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이고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 특성을 고려해 기자재 수요층의 실제 수요 파악이 중요
-규제 동향에 따른 틈새시장 선점과 독일 기업과 협업 등 다양한 진출 전략 고려할 필요

KOTRA(함부르크무역관 문기철)는 24일 "독일 조선기자재 산업 분석 및 진출 전략" 리포트를 발표했다. 조선기자재 산업은 조선산업의 후방 산업으로 선박 건조에 필요한 다양한 기자재를 생산 및 공급하는 산업이다. 조선기자재는 소재부터 핵심 부품까지 그 종류가 다양해 여러 분야의 산업들이 얽혀 있다. 따라서 그 산업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전방 산업인 조선산업이 전 세계라는 단일시장에서 경쟁이 이뤄지기 때문에 기자재 공급 구조는 다른 산업과는 차별성이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독일 시장에 진출을 원하는 우리 기자재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독일의 조선기자재 산업 구조를 분석하고, 어떤 진출 전략을 세우면 좋을지 파악해 보고자 한다.

조선기자재 산업 정의

조선기자재 산업은 일반적으로 조선산업의 후방 산업으로서 선박의 건조 및 수리에 사용되는 모든 기계 및 자재류를 생산하는 산업으로 정의되며, 금속 및 비금속 가공품, 전기·전자 장비, 기계 장비 등 선박의 건조 및 수리에 사용되는 모든 제품과 소모품을 산업 품목에 포함한다. 조선기자재는 선종과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선박 건조 원가의 약 55~65%를 차지한다. 유럽의 경우는 조선기자재 산업의 정의에 있어 한국과 포함하는 산업 범위가 차이가 있다. 독일 해양기술 컨설팅사인 BAlance Technology Consulting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소재, 엔지니어링, 디자인 및 컨설팅 분야도 조선기자재 산업에 포함시키고 있다.

조선기자재 분류 체계

한국의 조선기자재의 분류 체계는 기관부, 선체부, 의장부, 전기 전자부 이렇게 4개의 대분류와 이에 따른 20개의 중분류 및 세부 품목의 소분류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는 우리나라의 분류 체계와 달리 19개의 대분류와 80개의 세부 품목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선박 건조에 필요한 모든 부분을 포함해 소재, 제조 및 조립, 설계, 시험 및 인증 등을 기자재 산업에 포함하고 있다.

BAlance Technology Consulting은 유럽연합의 의뢰를 받아 발간한 조사 보고서「유럽 해양 기자재 산업의 경쟁적 지위와 미래 기회(Competitive position and future opportunities of the European marine supplies industry)」에서 조선기자재 세부 품목을 10개의 카테고리로 단순화해 분류하고 있다. 이 분류 체계는 기존 19개 대분류를 토대로 NACE 코드에 연계해 세부 품목을 분류하는 체계에 비해 품목 파악이 훨씬 쉽다.

  주: NACE 코드는 유럽에서 기업과 경제 활동을 분류하는 데 사용되는 표준 분류 체계로 유럽연합 내에서 통계, 경제 분석, 정책 제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

조선기자재의 산업 가치사슬에 따른 수요구조

조선기자재의 수요 주체는 배를 건조하는 조선소나 선박 설계사, 조선소에 배를 주문하는 선주 및 해운사, 선박 관리 회사(Ship Management) 등이다. 선박을 새로 건조하는 신조 시장인지 혹은 선박 개조 및 수리와 연관된 수리조선(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 MRO) 시장인지에 따라 기자재의 수요 주체가 달라진다. 따라서 조선기자재에 대한 수요구조는 조선산업과 해운업을 포함하는 가치사슬 내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주: 소개될 조선기자재 산업 가치사슬 분석은 S & S 철강산업연구소가주최한 세미나 ‘조선기자재 금속 대체 동향‘에 소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하며, 해당 세미나는 유튜브 채널 철강 TV에서 시청 가능

1) 조선기자재 산업 가치사슬

(1) 선주 및 해운사

실질적인 선박의 소유 또는 운영 권한을 가지며 벤더 리스트(Vendor List)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선박에 사용되는 기자재를 선정한다. 선주와 해운사는 배를 새롭게 건조하는 신조 시장에서 최종 수요자로서 기자재 구매를 결정하는데, 주로 자신들이 원하는 기자재를 조선소에 알려주고 건조 시 설치하도록 한다. 독일의 대표적인 선사(선주)로는 하팍로이드(Hapag-Lloyd)가 있다.

