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합의안 마련 위한 3자간 협상 진행 중...3차 협상 9월 7일 개최

-연내 타협점 도출 목표이나, 입법 기관별 상이한 입장으로 도출까지 난항 전망

-EU 기업들의 강화된 인권・환경기준 요구 가능성... 신속한 공급망 관리 프로세스 점검 필요

KOTRA(브뤼셀무역관 김도연)는 11일 "EU 공급망 실사 입법 동향…어디까지 왔나" 리포트를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이에 따르면 역내외 뜨거운 감자인 EU 공급망 실사법에 대한 입법 논의가 본격 진행되고 있다. 공급망 실사법의 정확한 명칭은 ‘지속가능한 기업 공급망 실사 지침(Directive on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으로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인권과 환경 분야 내 실사를 의무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법안이다. 현재 유럽에서는 기업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실사를 이행하고 있지만 참여도가 저조하며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일부 회원국에서 실사법을 시행 중*이나 국별 규제 수준이 상이해 EU는 공급망 실사법을 통해 유럽 차원의 공통된 규제를 수립하고 회원국별 다른 제도를 일원화한다는 계획이다. 

* 독일(Supply Chain Act (LkSG)), 프랑스(LoiVigilance), 네덜란드(Dutch Child Labour Due Diligence Law) 등

공급망 실사 지침은 아직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 집행위가 2022년 2월 법안 초안을 상정한 후 2022년 12월 EU 이사회가 이사회 차원의 입장을 발표했으며, 지난 6월 1일 유럽의회가 최종 입장을 채택하며 입법기관 별 입장이 모두 확정됐고 최종 합의 도출을 위한 3자 협상(trilogue)이 진행되고 있다. 3자 협상은 6월 8일 개시된 후 현재까지 총 세 차례 진행됐다.

공급망 실사 지침 주요 내용(집행위 초안)

실사 분야: 인권 및 환경

실사 대상 분야는 인권과 환경 분야이며, 집행위는 UN의 기업·인권 이행지침 및 OECD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했다.

<인권 및 환경기준 예시(부속서 part I, II)>

・ (인권) 국제인권협약, 근로조건(합리적 노동시간, 임금, 근무환경 등), 아동노동·권리협약, 강제노동·인신매매 금지, 뇌물 및 부패 방지, 결사의 자유, 단결권, 단체교섭권 보장 등

・ (환경)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대기·토양·삼림·해양·수질 오염, 천연자원 과소비, 폐기물 관리, CITES 협약, 수은 미나마타 협약, 잔류성 유기오염 물질 관련 스톡홀름 협약, POPs 협약,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른 오존층 파괴물질 규제, 유엔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 등

* 세부 항목은 지침 부속서 참고 바람(링크 바로가기)

적용 대상 기업

EU에서 활동하는 역내·외 대기업과 고위험 산업(섬유, 광물, 농업·임업·수산업)에 속하는 중견기업이 지침 적용을 받는다.

실사 절차

실사는 공급망 상 인권 및 환경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식별하고 문제 발생 시, 시정 후 관련 내용을 공개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6단계로 정리될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실사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기업정책으로 통합, 즉 내재화를 시켜야 한다. 두 번째로는 공급망 상 실제적이고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요인을 파악해야 하는데 이때 공급망은 생산이나 공정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제조부터 유통, 그리고 사용단계까지의 전체적인 사이클을 의미한다. 세 번째로는 식별한 부정적 영향을 위험도가 높은 순으로 예방하거나 완화, 최소화, 또는 제거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적절한 조치는 협력사와의 실사 준수 계약 조항(contractual assurances) 체결, 피해 발생 이전 상황으로의 복구 조치, 기업 활동 재조정, 협력사의 실사 준수 여부 확인을 위한 독립적인 제3자 검증 시행, 협력사로의 재정·행정적 지원 등을 들 수 있다. 네 번째로는 직원들이나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한 고충 처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고충 처리 시스템은 이전단계인 적절한 조치 이후에 마련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실사 이행의 전반에 걸쳐 운영돼야 한다. 이 밖에도, 기업은 실사가 올바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며, 매년 기업 웹사이트에 실사의 이행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제재

위반 시 금전적, 행정적 제재가 부과되며 기업 또는 협력사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는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제재는 위반 수준을 고려해 회원국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며, 벌금 외에도 공공조달 입찰 배제나 수출금지 등의 행정적 제재도 부과될 수 있다.

경영진 의무

지침 적용을 받는 기업은 지속가능한 전환, 파리협정 등 EU의 기후변화 목표에 부합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지속가능 목표에 대한 성과는 경영진 보너스에 반영된다.

