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물류관련 협회의 흥망성쇠를 보면 국내 해운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다. 1970년대초 정부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외국 유수선사들이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 국내에 해운대리점을 설립하는 러시를 이뤘다. 당시만 해도 국적해운사들의 숫자나 입지가 크게 약한 상황이기에 외국선사들이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 수송을 거의 대부분 점유할 시기다.

이에 관련협회는 한국선주협회와 힘겨루기(?) 까지 할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감한 이해 관계가 얽혀있을 때는 상당한 목소리를 냈던 곳이 한국선박대리점협회(현 한국국제해운대리점협회)였다.

이후 해운부대업이 등록제로 바뀌는 개방화, 외국인 투자가 허용되면서 유수 외국선주들은 국내에 대리점 대신 지사를 설치하는데 올인했다. 협회 명칭도 한국국제해운대점협회로 바뀌었다. 외국선사주재원협의회도 별도 활동하며 압력(?) 모임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국선박대리점협회에서 한국국제해운대리점협회로의 변경과 함께 협회의 위상은 급격히 약화됐다. 조직도 크게 슬림화돼 버렸다.

한때는 조직구성이 상근 전무이사, 사무국장 등을 위시해 직원이 10여명이나 됐다. 제대로 조직이 짜여져 있었고 전무이사 자리는 교통부, 해운항만청 출신들이 독차지 했었다.

하지만 현 한국국제해운대리점협회는 사무국장 1명과 사무직 여직원 1명이 고작이다. 물론 외국 지사가 준회원으로 있다보니 정식 회원수가 크게 준 탓도 있지만 국제해운대리점업계나 외국지사 관계자들의 협회에 대한 필요성이나 열의가 크게 식었기 때문으로 해석.

우리나라가 해운강국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외국선사들의 역할이 큰 몫을 했다. 해운 원로분들 대부분은 국제해운대리점사 출신들이다.

협회의 기능과 역할을 배가하기 위해선 협회 회장을 비롯한 사장단들의 책임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운법상 국제해운대리점업과 지방해운대리점업의 명칭이 '해운대리업'으로 통합되면서 지방해운대리점사들의 권익단체인 한국해운대리점협회와의 통합도 시도한 적이 있다. 이같은 현안들이 묻혀 버리고 있는 셈이다. 

회원사들이 외국선사의 국내대리점, 지사들이라는 점에서 협회가 활성화돼 국내에서 운영, 영업 상 애로사항 등 당면과제들을 면밀히 파악한다면 해운업계 전반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반면 현 한국국제물류협회(전 한국복합운송주선업협회)의 성장세를 보면 한국국제해운대리점협회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한국항공화물협회와 한국해상운송주선업협회가 합병돼 만들어진 한국복합운송주선업협회는 등 포워딩업이 등록제로 변경되자 급성장하며 지금의 한국국제물류협회를 탄생케 했다.

등록제 이전에는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활동하는 포워딩업체가 70여개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개방화 물결을 타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현재는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을 정도이다. 3~4천여개사가 영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잠정 집계될 뿐이다.

한국국제물류협회는 지난해 국제물류협회(FIATA) 부산 세계총회를 개최하며 입지를 완전히 굳혔다.

원제철 회장 취임이후 협회의 활동 영역이 크게 확대되고, 이에 따른 알맹이있는 보도자료들이 작성되고 있다. 대외적으로 포워딩업계를 홍보키 위한 다양한 행사도 눈에 띈다. 그간 틀에 박혔던 내용과는 다른 협회의 역할이 수행되고 있다.

한국국제해운대리점협회와 한국국제물류협회의 위상의 뒤바뀜은 시대적 변화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협회 구성원들의 책임의식과 열정의 차이에서도 초래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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