하파그로이드는 독일 최대 선사이자 세계 5위의 글로벌 해운사다. 우리나라의 HMM이 속해 있는 해운 동맹 더얼라이언스(THE Alliance) 소속이며, 보유한 컨테이너 선박은 2023년 9월 기준 총 264척, 총적재 용량은 200만 TEU이다.

하파그로이드의 최근 신조 주문은 2만 3,600TEU급 액화천연가스(LNG) 이중 연료 엔진 컨테이너선 12척(2020년 6척, 2021년 6척)으로 우리나라의 한화오션(전 대우조선해양)이 전량을 수주했다. 선박 인도는 2023년 6월 인도된 선박 베를린 익스프레스(Berlin Express)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해운 업계에 탄소 중립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초대형 이중 연료 엔진 선박을 주문한 하파그로이드는 대체 추진 기술 및 연료를 위한 연구 개발도 활발히 하고 있다. 동사는 이 연구의 일환으로 4500TEU급 풍력 추진 컨테이너 선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풍력 추진선 연구는 지난해 초 요트 전문가인 보리스 헤르만(Boris Hermann)과 그의 팀 Mailizia와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현재 2단계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종 목표는 8~10노트의 저속 운항 시에 풍력 환경이 뒷받침되는 경우, 총 8개의 돛으로 구성된 돛 시스템만으로 운항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2) 조선소 및 설계 전문회사

조선소나 선박 설계 전문회사는 선주 및 해운사의 요구에 따라 선박을 설계하고 건조하며 메이커 리스트(Marker List)를 기반으로 선박 건조에 사용될 기자재를 지정하고 구매한다. 따라서 조선소나 선박 설계사는 신조 시장에서 실수요자로서 조선기자재를 구매한다. 독일의 대표적인 조선소로는 세계 최대 크루즈 조선소 중 하나인 마이어베르프트(Meyer Werft)가 있다.

마이어베르프트는 1795년에 설립된 독일 최대 조선소로 니더작센주 파펜부르크(Papenburg)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 조선소는 로스토크(Rostock)에 있는 넵튠베르프트(Neptune Werft)와 핀란드 투르쿠(Torku)에 있는 STX핀란드 조선소를 각각 1994년, 2014년에 인수하면서 독일 최대 조선 그룹이 됐다. 현재 세 군데의 조선소에서 약 7000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

크루즈 선박을 건조하는 마이어베르프트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근로자 7000명 중 절반인 3,00명이 단축 근무를 하는 등 큰 위기를 겪기도 했다. 또한 주문량이 급감하면서 2025년까지 건조 예정인 크루즈선 총 4척* 외에는 크루즈선 주문이 없는 상태이다.

크루즈 선박의 주문량이 많이 감소함에 따라 동 조선소는 해양 기술 분야로 관심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에는 북해 오프쇼어 전력망 연결 사업*에서 Offshore Wind Power Converter 플랫폼을 제작하는 스페인의 Dragados Offshore S.A과 플랫폼의 철골 구조물 제작을 위한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마이어베르프트는 플랫폼 DolWin4과 BorWin4에 각각 6000톤, BalWin1와 BalWin2에 각각 1만5000톤의 철골 구조물을 2024년 가을부터 2027년 봄까지 납품할 예정이다. 동 조선소가 납품하는 철골 구조물의 부피는 대형 크루즈 선 한 척에 해당하는 철강 부피이다.

