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요르단 정부는 관세 상한선 설정, 식품 수출 제한 등 대응조치 발동
-전례없는 물류난에 따른 한-요 무역 감소 우려

KOTRA(암만무역관 이호빈)는 1월 30일 "요르단 정부, 홍해 물류난에 대한 대응책 발표" 제하 리포트를 발표했다. 2023년 11월,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공격 이후 전세계 물류업계는 전례없는 비상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홍해길이 국가 무역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르단에서는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2024년 1월 요르단 정부는 긴급 대응조치를 개시했다. 홍해로부터 촉발된 물류난에 대한 요르단의 대응을 살펴보고, 요르단 내 진출기업과 바이어들의 동향을 인터뷰했다.

홍해 물류난의 요르단 경제 영향

홍해는 매년 전 세계 선박 물동량의 약 12%가 통과하는 국제 물류의 거점으로, 유럽과 북미, 아시아를 연결하는 국제 무역의 전략 지역이다. 그런데 2023년 11월 중순에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해 공격을 감행했다. 당초 이스라엘 관련 선박을 타겟으로 했던 후티 반군은 이후 홍해 통과 선박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홍해 항로 안전이 크게 위협받게 되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MSC사를 포함하여 덴마크의 Maersk사, 독일 Hapag-Lloyd사, 프랑스 CMA-CGM사 등 여러 국제 해운사들이 2023년 12월부터 홍해 항로 출입 선박의 출항을 연기하거나 중단시켰다.

해운사들이 홍해 항로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 항로를 통한 물품 운송에 나서면서 컨테이너 운송 비용은 2배 이상 급격히 상승했고 운송 거리는 약 40% 증가했으며 운송 기간은 2~4주 가량 늘어났다. 2024년 1월 기준 Wefreight.com의 자료에 따르면 기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던 선박의 80%가 희망봉 항로로 전환했으나, 여러 소규모 선사들은 여전히 홍해 항로를 선택하고 있다. Wefreight.com에 따르면 극동아시아와 북유럽 간 컨테이너 운임은 2023년 12월 중순 이후 평균 124% 증가했으며, 극동아시아에서 지중해로 향하는 요금은 평균 118% 상승했다. 한편 요르단 산업부의 추정에 따르면 동남아시아에서 요르단으로 향하는 화물의 운송 비용은 160~170%, 북미와 유럽에서 요르단으로 향하는 화물의 운송 비용은 60~100% 증가했다. 특히 1월 27일에 후티 반군이 홍해 해협을 통과하던 국제 유조선을 공격했고 이로 인한 공급 우려로 국제 원유 가격은 2024년 1월 29일 기준 83.84달러로 2023년 12월 최저점 73.24달러 대비 약 14% 상승했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발발 이후 요르단 경제는 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인 관광업에서 큰 타격을 받아왔다. 2023년 12월 한 달간 차량 렌트회사의 예약 취소율(휴가철 관광업의 지표)이 90%에 달한 바 있다. 이번에 발생한 홍해 물류난은 요르단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요르단은 제조업, 식품 등 국가 기반 분야에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로서, 특히 홍해 해협을 필수적으로 통과하는 아시아로부터의 수입 비중은 전체 수입의 약 40%에 달한다. 요르단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요르단 수출 물량의 65%가 아카바 항을 출발하여 홍해 해협을 지나며, 요르단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필요한 원자재와 기초 자재 수입량의 50%가 홍해 해협을 통과하여 아카바로 들어온다. 금번 홍해 물류난으로 인한 비용 증가로 인해 요르단의 수입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국가 수출의 17%, GDP의 약 3%를 차지하는 상품인 칼륨과 인산염 비료 등 원자재 수출에 타격이 예상된다. 요르단에서 생산된 칼륨의 75% 이상이 주로 아시아 고객을 위해 선박을 통해 수출되어 왔는데, 홍해 운송 위협이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수출길이 막혀 요르단의 무역수지 상황은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암만상공회의소의 Jamal Al-Rifai 부회장에 따르면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아카바 항을 출항하는 선박에 화물을 적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에 따르면 요르단 무역회사들은 UAE의 자벨 알리(Jabel Ali) 항 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담맘(Dammam) 항과 요르단을 육로로 연결하는 무역길을 알아보고 있다.

