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각호텔 화재를 패러디한 것으로 알려진 영화 '타워링'의 포스터
대연각호텔 화재를 패러디한 것으로 알려진 영화 '타워링'의 포스터

 

서대남 편집위원
서대남 편집위원

빅토르 위고에 따르면 우리 인생에는 세 가지 싸움이 있다고 했다. 첫째는 자연과 인간과의 싸움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따뜻한 어머니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잔인한 적이요 라이벌이다. 과학과 기술과 기계는 인간이 자연과 싸우기 위한 위대한 무기요 도구다. 인간이 산다는 것은 자연을 이용하고, 지배하고, 정복하기 위하여 항상 싸우는 것이다. 둘째는 인간과 인간끼리의 싸움이다. 개인과 개인간의 생존경쟁에서 부터 나라와 나라와의 전쟁, 민족과 민족의 싸움, 공산 세력과 자유 세력과의 투쟁에 이르기 까지 인간 세계에는 많은 싸움이 있고 또한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인간끼리의 싸움 중 가장 소모적이고 반 인류적인 대규모 싸움은 국가간의 전쟁이며 근년 들어 시작만 하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나 최근의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이라 할 수 있겠다.

셋째는 자기와 자기와의 싸움이다. 그것은 내가 나하고 싸우는 가장 중요한 싸움이다. 우리의 마음은 선과 악의 싸움터다. 나의 마음속에는 항상 두 자아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용감한 나와 비겁한 나”, “커다란 나와 조그만 나”, “너그러운 나와 옹졸한 나”, “부지런한 나와 게으른 나”, “의로운 나와 불의의 나”, “참된 나와 거짓된 나”, 내가 나하고 싸우는 싸움은 인간의 자랑이요 영광인 동시에 고뇌와 비극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이 싸움이 있기 때문에 인간은 위대하다고 했다. 또 옛 철인 플라톤은 "인간 최대의 승리는 내가 나를 이기는 것"이라고 갈파한 바 있다.

그리고 필자 나름대로 인간이 맞서야 하는 또 하나의 싸움이 있다면 이는 자연과의 싸움 첫째와 유사할 수도 있지만, 불의에 닥치는 재난(災難/Disaster)과의 싸움일 것이란 가설을 세워본다. 인간의 생명이나 신체 및 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태풍(颱風), 홍수(洪水), 호우(豪雨), 폭풍(暴風), 폭설(暴雪), 가뭄, 지진(地震), 황사(黃砂) 등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 화재, 붕괴, 폭발, 교통사고, 환경오염 등과 이와 유사한 사고로 국가 기반 체계를 마비시키는 경우가 있고 치사율 높은 전염병 확산 등 질병으로 인한 재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난의 실례로 2014년 4월 16일 약 476여명이 탑승한 세월호의 진도 앞바다 침몰사고로 304명의 실종자 및 사상자들이 나와 온 나라가 패닉 상태에 빠졌고 7년째를 맞은 아직도 그 상흔이 아물지 않고 있다. 또 2019년 12월 이후 현재도 전세계적으로 완전 종식이 안되고 있는 코로나 19의 팬데믹 현상 역시 사상 최대의 재난으로, 사망자가 300만명을 육박했다는 보도를 접하면 세상에서 이 보다 더 가공할 재앙이 어디 있을까, 우리 국민도 코로나 블루를 넘어 정신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도 많아 참으로 심상치 않던 기억이 새롭다.

