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선사 운임덤핑에 시장 교란 우려
-아시아역내 국적선사 동맹으로 대응 절실

전준수 명예교수
전준수 명예교수

최근 알파라이너 해운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상위 컨테이너 선사 순위에서 스위스 선사 MSC가 덴마크 선사 머스크를 제치고 선복량 기준 세계 1위를 차지했다. MSC는 526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시장 점유율이 19.6%(2023년 10월 25일 기준)에 달한다. 한국 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은 선복량 79만TEU로 세계 8위이고 시장 점유율은 2.8%에 불과하다. 순위 20위권 안에 있는 다른 국내 선사는 고려해운과 장금상선으로 각각 14위, 19위다. 이것이 한국 정기선 해운의 현주소다.

앞으로 원양 정기선 해운은 미주 항로와 유럽 항로의 경우 1만8000TEU 이상인 대형선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운임이 폭증한 것이 얼라이언스라는 선사 연합체가 인위적으로 선복량을 조정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어 얼라이언스에 대한 감시의 눈길을 떼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컨테이너 화물 수입 창출국이지만 자국 원양 컨테이너 선사가 단 한 개도 없다. 따라서 미국의 이익은 선사들이 독자적으로 자유롭게 경쟁해 최저 수준의 시장 운임을 구현해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선사 연합체인 얼라이언스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따라 외국 대형 선사들은 하락하는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원양 최종 목적항에 가는 도중의 중간 항만 간에 빈 선박을 채우는 목적으로 저운임을 일시적으로 제공하고 시황이 회복되면 서비스를 철회하는 식으로 시장을 교란할 것이다. 그러면 전통적으로 아시아 역내 무역에 특화한 아시아 선사들이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세계는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무역에서 안보와 공급사슬 복원력을 위해 정부가 산업과 무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다자주의가 쇠퇴하고 정치동맹이 경제동맹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 분업은 축소되고 세계 무역량은 감소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전환 배치가 늘어나면서 중소 선사들의 경영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특히 아시아 역내 선사들은 대부분 역내 국가의 국적 선사이며 자국 국적 선대를 유지·발전시켜야 할 국가적 사명이 있다. 세계 공장으로서 중국의 역할이 줄어듦에 따라 아시아 역내 국가들이 새로운 공급처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 중간재 중심의 교역 비중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중국을 대체할 공급처와 수요처가 더욱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효과적으로 연결해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아시아 역내에 효율적인 물류망을 구축해 놓아야 한다. 따라서 아시아 역내 국적 선사들의 건실한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한 우리 정부의 지원과 아시아 역내 국가들과의 해운 외교가 실행돼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유엔이 1974년 공포한 ‘유엔 정기선 헌장’에 따라 교역 당사국들의 80% 운송권을 주창해 아시아 역내 국적 선사들만의 동맹을 결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역외 대형 선사의 운임 덤핑을 막고 적정 생존 운임을 책정해 고수함으로써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아시아 역내 선사들이 단합된 행동으로 동맹을 결성해 역내 화주들에게 적절한 운임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 될 것이다.

*10월 25일자 한국경제에 게재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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