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의 상품 배송구조 변화가 택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변곡점에 선 물류 3사, 택배업 성장세 둔화에도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이유는? - 쿠팡의 상품 배송구조 변화가 택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이에 따르면 물류 3사로 불리는 씨제이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의 가파른 성장 뒤에는 택배사업의 역할이 지대했다. 소비패턴 변화와 전자상거래 확대 등에 힘입어 택배 물동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는데,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020년에는 비대면 거래 활성화, 서비스에서 재화로의 소비력 이전 등으로 택배물량이 전년 대비 20.9%가량 급증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택배산업은 과거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2022년 이후 엔데믹 전환으로 물동량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으며, 쿠팡 등 유통업체의 자체배송 비중 확대로 택배사들이 기존에 소화하던 외주물량이 이탈하고 제3자 배송 기반 정립에 따른 경쟁 심화가능성 역시 제기되고 있다.

2021~2022년 호재가 계속되던 국제물류사업에서도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물동량 감소 및 운임 하락 등 비교적 비우호적인 업황이 이어지고 있어 물류사 성장 기조 유지에는 추가적인 동력 확보가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택배물동량은 2021년까지 높은 성장세[2018~2021년 택배물량 성장률(CAGR) 12.6%]를 보였다. 소비패턴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중심의 적극적·일괄적 구매행태에서 상품간 가격비교가 용이하고 소규모 구매가 가능한 소극적·합리적 행태로 변화하였으며, 전자상거래 기술 발전으로 모바일 쇼핑과 해외직구·역직구 물량도 꾸준히 증가했다. 전체 가구수 및 1인가구 비중 증가 등으로 필요 택배서비스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외부생활반경 축소로 서비스 대비재화 구매 비중이 확대되고 비대면 구매가 더욱 활성화되면서 물류사 사업실적 또한 가속 성장할 수 있었다.

2020년 하반기부터 큰 폭으로 상승한 운임 역시 시장규모 확대에 기여했다. 택배산업 특성상 품질차별화가 어렵고 경쟁강도가 높아 단가 하락세가 지속되었던 2019년 이전과 달리, 코로나19 이후 택배수요가 크게 확대돼 상위업체들의 시장지배력 및 운임교섭력이 제고되고 택배기사 과로사 이슈로 산업 내 단가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결과다. 과거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낮은 수준의 운임을 유지하던 업계 1위 씨제이대한통운이 수익성 개선 방향으로 전략을 변경함에 따라 선제적 운임 인상을 계속하고 있는 것 또한 단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다만, 엔데믹 전환 이후 택배산업 분위기가 달라졌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성장하던 물동량은 일상 회복과 경기 침체 등으로 성장 속도가 둔화[전년 대비 2022년 택배물량 성장률 (-)0.8%, 전년 동기 대비 2023년 6월 누계 택배물량 성장률 (-)0.1%]됐으며, 견조한 수요 상승세가 뒷받침되지 못하자 2019년 이후 3년간 연평균 약 4.9%의 상승률을 보였던 택배운임 또한 상승폭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쳤다(전년 말 대비 2023년 6월 평균 택배운임 상승률 0.8%). 그 결과 2023년 상반기 각 사별 택배사업부문 평균 매출성장률은 약 5% 이하로 두 자리수 이상을 기록하던 2022년 이전 대비 감소했다.

유통사들의 상품 유통 방식은 크게 생산∙판매자로부터 재고를 매입하여 유통하는 직매입과 생산∙판매자에게 플랫폼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수취하는 오픈마켓으로 나뉜다. 각 유통사별로 운영방식 및 비중은 꾸준히 변화해 왔으나 현재 네이버, 지마켓 등은 오픈마켓, SSG닷컴은 직매입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쿠팡, 롯데온 등은 두 사업 모두를 병행하고 있다.

직매입의 경우 유통사가 물량을 자체배송하더라도 자사 상품재고를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개념으로 특별한 법적 규제가 적용되지 않으나, 오픈마켓의 경우 제3자 물품을 대리배송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활물류법상 택배서비스사업자 등록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역별로 대형 오프라인 매장 및 물류창고를 다수 보유한 유통사들의 경우 이를 물류 거점으로 삼아 직매입 물량 상당 부분을 자체배송하고 있으며, 택배사들은 일부 직매입 물량과 오픈마켓 물량 대부분을 소화하고 있다. 제3자 배송인 오픈마켓 물류시장은 택배사들의 전유물이었던 셈이다.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쿠팡, 마켓컬리 등의 유통사가 택배서비스 사업자격을 갖춘 자회사를 설립하고 그 아래 배송역량을 집중시키는 동시에 택배사 외주 비중을 축소시키고 있다. 유통사 산하 물류인력 및 인프라는 선천적으로 직매입 물량만 대응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는데, 물류자회사 산하에 기능을 일원화할 경우 운영효율화와 더불어 오픈마켓 내 활동하는 제3자 물량에 대한 자체배송도 가능해진다.

대표적 사례인 쿠팡의 경우 플랫폼 내 총 결제액 중 추정 직매입 비중이 약 80% 이상으로 과거 자사 물류여력 확보를 통해 직매입 물량 처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2021년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가 택배사업자로 재등록한 이후 자회사를 통한 직매입 및 오픈마켓 배송량을 꾸준히 증가시켜 왔으며(별도기준 쿠팡로지스틱스 매출액 ‘21년 약 1,155억원 → ‘22년 약 7,685억원), 2023년 4월 1일에는 기존 쿠팡 배송인력, 차량 등을 모두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로 양도해 오픈마켓 물량에 대한 자체배송 확대 의지를 표출했다.