참고로 1950년 이후 우리나라 10대 대형 인명 재난사고를 보면 ▲1953.11.27/362명이 사망한 다대포 창경호 침몰사고 ▲1959.9.17/929명이 사망한 '태풍 사라호'피해 ▲1970.12.15/326명이 사망한 남영호 침몰사고 ▲1971.12.25/163명이 사망 실종한 대연각호텔 화재 ▲1993.10.10/292명이 사망한 서해페리호 침몰사고 ▲1995.6.29/502명이 사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997.8.6/258명이 사망한 대한항공 801편 추락사고 ▲2007.12.7/서해 허베이 스프리트호 12,547kl 원유유출 사고 ▲2014.4.16/340명이 사망실종한 세월호 침몰사고 ▲2015.12.7/239명이사망한 옥시사고 사회재난 등으로 기록돼 이 같은 재해 예방이 시급한 실정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래서 영화를 통해 이들 재난을 소재로 했던 많은 영상물 중에서 대표적으로 기억에 남는 몇 편의 옛 재난 영화를 재생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기로 한다. 수많은 재난 소재의 디저스트 영화 중에서 실제로 발생하여 세간에 화제가 됐던 사건 사고를 소재로 해서 이를 모델로 삼아 패러디한 작품으로 알려진 타이타닉, 허드슨강의 기적, 타워링, 캡틴 필립스 등 4개작품의 요약 내용을 예고편을 보듯 지상을 통해 일별해 본다.

◇처녀항해중 침몰 1503명이 사망한 호화여객선의 '타이타닉(Titanic)'호의 회상

화이트라인 선사 소속으로 "신도 이 배를 침몰시킬 수 없다(Unsinkable Ship)"던 초 호화유람선 타이타닉호는 꿈의 여객선으로 불렸다. 길이 269m, 너비 28m, 굴뚝높이 22m, 9개의 갑판은 11층 건물 높이로 당시 혁신적인 기술접목으로 이중저(Double Bottom)에 16개의 방수격실로 설계, 특정 수위가 되면 문이 닫히는 완벽한 시설을 갖췄었다. 전문가들은 어떤 최악의 사태가 발생해도 5개 이상 방수 수역까지 물이 들어오는 것은 불가하다고 장담했었다. 그러나 1912년 4월 10일 12시 15분에 사우스햄프턴항을 떠나 11일엔 아일랜드 퀸스타운을 지나 '존 스미스' 선장 지휘하에 뉴욕으로 출항한 처녀 항해길에 4월 15일 새벽 2시 18분, 빙산과 충돌하여 6개 방수구역까지 물이 차올라 예상치 못한 최악의 해난사고로 침몰의 비운을 맞는다.

전 세계인의 주목을 끌며 설계는 물론 시설과 재질면에서 군함이나 전함에 버금가는 안전 수준으로 건조됐으나 도착항 뉴욕에 입항도 못하고 두 동강이 난 채 허무하게 4,000m의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만 것이다. 억만장자와 미국 상류사회의 지체 높고 부유한 신분의 수많은 승객과 승무원을 합해 총 2,206명 중 703명이 살아 남고 1,503명이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었다. 선체가 침몰하여 물속에 사라진 후 구명보트와 구명뗏목, 구명조끼에 의존하여 목숨을 유지한 생존자들은 인근 '카파시아호'에 의해 구조됐으나 척당 정원 65명의 구명보트에 2~30명만 태우고 구명정을 내려, 많은 희생을 낸 점이 문제점으로 대두, 여객선의 구명보트 구비 문제를 크게 부각시켰다.

그리고 이 영화의 예술성과 테마, 비극적 스토리는 북대서양의 차가운 바닷물 속에 가라앉은 꿈의 여객선 침몰로 인해 비록 죽음이 갈라놓긴 했지만 이 세상 마지막 순간까지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이 분한 '로즈 드윗버케이트(Rose Dewitt Buckate)'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가 분한 '잭 도슨(Jack Dawson)'이 연기한 슬픈 사랑의 주인공들의 애절한 러브 스토리는 영원히 만인의 가슴에 남는다. 선술집서 도박으로 3등실 티킷을 얻은 잭이 재벌 귀족 아들의 약혼녀 로즈와 벌이던 위험한 사랑은 셀린 디온이 불러 전 세계 젊은 연인들의 가슴을 울린,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과 함께 전설처럼 오래 기억에 남고 이는 필자의 18번곡이 된 사연도 있다.