요르단 정부의 대응

2024년 1월 14일에 요르단 산업무역공급부 등 주요 정부부처는 Bisher Al-Khasawneh 총리 주도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긴급 조치를 취했다.

1. 2023년 10월 7일 이-팔 전쟁 발생 이전에 존재했던 가격 및 상한선을 적용하여 수입(Inbound) 컨테이너에 대한 관세 상한선을 설정한다. (이는 국제 컨테이너 운송비 증가가 추가적인 관세 부과로 이어져 요르단 시장 물가가 상승할 것을 우려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2. 요르단군(Jordanian Armed Forces)은 병사들에 대한 기본 생필품 가격을 기존 가격으로 유지한다.

3. 요르단의 기본적인 식품군에 대한 수출 및 재수출을 전면 제한한다. (홍해를 통한 운송 비용이 급증하자 요르단 식량안보이사회는 쌀, 설탕, 식물성 기름(옥수수유, 해바라기유, 팜유, 대두유) 등을 포함한 필수 식품군에 대해 수출 및 재수출을 금지했다. 이 같은 결정은 자국 내 식량 가격의 안정화를 목표로 내려졌으며 제한 조치가 언제 해제될지는 불투명하다.)

이밖에도 아카바에 본사를 둔 물류기업인 아랍 브리지 해양 회사(Arab Bridge Maritime Company)는 2023년 12월 말부터 아카바 항과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Alexandria), 포트 사이드(Port Said), 다미에타(Damietta) 등 지중해 연안 항구들을 이어주는 신규 항로의 운영을 개시했다. 요르단 수출품을 컨테이너 트럭을 실은 선박이 아카바 항을 출발하여 누웨이바 항에 도착하면, 트럭이 이집트 시나이 반도를 가로질러 지중해 항구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방식이다. 이 서비스의 개통을 위해 요르단 아카바 항만청과 아카바 개발회사는 아카바 터미널 입구에 특별 물류 적재 야드를 할당하고 운송트럭의 감지, 검사 등을 위한 별도 항만 서비스 제공을 개시했다. 또한 이집트 측도 누웨이바 항과 알렉산드리아, 포트 사이드, 다미에타 항을 오가는 컨테이너 운송 서비스에 대해 차량의 전자 시스템 등록, 전체 노선에 대한 통합 송장 처리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환승 수수료를 절감하고 운송 절차를 간소화했다.

전망 및 시사점

중동 지역의 복잡한 정치적 지형과 3개월째 지속중인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양상을 고려하면 홍해 물류난은 빠른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요르단 정부가 관세 상한선 설정, 식품 수출 금지 등 조치에 나섰으나 전체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홍해 물류난 지속시 대외 의존적인 요르단 경제는 제품의 수출 및 수입 지연으로 인해 큰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칼륨, 인산염 등 원자재를 해외로 수출하는 요르단 인산염 광산회사(Jordan Phosphate Mines Company) 등 주요 기업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요르단 수입기업들이 늘어난 운송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함으로써 비용 손실을 상쇄하고자 한다면 요르단 시장에서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될 것이다. 특히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짧은 식품 수입시장에서 제품의 시장 도달 시간이 증가하면 제품 수요가 하락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일부 수입기업들은 당분간 수입 자체를 보류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의 대요르단 수출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국내 수출 기업은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항공화물이나 다른 해상 물류 경로, 중동의 다른 항구를 활용한 육로 운송 경로 등 대체 운송수단 및 경로를 탐색하여 물류 위험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KOTRA의 긴급 물류지원 특별사업 활용도 고려할 수 있다. 

 

자료: 요르단 통계청, 요르단타임스 등 현지 언론보도 및 KOTRA 암만무역관 자체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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