  주*: 독일 송전 기업 Amprion이 발주하고 지멘스 에너지가 발전 설비를 공급하는 전력망 연결 사업으로, Offshore Wind Power Converter 플랫폼을 통해 해상 풍력발전에서 발전한 교류 전류를 직류로 전환한 뒤 이를 고전압 직류송전(High Voltage Direct Current)으로 육상으로 전송하는 대규모 전력망 프로젝트

(3) 선박 관리 회사 및 수리 조선소

선박관리회사(Ship Management)는 선주가 위탁한 선박을 관리하는 기업이며, 수리 조선소는 선박의 수리 및 개조를 전문으로 하는 조선소다. 이 업체들은 선박 수리시장에서 실수요자로서 유지 보수와 수리를 위한 기자재를 자체적으로 구매하거나 에이전트를 통해 구매한다. 조선기자재를 공급하는 우리 기업 H사의 담당자에 따르면, 독일에는 선원 관리부터 선박 유지 보수까지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박 관리 회사들은 다수 있으나, 내륙선 수리 조선소를 제외하고 드라이독을 갖추고 상선을 수리할 수 있는 수리 조선소는 많지 않다고 한다.

조선기자재 공급 구조

수요구조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최종 수요자인 선주나 실수요자인 조선소가 기자재 구매 결정을 하게 되면 건조나 수리를 위해 기자재가 조선소로 공급되게 된다. 조선산업에서 조선기자재 공급 구조는 Tier-2에서 Tier-1공급자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조선소로 공급되는 수직적이고 피라미드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조선산업 공급망에서 Tier-1과 Tier-2 공급자의 구분은 비교적 명확하나, 같은 레벨 안에 공급업체와 하도급 업체의 경계는 모호하다. 이에 대해 BAlance Technology Consulting은 제품 또는 구성 요소에 대한 기술적 책임(예: 연구 개발 활동 수행) 또는 상업적 책임(예: 수리 능력)을 입증하는 경우는 공급자(제조업체)로 그 외에는 하도급 업체로 분류할 수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공급망 내에서 Tier-1 공급자는 자체 설계 능력과 기술 특허 등이 있어 완성품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기업들이다. Tier-2 공급자는 Tier-1 공급자가 생산하는 장비의 소재, 부품, 시스템 등을 제공하거나 하도급을 받아 제조 및 조립을 하는 기업들이다.조선소 구매 사양에 따라 기자재를 분류할 경우 조선기자재는 총 7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는데, 독일 조선기자재 기업들은 이 중 추진 및 보조장치, 항해 및 통신장비 분야의 제품에 강점을 보인다. 따라서 독일의 Tier-1급 기업은 주로 추진 및 발전 장비, 항해 시스템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이며 주요 기업은 다음과 같다.

  주*: 조선소구매 사양 기준에 따른 7개 분류 카테고리: 선체, 객실, 소방 안전, 화물 및 평형 시스템, 추진 및 보조장치, 계측 및 제어, 항행 및 통신장비, 전기(출처: 박창민(2022))

1) MAN Energy Solutions SE

MAN Energy Solutions는 대형 디젤 엔진, 터보 기계류 및 통합형 동력 시스템의 세계적인 엔진 설계 업체 중 하나로 전 세계 선박용 엔진 디자인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육상 및 해상용 4행정 및 2행정 엔진을 설계하고 실물 엔진 생산 업체를 통해 엔진을 생산하고 공급한다.

동사는 디젤 엔진에 강점을 보여 왔으나 최근에는 천연가스 이중 연료 엔진을 개발해 생산 및 공급하고 있다. 대표적인 천연가스 이중 연료 엔진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박 엔진 중 하나인 L23/30H 및 L28/32H를 개선한 L23/30DF 및 L28/32DF 가 있다.

또한 동사는 대체 연료 엔진 개발에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우리 기업 STX 엔진과 공동으로 이중 연료 엔진인 L35/44DF CD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 엔진은 L35/44DF CR 엔진을 개선한 것으로 연비는 높이고 메탄 슬립(Methane slip)*은 낮춘 것이 장점이다. 이 엔진의 가스 연료로는 천연가스와 바이오 메탄 가스를 활용할 수 있고, 액체 연료로는 MGO(선박용 경유), MDO(경유 중유 혼합), 디젤 또는 바이오 선박유를 사용할 수 있다.