◇초고층 글래스타워의 화재사고에 대한 경고장 '타워링(The Towering Inferno)'

전세계 소방대원에게 바치는 영화. 고층 건물의 화재 현장을 다룬 너무나 유명한 재난 영화, '타워링'은 첫째, 163명의 목숨을 앗아간, 1971년 12월 25일 우리나라 충무로의 대연각호텔 화재참상을 소재로 했다는 점과 둘째, 당시의 헐리웃 톱 스타가 총 출연한 화려한 캐스팅 그리고 셋째, 필자가 당시 대연각 화재 현장을 직접 취재했었다는 점에서 모든 게 큰 충격으로 기억에 지금도 생생히 남는다. 1970년대 거대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138층에 달하는 세계 최고층 건물을 지었다는 뉴스로 떠들석 했고 건축 기법도 유리성을 방불케 하는 글래스 타워(Glass Tower)로 화려한 외관이 화제를 모은 건물이었다.

이 건물 전체를 설계한 건축가 로버트(폴 뉴먼)는 건물의 그랜드 오프닝 행사 참석에 맞춰 해외출장서 돌아와 즉시 자기 일에 철저한 프로정신으로 점검에 들어가 중대한 전기 결함을 발견하고 경악한다. 건축주인 던컨(월리엄 홀든)의 사위 시먼스 (리처드 챔블레인)가 자재비를 착복하고 설계와 다른 기준 미달의 재료를 사용한 탓에 기라성 같은 저명 인사와 각계 스타들이 소개되는 휘황찬란한 오프닝 세리머니가 시작되는 순간 강열한 스파크 굉음과 함께 과부하로 인한 전기합선 화재가 발생한다. 불길은 삽시간에 강풍으로 건물을 덮치고 135층에서 펼쳐지던 화려한 바벨탑의 자축연은 80층에서 발화하여 타오르는 불길로 난장판이 되고 화염은 윗층으로 솟구쳐 번지기 시작한다.

야회복을 걸친 귀부인들은 화마가 삼킬 것 같은 두려움에 혼비백산하고 워낙 높은 빌딩이라 지상에서의 효과적인 진화가 불가능하다. 이때 설계자 로버트에 이어 또 하나의 영웅, 빌딩 관리 소방책임자인 마이클(스티브 맥퀸)이 등장한다. 그는 궁리 끝에 비상대책으로 옥상의 초대형 물탱크를 폭파하여 폭포수로 불길을 약화시켜 화재를 진압시킨다. 이 영화의 백미는 사나운 불길에 맞서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이클의 용감무쌍한 활약상이다. 그리고 자기만 살겠다고 질서를 지키지 않은 사람들은 죽고 침착하게 처신한 사람들은 살아 남는다는 교훈과 함께 문명은 인간이 설계하지만 그 설계와 관리에 조금이라도 빈 틈이 생기거나 헛점을 보이면 인간을 배반하거나 반드시 보복한다는 교훈도 함께 일깨워 준 영화이기도 하다.

◇엔진 고장 여객기, 강바닥 동체비상착륙 '허드슨강의 기적( Miracle on the Hudson)'

2009년 1월 15일 오후 3시 27분에 US에어웨이 소속의 항공기 1549편이 뉴욕 라과디아 공항 관제탑에 새와 두번이나 충돌하여 엔진 고장으로 비상착륙 한다는 무전이 들어온다. 이륙 후 1분 뒤의 일. 새떼와 부딪혀 양쪽 엔젠이 꺼지면서 허드슨강에 비상착륙을 시도한다. 기장 설리(Sully)의 판단과 용기로 위기에 대처하여 허드슨강에 불시착했고 승객 150명과 승무원 5명 등, 155명을 구하는 일을 24분만에 끝낸다. 한사람의 중상자도 내지 않았다. 영하 7도인 1월 중순 새벽에 뉴욕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35번째 만든 노련한 연출로 긴장감 있게 스크린에 재현한 영상 작품이다.

