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밀, 60년 관측 이래 최저 수확량 예상

러시아, 흑해곡물협정 종료 선언으로 전 세계 밀 공급 차질

시카고 밀 선물 가격 하루새 8.5% 급등

KOTRA(뉴욕무역관 정진수)는 25일 "미국 가뭄, 흑해곡물협정 종료 그리고 급등한 밀 가격" 리포트를 발표했다. 

60년 관측 이래 밀수확 최소량

미국 고평원(high Plains) 지역의 가뭄으로 미국 밀 생산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월스트릿저널은 지난 7월 17일, 미국의 대표적인 밀 생산지인 캔자스주가 2년 연속 이어진 가뭄으로 인해 60년 관측 이래 최악의 밀 수확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캔자스주 겨울밀 경작 지역의 93%가 가뭄을 겪고 있으며, 절반 가량은 그 정도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캔자스주에서 경작 중인 겨울밀의 절반 이상이 하급품(poor) 혹은 그 이하이며, 수확량은 에이커당 29부셸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2021년에 에이커당 52부셸이 수확된 것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캔자스주 서남부 지역에서 4000에이커 규모의 겨울밀 농사를 짓고 있는 밀러샤스키(Millershaski)씨는 월스트릿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쯤이면 금색으로 물들며, 허리까지 키가 자라야 하는 밀이 무릎 높이에도 미치지 못해 90% 이상이 수확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수십 년 동안 농사를 지어왔지만, 올해가 최악의 해”라며, “수확 예상량이 너무 적어 추수하는 비용이 더 많이 지출돼 손해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수확을 포기하는 농부가 많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캔자스대학의 댄 오브라이언 교수는 “5~6월에 있었던 집중 호우가 옥수수, 수수 등 지금부터 파종하는 작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지만, 지금이 수확철인 겨울밀은 어떠한 혜택도 받지 못했다”며, “지난해에도 가뭄이 들었으나 토양이 머금고 있던 수분을 흡수하며 밀 경작이 어느 정도 이뤄졌지만, 올 해는 그마저도 없어 식물이 전혀 성장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전했다. 캔자스 밀 재배자 협회(Kansas Association of Wheat Grower)의 마샤 보스웰(Marsha Boswell)은 “상대적으로 비가 더 많이 오는 캔자스주 동쪽 지역은 조금 나은 상황이지만, 추수를 포기한 부분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미 농무부의 7월 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 밀 수출 예상량은 7억2500만 부셸로, 지난해(7억5900만 부셸)보다 4% 감소했으며, 이는 1971년 이후 최저치다. 특히, 캔자스주의 주생산 품종인 경질 적색 겨울밀(Hard red winter wheat)은 1억9000만 부셸로 전년대비 3400만 부셸 감소했다. 미국은 세계 5대 밀 수출국으로 전 세계의 빵 바구니 역할을 해왔다. 월스트릿저널은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밀 생산량 감소, 러시아 및 동유럽의 밀 과잉 수출, 높은 철도 및 운송 비용, 강달러 기조 등으로 세계 밀 시장에서 미국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면서 밀 재분 기업들이 유럽 밀을 수입해야 할 실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밀 협회(US Wheat Associates)의 빈스 페터슨(Vince Peterson) 대표는 지난 5월 “폴란드산 밀이 미국 경질 적색 겨울밀보다 메트릭 톤당 107달러 저렴했다”며, “내가 들어본 가장 큰 무역 마진”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갑작스러운 흑해곡물협정 종료

지난 7월 17일, 흑해곡물협정 만료를 몇 시간 앞둔 시점에 러시아가 돌연 협정을 연장하지 않고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중단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재개를 위해 2022년 7월 22일, 120일 기간 체결된 협정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가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 하에 흑해 항로를 통해 양국 곡물 및 비료를 안전하게 수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흑해곡물협정이 체결된 이후 120일 기한으로 계속 연장해 오다 지난 5월 러시아의 요구로 기한이 60일로 축소됐으며, 7월 17일 만료 몇 시간 전 러시아가 그동안 합의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면서 돌연 협정 연장을 거부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이행 종료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불안정한 식품 가격으로 전 세계가 이미 고통을 받고 있는데 러시아의 이 같은 결정으로 세계 수백만 인구가 굶주릴 위기에 처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협정 종료 후 우크라이나의 3개 항구 중 하나인 오데사항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농업부는 7월 19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오데사항 남부와 인근 도시를 공격해 6만 톤의 곡물과 주요 기반 시설이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밀 선물 가격 급등

미국 가뭄으로 인해 밀 수확량이 현저히 떨어져 밀 가격에 상방 압력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흑해곡물협정이 종료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밀 선물 가격이 급등했다. 월스트릿저널은 7월 19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해 세계 식량 공급망에 위협이 가해졌던 2022년 2월 이후 밀 가격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hicago Board of Trade, CBT)의 연질 적색 겨울밀은 수요일 하루에만 전일 대비 8.5% 상승해 부셸당 7.28달러에 거래됐으며, 경질 적색 겨울밀은 전일 대비 5.3% 상승해 부셸당 8.67달러에 거래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긴장이 시작된 이후 2022년 5월 밀이 부셸당 11.175달러에 거래된 이후 지금까지 그보다 낮은 가격으로는 거래됐다. 월스트릿저널은 지난 수요일 밀 선물 가격이 급등한 것은 트레이더들이 식량안보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사점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밀 수출 규모(HS Code 1001.00 기준)는 83억5774만 달러로 전년대비 15% 증가했다. 이 중 한국은 5위 수출국으로, 지난해 미국의 대한 수출 규모는 4억7751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대비 4.14% 감소했다. 점유율 또한 5.76%로 전년대비 1.22%p 하락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호주에 이어 한국의 2위 밀 수입대상국이며 지난해 미국은 한국 밀 수입 시장에서 31.2%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국가다.

밀은 국수, 라면, 스낵류 등을 만드는 밀가루의 원료로 한국 식품업계에서 필수 식자재로 여겨진다. 식품 제조업에 종사중인 A씨는 뉴욕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밀을 포함한 곡물 가격 상승이 지금 당장 제품 가격에 변동을 주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밀 자급률이 2020년 0.8%에서 조금씩 성장해 2023년 2.2%까지 반등했다. 그러나 아직은 부족한 양으로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고평원 지역의 가뭄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주요 밀 수입국의 수출량 변동과 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곡물 수입국의 생산 동향과 국제 정세 등을 면밀히 살피고 대비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자료: Wall Street Journal, CNBC, Nature, Bloomberg, Chicago Board of Trade, USDA, US Drought Monitor, U.S. Department of Commerce, 한국무역협회, 농림축산식품부, KOTRA 뉴욕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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