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에 큰 영향 줄 만한 결정 시 한진해운 사례에서 얻은 교훈 잊지 말아야"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2021년 에버그린의 에버기븐호 수에즈운하 길막사건과 결 다르다"

"HMM도 기존 디얼라이언스 구성 아닌 새 얼라이언스 구성 시도할 것"

"보릿고개 넘을 준비를 하자"

 

 

사진 제공: 엄경아 애널리스트
사진 제공: 엄경아 애널리스트

Q. 최근 애널리스트님의 ‘HMM 매각에 대한 소고’ 보고서가 다시 화제입니다. 운송, 조선분야 베테랑 애널리스트의 소신있는 보고서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HMM의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1월 23일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주주간 협상이 2주 뒤로 미뤄졌다. 채권단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래 컨테이너 운송산업에 대한 업황 가정을 어느 정도로 잡고 시작한 딜인지는 알 수 없으나 6조원대 밸류로 가격 가이드라인은 잡혀있다.

매각 이후 영구채 처리 및 권리관계에 대한 합의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채권단은 잔여 영구채 전환 이후에도 하림이 최대주주의 위치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기존의 4억주 가량을 사가는 하림도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는 채권단에게 감나라 배나라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의외로 쉽게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매각 불발로 적시에 이루어질 영업적 투자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과 시장에서 제기하는 여러 우려를 가지고 있는 하림그룹에게 매각되는 것 중 무엇이 더 좋지 않다라고 이야기 못 하겠다.

Q. 해운업계가 홍해 리스크로 인한 물류대란에 반사이익을 보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선사들의 주가는 몇몇 회사외에는 완만한 상승세입니다. 중동 사태 장기화 시 해운업 시황도 새 사이클을 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번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은 2021년 에버그린사의 에버기븐호 수에즈운하 길막사건과 결이 다르다. 홍해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가능성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을 시작함과 동시에 해운사들이 생각하고 있어야 하는 리스크였다.

예상치 않았던 사고로 막힌 운하 통행길은 사고수습까지 대기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연간 운항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운사들이 우회로 선택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었던 상황이며, 팬데믹 당시만큼 수요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운하 통과량 축소가 전체 공급망 혼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배도 남아도는 상황이라 희망봉 우회항로 선택으로 굳어져도 운송공급량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에 한 순간 홍해 리스크가 사라지게 된다면, 지정학적 리스크로 들어올려진 운임이 하락할 수 도 있어서 해운사들의 주가가 추세를 형성하지 못하고, 운임 급등에도 움직임이 제한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Q. 세계 2위 머스크와 세계 5위 하파그로이드가 손잡고 내년 2월 새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킵니다. 정기선 해운시장의 대대적인 재편도 전망됩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2M이 무려 10년이나 관계를 지속했고, 코로나 팬데믹 당시 2위에서 1위로 올라선 MSC가 선대규모를 무서운 속도로 늘리는 것을 보고 독자노선을 선택했다는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유럽에서 2008년에 FEFC(구주운임동맹)를 폐지하고, 이번에는 CBER(경쟁법 포괄적용 제외규정)까지 연장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전략을 짠 것으로 보여진다. 얼라이언스의 교체는 주기적으로 이루어져 왔는데, 보통은 이 시기에 기존 화주에 대한 영업선을 유지하기 위해서 대대적인 할인 경쟁을 진행하기 마련이다. 운임시장에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긴 어렵다. HMM도 기존 디얼라이언스 구성이 아닌 새 얼라이언스 구성을 시도할 것이다.

Q. 원양 컨테이너선사의 경우 수에즈, 파나마운하 사태 등으로 해상운임이 크게 올라 안도하고 있습니다. 반면 아시아역내 선사들은 물동량 둔화와 공급과잉에 상당히 고전하고 있습니다. 컨테이너 정기선 해운시황 전망은?

궁극적으로 시황은 수요와 공급간의 관계를 무시하고 오르거나 내리긴 어렵다. 운하 통과 문제로 원양노선 운임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앞으로 많이 인도될 선박은 대형 컨테이너 선박이다. 결국에는 원양노선도 운임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하향 안정화 시점을 약간 늦출 뿐 결국 결론은 같아질 것으로 본다.

Q. CII(탄소집약도지수) 등급 발표 등은 해운선사들의 선대운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됩니다. 하지만 선사들은 환경규제 대처 확실한 기준점이 모호해 투자에 아직 인색하다고 볼 수있습니다. 이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투자결정이 늦은 것은 내용연수 30년짜리 선박자산에 장기투자를 하는 선주의 당연한 특성이다. IMO가 보상체계와 패널티에 대한 명확하고 보편적인 기준을 제시해주지 않는데, 선주들이 앞서나가지 못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반응 아닌가?

선박의 구조상 이중연료 추진엔진 탑재가 당연한 LNG운반선이나 기항하는 항만이 정해져 있어서 컨테이너 선사들이야 해당 선박이 기항할 항만에 벙커링 시스템이 가동될 수 있다면 원하는 선박을 맘놓고 발주 하지만, 전세계 어디서나 용/대선이 이루어지고 스팟시장에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 부정기선 선주들이 대처를 못하고 관망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반응이다. CII 등급이 확정되고, 패널티에 따라 수익 감소가 확실시되면, 그때 후행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Q. 마지막으로 해운업계와 관계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해운업계와 관계당국에 소속된 분들이 해운업에 큰 영향을 줄 만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한진해운의 사례에서 얻은 교훈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국내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의 결정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적시에 투자판단이 이루어지고 정책적인 뒷받침도 있어야 해당 해운사의 화주도 영업력도 지켜낼 수 있는 것이 해운업이다.

선박시장 환경규제 강화에 속도를 맞추는 대응으로 국내 해운사들의 보유선대 경쟁력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언제든 운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여러 화주와의 접점을 확대해 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은 전세계 해운업계에게 축복의 기간이었다. 시장참여자들이 해운사들에게 아낌없이 지불하는 국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화주들이 선택권을 갖는 시기이다. 당장 차 있는 곶간 바라보며 너무 안주하지 말고, 보릿고개를 넘을 준비를 하자. 경쟁기업보다 최저의 운임으로 최고의 수익성을 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생각할 때이다.

[만난사람=정창훈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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