기장 설리는 첨엔 회항해서 가까운 공항으로 가려했으나 11km나 떨어진 거리라 불가능할 것이라 직감하고 성공한 적이 없는 무동력으로 동체 비상착륙을 시도, 무사히 착수에 성공하자 기장과 부기장은 대기중인 구조대원들과 함께 승객들을 안전하게 도피시키는 일에 주력한다. 추운 날씨에 기체가 강물에 가라앉으며 물이 가득 들어오는 상태에서 NYPD(뉴욕경찰국) 소속으로 조난자를 구조하는 스카이 다이버, 경찰, 응급조치 의료진, 소방대원이 달려오고 CNN은 이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도한다. 911테러 사태 직후라 비행기 사고에 대한 아픔이 있는 뉴욕 시민들에게는 큰 안도의 위안이 되기도 했다.

구조 요원들이 "오늘은 아무도 죽지 않는다"고 한 말이 회자됐고 매스컴들은 기장 설리가 고장난 엔진으론 공항 활주로에 돌아갈 수 없다고 판단하고 성공적인 비상 동체 착륙을 한 그의 결정에 대해 영웅적인 쾌거로 연일 보도한다. 그러나 NTSB(연방교통안전위원회)는 전원 생존이란 좋은 결과와는 별도로 사후 청문회를 통해 그의 판단이 옳았는지를 시물레이션을 통해 집중적으로 집요하게 조사한다. 회항이 어려웠다면 인근 공항으로의 비상착륙이 비상착수 보다 생존확률이 높을거라는 가정에서였다. 비행사고를 막은 조종사의 영웅담과 함께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이 왜 설리역의 톰 행크스(Tom Hanks)에 여러번 돌아갔던 이유를 알게 해 준 인간승리의 영화로도 손꼽힌다.

◇해적에 맞선 미 특수부대와 선장의 활약상 '캡틴 필립스(Captain Phillips)'

2009년 4월3일, 소말리아, 우간다 등에 지원할 구호품과 화물을 싣고 케냐의 몸바사항으으로 항행하던 컨테이너선 '머스크 앨러버마(Maersk Alabama)'호의 미국 선장 '리처드 필립스(Richard Phillips)'는 해적이 자주 출몰하는 소말리아 근처를 지나다가 우려했던대로 해적을 만나 해적경보발령과 함께 조명탄을 올리고 물대포를 쏘아도 소용없이 결국 4명의 소말리아 무장 해적에게 본선이 점령된다. ​서로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19명의 선원들은 무사히 대피시키고 선장은 홀로 인질로 잡혀 목숨을 담보로 숨막히는 협상에 들어간다.

해적 두목. 무세는 "똑똑히 봐! 지금부턴 내가 선장이야?"하며 기선을 잡고 "부자 나라가 가난한 나라의 몫까지 가져간다"는 저주 섞인 불만과 함께 총을 들이대며 심리적 대결을 벌이고 온갖 협박을 다하며 몸값을 가져오라고 다그친다. 그러나 사태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고 불안감에 휩싸여 초초해진 나머지 선장을 죽이고 도망가자고옥신각신한다. 선장은 탈출을 시도하다 해적들 사격으로 다시 잡히는 수모도 겪는다.드디어 미국 최정예비밀특수부대(DEVGRU)의 전격 투입으로 구출작전이 본격화되고 본선은 무장한 대원들의 에스코트를 받고 래리 1항사가 선장이 되어 몸바사로 항진한다.

CNN과 FOX 매체 등의 공식적인 보도를 통해 전세계에 뉴스로 전달된다. 선장을 인질로 소말리아로 가던 중 요원들의 저격 소총으로 해적 셋은 사살되고 무세 두목은 체포되어 귀국 후 33년 9개월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자국민의 구출이라면 특수부대와 최첨단 무기, 그리고 전투함, 구축함, 항공모함까지 동원, 해상과 공중작전을 벌이며 정면타격으로 해적을 명중, 살해하는 것은 통쾌한 일인지 잔인한 일인지 궁금하다. 2011년 1월. 우리 해군 청해부대의 '아덴만 여명작전' 관련, 삼호 주얼리호의 석해균 선장과 아주대 이국종 주치의와 21명 선원이 떠 오른다. 실화를 소재로 만들었지만 역시 영화라서인지 캡틴역의 톰 행크스의 연기가 다시 한번 돋보이는 영화로 기억에 새롭다.

<서대남(徐大男)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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