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아쉬운 결과, 그러나 강력한 친환경 강화 드라이브 확인

-조선업에서의 환경규제, 근본적으로 강행조치는 어려워

-늦춰져 온 탱커 발주, 경제적 조치 없더라도 이제는 늘어날 것

 

7월 3~7일 열린 IMO(국제해사기구)의 MEPC(해양환경보호위원회) 80차 회의에서 회원국들은 2050년까지 GHG(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기존 2008년 배출량 대비 50% 감축에서 100% 감축(넷제로)으로 강화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2050년 100% 감축까지의 중간 실행 목표로는 2030년까지 20~30%, 2040년까지 70~80%를 제시했으며, 목표 달성을 위해 5년마다 달성 여부를 점검키로 했다. 다만 중간 실행 목표는 강제성이 없으며 2050 목표 달성을 위한 ‘체크포인트’의 성격이다.

친환경 전환으로의 목표는 강화됐으나 사실상 이번 회의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경제적, 기술적 부가조치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반쪽 합의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회의 전 논의됐던 경제적 조치(탄소 배출에 대한 부담금 부과) 및 기술적 조치(연료유에 대한 배출목표 산정) 등은 추가적 협의의 대상으로 남겨지게 됐다. 탄소 배출에 대한 부담금 혹은 탄소 자체에 대한 가격 산정은 여전히 검토 중이며 2025년까지 가격 메커니즘 채택, 2027년에 규제 도입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었다.

경제적 부가조치가 수반되지 않은 이번 합의는 친환경 선박 발주를 체감적으로 증가시킬 만한 이벤트는 아니었다고 볼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가의 반대로 경제적 조치의 당장 도입은 어렵게 됐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떠한 환경규제도 선박 발주를 단기적/가시적으로 자극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2027년으로 시기가 다소 늦춰지기는 했지만 경제적 부가조치의 도입이 가시권 안에 있다는 점은 충분히 긍정적이다.

다른 업종에서도 쉬운 것은 아니지만 조선업에서는 특히나 그 물리적 특성상 강행조치를 도입하기가 더 어렵고, 사실상 불가능하다고도 판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거대한 규모와 높은 건조비용, 긴 건조기간을 감안할 때 어떠한 규제가 도입되더라도 당장 운항중인 선박을 폐선하거나 신규 발주를 결정할 수 있는 선주는 없다. 자동차만 하더라도 안전 규정은 국가별로 상이하나, 국가간 해상을 운항하는 선박은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규제가 적용돼야 하기 때문에 이해 관계자가 무수히 많고, 그 합의과정 또한 복잡하고 지난하다. 이는 일부 국가의 강한 반대로 경제적 규제가 도입되지 못한 이번 회의결과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선박의 침몰 방지와 해양오염 방지를 위해 도입됐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조치 중 하나인 이중선체 규제마저도 완전히 시장에 정착하기까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선박의 수명주기가 20~25년임을 감안할 때, 안전에 직결된 필수 규제였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규제 때문에 선박 발주가 크게 앞당겨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조선업에서 환경 규제는 휘발성 호재가 아닌 중장기적 패러다임의 변화로 접근해야 하며, 그 중심에는 기술의 발전이 있다. 2050년 넷제로를 위해 현재 가장 유력한 연료는 수소이지만 현실화 과정에서 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의 중간단계 연료를 거칠 수밖에 없다. 연료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엔진과 선박설계, 건조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설계, R&D 능력을 보유한 일부 상위 업체들이 시장 선도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즉 환경규제는 한국 조선소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이고 중장기적으로 뒷받침해 줄 강력한 배경이 된다는 주장이다.

친환경 전환을 위한 많은 조치(IMO 2020, EEXI, CII 등) 가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탱커 선주가 별다른 반응을 하고 있지 않는 것도 환경 규제의 이러한 특성 때문이다. 특히나 탱커는 컨테이너선에 비해 1) 운항속도를 늦추기가 용이하고 2) 화물이 무거워 D/F 엔진 적용 시 연료탱크 증가로 본화물의 운송능력이 직접적으로 저하되며 3) 기항지에서의 벙커링이 어려운 한계로 아직까지 D/F 엔진 등 적극적인 친환경 솔루션이 많이 도입되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강화되고 있는 환경규제로 탱커 선주는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굳이 2050년 넷제로 목표까지 가지 않더라도, 2030년 20~30% 감축과 2040년 70~80% 감축을 위해서는 최소한 탄소배출량을 20% 이상 줄일 수 있는 LNG D/F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조치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지만 기준이 강화된 이번 협의안을 보면서 탱커 선주들은 상당한 친환경 전환 압박을 느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부족한 수급 상황과 맞물려 머지 않아 발주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변 애널리스트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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