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산업에 갑(甲), 을(乙) 관계?...노노(勞勞)갈등으로 왜곡될 소지 지적에 귀 기울여야

우리는 일반적으로, 권력이나 권리관계에서 우위에 있는 사람이나 단체를 ‘갑(甲)’ 이라 통칭하고, 상대적 약자를 ‘을(乙)’ 이라 부른다. 모든 인간관계나 계약관계에는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이런 자리매김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해운산업에도 다양한 서비스 구간마다 이러한 질서(?)가 존재함을 부인할 수 없다.
선사는 보통 서비스 영역의 최정점에서, 크게는 터미널, 조선소(신조, 수리) 등과 계약관계에 있고 일상업무에서는 중개인, 대리점, 선용품공급자, 항만서비스 용역자 등 소규모 업체의 지원을 받는다. 선사가 대부분 갑(甲)의 위치에 있게 된다.

그러나 선사의 일상계약에서 갑(甲), 을(乙)의 개념은 주문자와 도급자의 관계일 뿐이지, 소위 권력에 의한 부당하고 잘못된 행위를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인천항만공사 전 사장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은 것에 대해, 해운계에서도 심히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첫째, 모든 법의 처벌규정은 궁극적으로 범죄나 사고 예방에 그 원인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기업 최고경영자의 인신구속으로 그 예방을 강화할 수 있다는 시각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둘째,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선사의 일상계약에서 선사의 권리는 ‘일의 완성’을 청구하는 것 외에 별다른 권력을 행사할 수 없으며, 오히려 도급자의 요청을 무시할 경우 작업지연으로 이어져 결국 선사의 영업손실로 귀결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사용자와 피사용자 더 나아가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이분법적 사고의 틀에 갇혀 갑(甲), 을(乙)의 표현을 구태의연한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대부분의 일상계약에서 최고경영자의 위임을 받은 담당임직원 전결이 대부분이며, 이들 또한 육상근로자이기에 전혀 타방 노동자에 대한 권력이나 권리행사와는 거리가 멀다고 항변하는 것이다.

해운산업은 국제경쟁에 완전히 노출된 사업이다. 특히, 국제적인 안전, 보건 스탠다드에 미치지 못하면 항만국통제(PSC)나 선급(CLASS) 통과가 어렵기 때문에, ‘고의적인’ 태만이나 기준미달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갑(甲), 을(乙)의 시각으로 안전, 보건 시스템을 재단하고, 급기야 최고경영자를 인신구속하는 판결에 대해 해운계 전체가 패닉상태에 빠졌다고 하는 것도 과장이 아니다.

물론, ‘안전확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하지만 ‘안전확보’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혹시 발생했을 경우 ‘신속한 조치’를 수립하는 방향으로 설정돼야지, 징벌적 인신구속으로 국가가 대응한다면 기업가 정신을 훼손하고 오히려 노노(勞勞)갈등으로 왜곡될 소지가 있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저작권자 © 쉬핑뉴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