유통사들의 물류자회사 설립은 전통적인 택배사들의 사업영역에 대한 진출을 의미한다. 여력만 충분하다면 직매입과 더불어 오픈마켓 관련 외주 물량을 내재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플랫폼 외부의 고객까지 업무영역을 넓힐 수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자료에 따르면 쿠팡이 배송인프라를 모두 물류자회사로 이전한 2023년 2분기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의 월평균 물동량은 약 1억개로 연간 총 약 12억개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 그룹은 이미 대규모 물류인프라를 확충한 상황이며 미국 증시 상장에 따른 유상증자 재원을 토대로 추가적인 물류인프라 확보가 가능한 점 등을 고려하면 근시일 내에 플랫폼 내 모든 물량에 대한 자체배송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직매입 비중을 약 80%로 가정하면 연간 오픈마켓, 즉 제3자 물류 관련 물량은 약 2.4억개로 추정되는데 이는 2022년 전체 택배시장 물동량(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물량 제외)의 약 6~7% 수준이다. 업계 1위인 씨제이대한통운의 점유율이 약 40% 이상, 2위를 다투는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의 점유율이 약 10%이상임을 감안할 때 현 수준에서 제3자 물류 규모는 주요 3사 대비 낮은 편이나, 이커머스 시장 내 쿠팡의 시장지위와 제3자 물량 확대 가능성 등을 감안할 때 택배산업 내 경쟁 심화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전통적인 주요 택배서비스 수요자는 홈쇼핑사와 대형마트, 백화점 등이다. 우리나라 택배산업 초기 성장은 홈쇼핑사와 함께해왔으며, 이후 재화 소비 채널에 대한 온라인 침투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이커머스 시장 관련 물량이 택배사 실적에 미치는 중요도가 점차 커지고 있다.

쿠팡의 제3자 배송 기반 확대로 택배사의 쿠팡 위탁물량은 감소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기존 고객물량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유 운송자원으로는 쿠팡 직매입 물량과 오픈마켓 이용고객들에 대한 배송서비스 대응만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배송역량을 확충하더라도 기존 택배사 대비 유의적인 수준의 가격 메리트가 있지 않는 이상 유통사들이 같은 시장 내 경쟁자인 쿠팡그룹에 자사 물량을 맡길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쿠팡의 제3자 배송 진출에 따른 물류사와의 접전은 유통사별 M/S 경쟁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는 유통사의 자체 배송 비중이 비교적 높지 않아 유통업계 경쟁 구도가 택배업체 물동량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으나, 현재 직매입은 물론 오픈마켓 물량 배송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플랫폼(쿠팡)이 탄생한 결과 제조∙판매사가 어떤 이커머스 플랫폼을 선택하는지가 각 플랫폼에 연계된 택배사 물동량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했다. 일례로 일반사업자가 판매채널 중 쿠팡의 비중을 높인다면 타 이커머스 플랫폼 이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간접적으로 씨제이대한통운 등 택배업체 물량이 축소될 수 있다.

일반 제조∙판매자에게 온라인 시장은 가장 중요한 판매채널이다. 과거 대비 소비자들의 온라인 재화 구매비중이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홈페이지 등 독자적인 온라인 판매채널 구성보다 트래픽이 많은 플랫폼을 이용하여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주된 판매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멤버십 혜택 구성, 사용자 친화적인 UI 등 플랫폼 이용자 수를 증가시키는 다양한 요소들 중 최근 중요성이 가장 커진 것으로 배송서비스 차별화를 들 수 있다. 소매판매액 온라인침투율이 증가하면서 당일배송, 새벽배송, 익일배송 등 이커머스 시장 내 배송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했으며 ‘쿠세권’, ‘컬세권’ 등 빠른 배송을 받아볼 수 있는 지역을 선호하는 경향도 더욱 뚜렷해졌다.

특히, 쿠팡의 제3자 배송 확대로 쿠팡 오픈마켓 이용 사업자들도 빠른배송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플랫폼별 배송서비스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쿠팡 플랫폼의 가파른 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일명 ‘로켓배송’은 보유 풀필먼트센터1를 통해 직매입 물량 및 일부 제3자 특약매입 물량에 대해서만 수행되었는데, 최근 오픈마켓 이용자들도 ‘로켓그로스’ 서비스를 통해 쿠팡의 빠른 배송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졌다. 로켓배송을 목적으로 직매입 판매 협상을 시작했다가 쿠팡과의 판가 협의 과정에서 의견 불일치로 떠났던 대형 사업자들도 이제는 서비스 수수료만 쿠팡에 지급하면 제품 판가를 원하는 수준으로 책정하면서 로켓배송을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에, 과거 대비 플랫폼으로서 쿠팡의 상대적인 메리트가 더욱 커졌다.

향후 얼마나 넓은 지역에, 얼마나 저렴한 가격으로 얼마나 빠른 배송서비스 제공이 가능한지가 소비자들의 유통 플랫폼 선택에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택배사의 경우 풀필먼트센터 확보 및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당일 배송지역권을 확대하는 동시에 메가허브터미널 등에 기반한 대규모 물동량 확보와 노선 효율화, 자동화에 따른 원가 절감 등으로 연계된 유통사의 매력을 돋보이게 만들 수 있어야 사업경쟁력 유지가 가능해질 것이다.

메가허브터미널 확보 및 풀필먼트센터 구축 등은 단순히 사업경쟁력 유지를 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정체된 택배산업 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어 택배사들에게 필수적인 투자일 것으로 판단된다. 택배시장 내 물동량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가운데 이미 높은 수준의 온라인 시장 침투율을 감안하면 풀필먼트 서비스 제공을 통한 물동량 증가는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나, 서비스 차별화에 따른 전반적인 택배운임 상승, 풀필먼트센터 보관수수료 등 부가서비스 청구에 힘입어 가격 상승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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