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항만 노동자, 재계약 협상 결렬 시 파업 예고

-임금 인상, 터미널 자동화 도입, 작업 할당이 주요 쟁점

-우리 진출 기업 파업 여파에 대비해야

KOTRA(뉴욕무역관 정진수)는 12일 "미국 동부지역 항만 노사협상에 업계 주목" 제하의 리포트를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미 동부 연안 근로자를 대표하는 국제항만노동자협회(International Longshoremen’s Association, ILA)의 해럴드 다겟(Harold Daggett) 대표는 지난해 7월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2023년 ILA 컨벤션 모두 연설에서 “현재의 계약이 만료되는 2024년 9월 30일 전에 사측과 임금 인상과 개선된 복지 사항을 포함한 재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기존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측 CEO 중 한 명이 연말 보너스로 400만 달러를 받았던 것을 예로 들며, “예산 부족으로 임금 인상이 불가능하다는 말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사측에 경고했다.

미 동부 항만 운영의 주요 구성원인 ILA와 USMX

미 동부 항만은 파나마 운하의 현대화 작업이 완료된 2002년부터 아시아-미동안 간 해상 물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물동량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동부 최대 항만인 뉴욕∙뉴저지항은 2002년 380만 TEU에서 2008년 520만 TEU로 1.4배 성장했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사바나 항은 2002년 150만 TEU에서 2008년 260만 TEU로 약 1.7배 성장하며, 햄튼 로드(Hampton Roads)항과 찰스턴(Charleston)항을 앞지르고 4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 전체 동부 항만 물동량의 31.9%(2022년)를 처리하는 뉴욕∙뉴저지항은 2022년 기준 949만 TEU로 2,710억 달러 규모의 화물을 처리했다. 

이는 전 세계 항만 중 17위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미국 최대 항구인 LA항(991만 TEU, 3,110억 달러)에 이어 미국 2위에 해당한다. 저널오브커머스에 따르면 2002년 뉴욕∙뉴저지항의 물동량은 LA항의 약 ¼ 규모에 불과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물류 적체가 심화되던 중 서부 항만의 태업과 트럭 및 철도 노조의 파업으로 LA항과 롱비치 항에 100척 이상의 선박이 대기하는 일이 발생해 일부 선사들이 미 동부로 항로를 변경하는 일이 있었다. 또한 텍사스주와 조지아주에 대규모 공장이 건설되면서 물동량이 증가한 것이 최근 동부 항만 물동량 증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ILA는 미 동북부의 메인주부터 걸프만의 텍사스주까지 미 동부 연안에 위치한 14개 항구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4만 5,000명이 가입되어 있는 노동 조합이다. 사측 연합인 미국해양협회(United States Maritime Alliance, USMX)는 동부 연안에 있는 터미널, 항만청, 해운사 등 36개 회사와 단체가 소속되어 있다. 두 단체는 2024년 10월 재계약을 앞두고 지난 2022년 9월부터 계약 조항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USMX의 회원 중 하나인 뉴욕∙뉴저지항 마허(Maher)터미널의 그레이 크로스(Gray Cross) 대표는 “45년간의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ILA은 지금까지 협상했던 노조 중 가장 비즈니스 마인드가 큰 노조”라고 평가했다. 마허 터미널에는 1,500명가량의 ILA 노조원이 일하고 있으며, 이는 뉴욕∙뉴저지항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크로스 대표는 뉴욕∙뉴저지 외국 포워더 협회 모임에서 “ILA와 USMX는 물류가 멈추지 않고 계속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것”이라고 말했다.