  주*: 메탄이 불완전 연소돼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현상

그리고 지난해 7월에 덴마크 코펜하겐 연구소에서 연구용 2행정 암모니아 엔진 연소 시험 테스트에 성공하기도 했다. 동사는 2행정 연구용 엔진의 테스트를 꾸준히 이어가며 연소 성능과 관련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며, 동사의 이중 엔진 생산 면허를 보유한 HD 현대 중공업은 2024년 말 암모니아 이중 연료 엔진을 생산해 납품할 계획이다.

2) Siemens Energy Global GmbH & Co. KG

지난 2020년 지멘스의 에너지 부문에서 분사해 설립된 지멘스 에너지는 추진 및 발전 설비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다. 동사는 조선 해양 산업 분야에서 선박 자동화 제어 시스템, 전기 구동 시스템, 발전 및 배전 시스템, 포드(pod) 추진 시스템 등을 공급하고 있다.

3) Anschütz GmbH

1905년에 설립된 안쉬츠(Anschütz)는 상업용 선박, 해양 및 연구용 선박, 작업선, 대형 요트, 해안 경비대 및 해군 선박, 잠수함을 위한 내비게이션 및 항해 시스템을 제조하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동사의 창업자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도움을 받아 전륜 나침반(자이로컴퍼스)을 발명한 헤르만 안쉬츠-켐페(Hermann Anschütz-Kaempfe, 1872~1931) 박사이다. 동사가 생산하는 주요 제품은 전륜 나침반, 자동 조종 장치, 방향타 제어 시스템, 레이더 시스템, ECDIS(전자해도 표시 및 정보 시스템), 통합 내비게이션과 브리지 시스템(INS/IBS/INBS), 잠수함 시스템(예: 3D 조향 제어, 배터리 모니터링, 자동화) 과 같은 광범위한 항법 시스템이다.

4) SCHOTTEL GmbH

1921년 설립된 쇼텔(Schottel)은 세계 최고의 조향 및 추진 시스템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1950년 창업자인 요제프 베커(Josef Becker)가 세계 최초로 발명한 러더 프로벨러* SRP(SCHOTTEL RudderPropeller)를 시작으로 현재 50 ~ 30,000kW의 출력 범위를 포괄하는 9개 종의 조향 및 주진 장치를 생산하고 있다. 쇼텔의 추진 장치는 페리선, 해양플랜트, 군함, 크루즈 선 등 다양한 선박에 탑재되고 있다.

  주*: 360도로 추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전방위각 추진 장치

동사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친환경 전기 선박을 위한 추진 장치인 에코펠러(SRE, EcoPeller)도 생산하고 있다. 에코펠러는 전기 동력원을 위해 개발된 최초의 전방위각 드라이브로, 기어박스를 없애 기계적 효율성 극대화하고 소음은 최소화한 장치다. 이 전기 선박 전용 프로펠러는 스페인 선사 Baleària와 노르웨이 선사 Torghatten Nord AS의 전기 페리선에 탑재 됐됐다.

4) WISKA Hoppmann GmbH

1919년 설립된 뷔스카 호프만은 선박용 전기 설비 자재, 조명 제품을 제조하는 선도적인 기업 중 하나다. 동사는 설계 및 개발부터 구매, 생산, 연구소, 마케팅, 영업 및 물류에 이르는 모든 프로세스를 칼텐키르헨(Kaltenkirchen)에 위치한 본사에서 중앙에서 제어한다.

최근 들어 뷔스카 호프만 사는 선박 내부와 외부에 설치되는 CCTV도 생산하고 있다.

그중 선박 외부에 설치하는 CCTV인CS-S 시리즈는 극한 환경에 적합하도록 20년 동안 연구한 끝에 개발한 제품 라인이다. CS-S 시리즈는 스테인리스 소재에 폴리에스테르에 흰색을 입힌 RAL 9016 분말로 코팅돼 있어 부식에 강하고, -30~55°C의 온도에서 견딜 수 있도록 제작 됐다. CCTV 카메라 해상도는 4메가픽셀(최대 2,560 x 1,440픽셀)이며, 최소 조도는 0.0005lx이다. 또한 512배 줌기능(광학 32배/디지털 16배)과 야간 투시용 Starlight 기술도 적용됐다.

