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기전승(海技傳承)과 해운대국(海運大國)은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양날개,
균형을 잃으면 추락할 수밖에

- 해기전승의 핵심은 엘리트해기사의 장기승선을 지원, 미래선박에 대비해야

- 해운대국의 필수요소는 국제경쟁력, 외국인해기사 공급에 능동적으로 준비해야

 

지난 9월 25일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과 한국해운협회는 ‘선원 일자리혁신과 해운산업 글로벌경쟁력확보를 위한 노사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올해 말까지 별도 교섭기구를 통해 세부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국적선대(약 1,150척)에 승선(예비원 포함)하고 있는 한국인 선원의 구성을 살펴보면, 항해사 약 4,070명, 기관사 약 3,510명으로서 해기사가 전체의 85%를 차지하므로, 한국선원수급대책은 실상 한국해기사 육성과 장기승선유도에 맞추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발전에 한국해기사의 희생과 기여가 있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한국해기사와 한국해운의 관계를 단계적으로 분류하면, 먼저 1세대 해기사들의 프런티어시대이다. 이들은 한국국적선대가 열악한 환경에서 해외취업선박에 승선하여 달러를 획득했고, 선진 해기기술을 습득해 공무ㆍ해무ㆍ조선ㆍ검수검정의 여러 방면에서 초석을 깔아 주었다.

다음은 자립의 시기이다. 2003년 500여척에서 2011년 1,000척으로 국적선대가 획기적으로 증가하고 2020년까지 1,100척으로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때, 한국해기사가 육해상 적재적소에서 역할을 해 주었기에 우리나라 해운사가 중고선 도입이나 신조선 인수를 원활히 할 수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후, 해운대국의 기치 아래 국적선대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 반면, 한국해기사의 수는 정체되고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특히 우리나라의 인구통계학(Demography) 측면에서 보더라도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국적선대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30년에는 1,500여척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나, 한국해기사는 7,000명 선에서 정체되거나 오히려 6,400명 수준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이 경우, 국적선대 1,500척에 필요한 해기사 14,000명선을 공급받기 위해선 한국해기사 7,000명에 더해 외국인 해기사 7,000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현재의 예측으로는 2030년 우리가 공급 받을 수 있는 외국인해기사는 최대 4,500명 수준에 불과해 약 2,500명의 승선 해기사 부족으로 260여척이 운항할 수 없게 된다.

한편, 우리나라가 해운대국으로 성장 발전하면서 국적선대도 다양해져서, 초기단계 국가전략물자 수송 또는 수출입화물 운송에 국한하지 않고 중소형 특수선박, 일반 벌크선 등으로 확대됐으며, 최근에는 순수한 선주사업(Tonnage Provider)으로 외국 선화주에 장기간 용선하는 구조도 보편화되고 있다. 즉, 한국해기사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는 상황과 별개로, 한국해기사의 승선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선박도 증가 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때에,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과 한국해운협회가 ‘해기전승’과 ‘해운대국 글로벌경쟁력’을 위해 대승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할 뿐아니라, 우리나라 해운산업의 양날개가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 세부방안을 마련한다고 하니, 몇 가지 염두에 두었으면 하는 항목이 있다.

첫째, 한국해기사 양성에 노사정이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부산과 인천해사고를 좀더 활성화시키고, 해양대학이 글로컬대학에 선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향후 스마트선박, 무인선박, 디지털선박 등 미래선박 운항을 위한 엘리트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해기전승은 장기승선 유도에 집중하고, 장기승선자에게는 그만한 우혜대우로 보상해야 한다. 인터넷환경개선 등 해상생활 불편해소는 물론이고 육상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사측의 섬세한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셋째, 외국인 해기사 공급방안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 한국해기사의 유급휴가일수가 증가하고 교대주기가 짧아지는 만큼 외국인 해기사의 수요는 자연히 늘어나게 된다. 또한 국적선대의 자연증가에 따른 해기사 부족현상을 외국인 해기사 공급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국적선에 수년이상 장기승선하는 외국인 해기사에게는 선기장의 문호도 일부 개방하고, 5년이상 승선자에게는 ‘숙련기능인력’으로 대우해 주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해야 한다.

넷째, 국적선대 중 일부 범주는 선사에 해기사 수급 자율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면 한다. 즉, 한중일 동남아항로 영세사업체로서 중국선사, 동남아선사들과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경우, 또는 그리스형 선주사업처럼 외국 선화주에 장기용선돼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해운수송에 무관한 경우 등, 한국해기사 부족시대에 전향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해운대국은 대자본에 기대어 성장했으며, 단순 해기대국이 해운대국으로 발전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해운은 해기사에게 빚을 지고 있다. 선진해운국가로서 자국 해기사에게 응당한 대우를 해 주어야 한다.

한편 한국해기사는 1세대, 2세대에 걸쳐 충분한 역할을 수행했으며, 이제 해기대국을 넘어 해운대국으로 성장하는 우리나라 해운산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외국인 해기사에 대해 관대한 시각을 가져야 할 때이다. 아무쪼록 별도 교섭기구에서 국적선대 해기사 수급정책에 대한 장기플랜이 원활히 수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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