공급망 실사법 관련 EU 이사회 입장

이사회는 집행위가 제안한 실사 범위를 전체 가치사슬(Value chain)이 아닌 생산, 공급, 유통, 운송, 저장 및 폐기로 한정하고 제품·서비스 사용단계의 다운스트림은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기업의 지속가능 목표 성과와 경영진 보너스를 연동하는 내용은 삭제하도록 했다. 금융산업의 경우 회원국 재량에 따라 적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으며 기업 규모별 법안의 적용 시점을 다르게 두고 발효 후 3~5년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유럽의회 입장

유럽의회의 경우 적용 대상 기업에 고위험 산업군을 제외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모기업(ultimate parent company)을 추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사 범위와 관련해서는 이사회와 마찬가지로 생산, 공급, 유통, 운송, 저장, 폐기로 지정하고 제품·서비스 사용단계의 다운스트림은 제외했다. 이 밖에도, 단일시장조화 조항을(single market clause) 새로 도입해 회원국의 국내법 전환 시 해당법과 이 지침의 규제 수준이 일치하도록 했다. 기업의 실사 공개 관련해서는 자사 웹사이트에 EU 공식 언어 중 하나로 실사 내용을 게시함과 동시에 유럽 전자통합공시시스템(ESAP)* 수집기관에도 해당 정보를 제출토록 했다. 이사회가 반대한 지속가능 목표 이행 성과와 경영진 보너스와의 연계 적용에 대해서는 직원수 1000명 이상인 기업에 한해 적용하도록 했으며, 법안의 적용 시점은 대상 기업 규모에 따라 발효 후 3~5년부터 적용하자는 입장이다.

입법기관별 쟁점별 이견

지난 6월 1일 의회의 입장 채택을 마지막으로 집행위, 유럽의회 및 EU 이사회 등 입법기관간 입장은 모두 드러났다. 그러나 실사법을 좀 더 강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회와 친기업 입장에서 규제를 완화하자는 이사회의 입장이 팽팽해 합의도출까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먼저, 공급망 범위를 보더라도 집행위는 가치사슬의 모든 단계로 규정한 반면, 의회와 이사회는 다운스트림인 제품・서비스의 사용단계는 제외하고 생산에서 폐기과정까지로 공급망 범위를 보다 좁히자는 견해다. 

적용 대상 기업 규모 역시, 집행위와 이사회는 직원수 500명 및 매출액 1억5000만 유로가 넘는 대기업과 고위험 산업군에 속하는 중견기업에 적용하자는 입장이나, 의회는 고위험 산업군을 없애고 대상기업 기준을 직원수 250명과 매출액 4000만 유로로 대폭 낮추는 한편 최종 모기업을 새로 포함시켰다. 이 밖에도, 경영진 보너스와 지속가능 성과의 연계 적용에 대해서도 대립 중인데, 집행위와 의회는 보너스를 성과에 연동하게 되면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노력할 것이라 여기며 찬성 중이지만 친기업 성향인 이사회는 연동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한편, 집행위와 의회는 여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금융 분야도 적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이사회는 회원국 재량으로 국별 적용 여부를 결정하자는 견해이다.

3자 협상 동향

6월 8일 3자간 협상이 개시된 후 현재까지 3차 협상이 진행됐으나(최종 협상은 9월 7일) 기관별 입장이 팽팽해 큰 진전은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지 언론 Politico에 따르면, 9월 7일 진행된 3차 논의에서 협상단은 단 한 줄의 문구도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프랑스 및 독일 산업계는 협상을 앞두고 역내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규제 수준을 보다 완화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동 성명문을 발표했다. 업계는 현재 제정 중인 규제 수준이 너무 엄격해 기업의 행정적·금전적 부담이 크며, 이대로 시행되는 경우 유럽을 철수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 우려하며 아래와 같이 요구하고 있다.

시사점

EU는 올해 말까지 큰 틀의 타협점을 찾고 2024년 6월 유럽선거 이전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나, 주요 쟁점별로 이사회 및 의회 간 의견이 대립하고 있어 합의 도출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3자 협상은 11월에 개최될 예정이며, 협상 진행 과정에서 법안 내용이 변동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입법기관 간 논의 동향에 대해 면밀히 주시해야 할 것이다.

한편, 공급망 실사법이 시행되는 경우 규제를 직접 적용받는 기업들은 전체적인 공급망 매핑을 시작해 추적이 가능한 공급망 구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의 실사 진행에 있어 어려운 장애요인 중 하나는 공급망 상에 놓인 협력업체의 인권 및 환경 관련 데이터 수집이므로, 투명한 공급망 구축을 통해 민사적 손해배상 책임이나 제재 부과 위험에 조기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침을 직접 적용받는 기업이 아니더라도 공급망상에 있는 기업들의 간접적인 영향이 예상되며, 협력사 선정단계부터 EU 기업들의 높은 인권 및 환경기준이 요구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EU 실사 기준을 선제 적용하는 등 신속한 공급망 관리 프로세스 점검이 필요하다. EU 집행위가 공급망 실사법 초안을 만들 때 토대로 삼은 UN의 기업과 인권 지침서, OECD의 기업 실사 지침을 살펴볼 수 있으며,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국내기업을 위해 발간한 공급망 실사 대응 전략 ‘K-ESG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봄 직하다.

유럽 공급망 실사법은 규제를 직접 적용받는 대상기업이나 공급사, 협력사 모두에게 있어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는 법안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특정국에 치우친 것이 아닌 전 세계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법이므로, 이번 EU 실사 규제를 기회로 삼고 다른 기업들 대비 좀 더 빠르게 준비체계를 갖춘다면 오히려 다른 국가 내 경쟁기업들 대비 더 우수한 공급망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료: EU 집행위, 유럽의회, EU 이사회, Politico 등 현지언론 종합 및 KOTRA 브뤼셀 무역관 보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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