,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에 내재하는 원리인 동시에, 헌법 제10조 의 취지로부터 도출되는 원리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할 경우, 선박소유자가 선장의 위반행위와 관련하여 선임ㆍ감독상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경우까지에도 선박소유자에게 형벌을 부과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다. 이처럼 이 사건 법률조항은 선장의 범죄행위에 관하여 비난할 근거가 되는 선박소유자의 의사결정 및 행위구조, 즉 선장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에 대한 선박소유자의 독자적인 책임에 관하여 전혀 규정하지 않은 채, 단순히 선박소유자가 고용한 선장이 업무에 관하여 범죄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선박소유자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과하고 있는바, 이는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하여 그 책임 유무를 묻지 않고 형벌을 부과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리 및 죄형법정주의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원칙에 반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입니다.

라. 이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책임주의원칙에 관한 입장은 이 사건 결정 이전에도

영업주가 고용한 종업원 등의 업무에 관한 범법행위에 대하여 영업주도 함께 처벌하는 청소년보호법(2004. 1. 29. 법률 제7161호로 개정된 것) 제54조 중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 종업원이 그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51조 제8호 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개인에 대하여도 해당 조의 벌금형을 과한다”는 부분에 관한 위헌결정(헌법재판소 2009. 7. 30. 자 2008헌가10 결정)에서도 확인된바 있는 헌재의 기본적인 입장이라 할 것입니다.

마. 이 사건 심판조항은 구 선박안전법(2007. 1. 3. 법률 제8221호로 개정되고, 2009. 12. 29. 법률 제98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4조제2항인바, 이 사건 심판이 심리되고 있던 2009. 12. 29.에 위 조항이 개정되어 “다만, 선박소유자가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단서 조항이 추가되었으므로 현재로서는 이 사건 결정에서 지적되고 있는 위헌성이 제거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한편 위헌 결정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은 그 결정이 있은 날로부터 효력을 상실하는 것이 원칙이나, 예외적으로 형벌에 관한 법률 또는 법률의 조항이 위헌으로 선언되는 경우에 그 결정은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원칙적으로 소급효를 갖는 것과 같은 예외가 인정되고 있으므로 개정 전 선박안전법 조항에 의하여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자는 그 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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