조선기자재 공급에 있어 한국과 독일의 차이점

 

한편, 독일을 포함한 유럽의 조선기자재 공급 형태는 우리나라와 다른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의 조선기자재 산업은 조선 산업의 일부로서 부품 납품 위주로 발전한데 반해 유럽은 납품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기능 수행이 가능한 완제품 형태로 산업이 발전했다. 즉, 우리나라의 조선기자재 산업은 선박 건조 시 부품을 납품하고 이들 장비의 설치 및 운영은 조선소가 담당하는데 반해 유럽의 조선기자재 산업은 독자적인 기능 수행까지 조선기자재 산업에서 구현하고 조선소는 이를 채택하는 방식으로 공급 형태에 있어차이를 보인다.

  주: 우리나라와 유럽 조선기자재 산업의 차이에 관해서는 「조선기자재 산업의 정의와 부가가치 규모 추정에 관한 연구, 박창민, 2020」 참고

우리 기업 진출 전략

살펴본 바와 같이 조선기자재 산업은 전방 산업인 조선산업 및 해운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공급 구조 역시 다른 산업과 달리 매우 복잡하다. 특히 주문 생산 방식으로 건조되는 선박의 특성상 중요 부품들도 선박 주문에 따라 수요가 달라진다. 또한 안전이 최우선인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선주나 조선소 같은 수요자들이 네임 밸류가 있는 브랜드와 기업을 선호하는 아주 보수적이고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확고한 기존의 공급망으로 우리 기업이 신규로 들어가 것은 쉽지 않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 기업은 선제적으로 신기술 및 제품을 개발해 틈새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틈새시장을 찾기 위해서는 기자재를 구매하는 수요자들이 현재 어떤 니즈가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다. 이러한 실제 수요를 예측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바로 항해와 관련된 규제 동향이다. 왜냐하면 선박은 운항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므로 항해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규제에 대응은 최종 수요층인 선주나 해운사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지 진출을 모색하는 우리 기업은 국제해사기구 IMO의 규제 동향을 지속해서 파악하고, 규제로 인해 생기는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선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실제 함부르크무역관이 독일 선사 하팍로이드 측과 미팅을 진행한 결과 동사는 선박용 탄소 포집 시스템(Onboard Carbon Capture System, OCCS)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규제에 따라 생기는 실제 수요와 이로 인한 틈새시장은 우리 기업들이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시장이다.

현지 진출을 위한 다른 방법으로는 독일 기자재 생산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진출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독일의 조선기자재 산업은 납품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독자적인 기능 수행이 가능한 완제품 형태로 산업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조선산업과 별도로 업체 간 기술 제휴, OEM 등을 통해 협업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선기자재 공급사인 H사의 담당자는 Man Solution Energy나 Siemens Energy 같은 톱 티어들은 이미 확고한 공급망을 가지고 있고, 매우 까다로운 기준으로 신규 공급망을 선정하기 때문에, 톱 티어 보다는 이들의 서브 벤더와의 협업이 오히려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서브 밴더들의 수요도 톱 티어의 방향성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 수요 발굴을 위해서는 톱 티어들의 신기술, 신제품 개발 및 연구와 관련된 정보를 꾸준히 수집하고, 직접적인 수요 문의를 하는 것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사점

이처럼 독일 조선기자재 시장에 진출을 위해서는 실제 수요 발굴을 통한 틈새시장 선점, 독일 기자재 공급업체와의 협업과 같은 방안이 주요 진출 전략이 될 수 있다. 더불어 가스켓과 같은 대량 생산 부품이나 선내 의장품과 같은 제품을 현지 에이전시나 유통사를 통해 납품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독일 조선기자재와 관련 전시회로는 유럽 최대 조선 해양 전시회인 함부르크 조선 및 해양 전시회(SMM)가 있다. 격년으로 개최되는 동 전시회는 올해 9월 3일부터 6일까지 함부르크 전시회장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자료: BAlance Technology Consulting, NDR, Schiff&Hafen, Hapag-Lloyd, Meyer Werft, Man Energy Solution, Siemens Energy, Anschütz, Schottel, Wisk hoppmann, Hamburg Messe und Congress, AUMA, 대한조선학회, S&S 철강산업연구소, 한국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KOTRA 함부르크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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