3대 협의 쟁점: 급여 인상, 터미널 자동화, 작업 할당

저널오브커머스에 따르면, 두 단체는 지난 2022년 9월부터 지역별 자체 조율 사항을 시작으로 협의를 진행했다. 수 개월간 진행이 중단됐던 협의는 지난 2월 다시 재개되어 2024년 3월 현재, 뉴욕∙뉴저지와 볼티모어 지역에서 협의가 완료됐다. USMX의 데이브 아담(Dave Adam) 대표는 “ILA가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 기쁘다”며, “계약 조율의 75%가 지역단에서 해결해야할 부분으로, 빠른 시일 내 마스터 계약 사항을 논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여름 열린 ILA의 컨벤션에서 다겟 대표가 사측에 “협상 결렬 시 바로 파업”을 선언했기 때문에 업계는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 마스터 계약 조율 사항은 급여 인상, 터미널 자동화, 작업 할당에 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가까스로 협상이 타결된 서부 항만의 경우 2022년부터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32%까지 급여를 인상하고, 팬데믹 기간 동안 안전 위협에도 근무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영웅 보너스(Hero Bonus)를 1회 지급하기로 협의했다. 그러나 협상이 타결되기 까지는 무려 13개월이 걸렸으며, 협상 우위를 선점하려는 노조의 태업으로 일부 터미널에서는 적체 현상이 발생했다. 물류업계 관계자 A 씨는 “서부 항만의 타협 결과를 미루어 봤을 때, ILA 역시 급진적인 임금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물류 업계의 핫 이슈로 떠오른 항만 자동화 부분에서도 논쟁이 있다. 월스트릿 저널은 물류 터미널 내 자율 주행 무인 차량, 자동화 크레인 등을 도입할 경우 인력 교대 및 휴식 시간 등의 감소로 생산성이 30% 상승하고 인건비는 줄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ILA는 항만 자동화가 진행될 경우 일자리가 축소되면서 고용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반대해 왔다. ILA는 2012년 계약 협의 때 고용 안정을 보장하는 새로운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자동화에 따른 실직 보상금을 요구하기도 했다. 2018년 계약에는 계약기간(2024년 9월까지) 중 동부와 걸프만 연안의 완전 자동화 터미널 및 장비 도입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다만 컨테이너 작업 부분 자동화는 사업주가 재교육이나 새로운 작업 배정과 같이 근로자 보호 장치를 도입할 때만 허용했다. 다겟 대표는 2023년 ILA 컨벤션에서 LA항의 피어 400 자동화 터미널을 예를 들며 “머스크(Maersk)가 자동화 터미널을 건설함으로써 600명의 항만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다”며, “모든 수익은 미국이 아닌 덴마크가 챙겼다”고 자동화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작업 할당도 주요 쟁점이다. ILA의 작업 할당 관련 분쟁은 남캐롤라이나 항만청(South Carolina Port Authority, SCPA)이 2020년 찰스턴항에 새로 영업을 시작한 레더맨(Leatherman) 터미널의 작업 배치를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동부 항만은 ILA 노조원과 주속인 비노조원이 하이브리드로 구성되어 업무 배치가 이뤄져 왔다. 그러나 레터맨 터미널의 크레인 운영이 비노조원으로만 구성되고, ILA 노조원들이 배제되자 ILA에 불만을 표시했다. 100척이 넘는 해사 연합(Maritime Alliances) 선박들이 레더멘 터미널에 정박하고 비노조원 노동자가 크레인 등의 운영을 시작하자 ILA는 USMX를 단체교섭 협약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SCPA는 ILA의 조치가 한 회사가 다른 회사와 거래하는 것을 막고 추가 고용을 얻기 위한 시도라며 국가노동관계위원회(Nation Labor Relations Board, NLRB)에 국가노동관계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제소했다. 이 법정 싸움은 대법원까지 이어졌으며, 지난 2월 20일 NLRB가 ILA노조원이 레더멘 터미널의 모든 지위를 점유할 수 있다고 최종 판결하며 일단락됐다. 판결 직후 SCPA의 대표 바바라 멜빈(Barbara Melvin)은 “대법원의 판결이 실망스럽지만, 컨테이너 터미널의 운영 교착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노조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릿 저널은 이번 소송의 결과가 새로운 마스터 계약이 협상 중에 나온 것이라 조지아주 사바나항에 새롭게 건설 중인 가든시티와 오션(Garden City and Ocean) 터미널의 작업 배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시사점

전미소매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 NRF)는 ILA와 USMX에 서한을 보내 “협상 중단으로 미국과 세계 무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협상이 결렬되어 ILA가 파업에 돌입하게 될 경우 동부 항만 터미널이 운영이 정지되면서 하역 작업 차질, 물류 기간 증가, 재고 결손, 컨테이너 부족, 운송 루트 변경, 물류비 추가 등이 발생할 수 있다.

10월 파업을 시작하게 될 경우 1~2일의 파업에도 12월 쇼핑 시즌을 대비한 공급망에 2주 이상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러한 공급망 차질로 소매 업계의 영업 혼선이 생기고 비용이 증가해 결국 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물류업계 관계자 A 씨는 뉴욕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의 ILA의 협상 스타일을 미뤄 봤을 때, 서부처럼 급격한 임금 인상을 빌미로 한 태업이나 무리한 협상 조건을 주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10월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두 조직이 합심하여 협상을 이어간다면, 완만하게 계약이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일의 사태에 우리 기업들은 대비책을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 바이어에게 파업 우려를 설명하고 가격적 혜택을 제공해 미리 충분한 재고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제안할 수 있다. 또한 대체 항로 편을 미리 확보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북미 동부로 오는 대체 항로는 캐나다 몬트리올항과 핼리팩스항이 있으며, 서부의 LA항, 롱비치항 혹은 파나마항으로 하역한 후 기차나 트럭을 통한 육로 운송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글로벌 물류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최근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민첩하게 대응해야 할 시점이다.

 

자료: Wall Street Journal, New York Times, CNBC, The Maritime Executive, Journal of Commerce, S&P Market Intelligence, Port Technology International, Port Economics, International Longshoremen’s Association, United States Maritime Alliance, The Load Star, Cannan Group, Port Authority of NYNJ, KOTRA 뉴욕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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