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     석

1. 대상판결: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다34839 판결

2. 사실관계

가. 파나마 법인인 E는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이고, F 주식회사는 이 사건 선박을 용선하여 해상운송업에 종사하였는데, F는 주식회사 G와 이 사건 선박에 필요한 선원을 송출하고 선원의 임금 및 수당을 F를 대신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대리점계약을 체결하였다.

나. 원고들은 G와 사이에 승선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선박에 승선하였는데, 원고 A는 2008. 5. 8.부터 2009. 1. 31.까지 이 사건 선박의 기관장으로, 원고 B는 2008. 5. 27.부터 2009. 2. 5.까지 이 사건 선박의 선장으로 각 근무하였다.

다. 한편, 이 사건 선박에 관하여 소외 H외 3인의 신청에 따라 2009. 9. 1. 부산지방법원 2009타경37137 호로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고, 원고들의 신청에 따라 2009.9. 29. 부산지방법원 2009타경40683 호로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는데, 원고들의 신청에 따른 임의경매절차는 위 부산지방법원 2009타경37137 호로 중복되었으며, 그 후 이사건 선박에 관한 임의경매절차는 창원지방법원으로 이송되어 창원지방법원 2009타경37912, 2009 타경37929, 2009타경37936(중복)호로 진행되었다.

라. 창원지방법원은 2010. 12. 24. 이 사건 임의경매절차의 배당기일에서 실제 배당할 금액 6,676,701,887원 중 6,339,792,267원을 근저당권자인 피고에게 2순위로 배당하고, 원고들에게는 배당을 하지 않는 내용의 배당표를 작성하였다.

마. 이에 원고들은 2010. 12. 24. 배당기일에서 피고의 배당액 중 원고들이 주장하는 임금채권액 각 24,816,820원(원고 A), 27,276,890원(원고 B)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하고, 2010. 12. 29.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3. 당사자 주장의 요지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은, 원고들의 사용자인 F가 이 사건 선박의 실질적인 소유자이고, E는 편의치적을 위한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할 뿐 파나마국은 이 사건 선박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므로, 원고들의 근로계약 및 선박우선특권으로 보호되는 범위, 이 사건 선박에 관한 원고들의 선박우선특권과 피고의 저당권과의 우선순위는 국제사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대한민국 선원법과 대한민국 상법에 따라야 하는바, 상법 제777조 제1항 제2호, 제788조에 따라 이 사건 선박에 관한 원고들의 선박우선특권이 피고의 저당권에 우선하므로, 이 사건 배당표는 경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나. 피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선박의 선적국은 파나마국이므로, 국제사법 제60조에 따라 파나마국 상법을 준거법으로 보아 선박우선특권을 정해야 하고, 선박우선특권과 저당권 사이의 우선순위에 관하여도 파나마국 해상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는데, 파나마국 해상법에 따르면 원고들의 임금채권에 관하여는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원고들의 청구는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4. 대법원 판결요지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 제2호는 해상에 관한 준거법으로서 ‘선박의 소유권 및 저당권, 선박우선특권 그 밖의 선박에 관한 물권’ 및 ‘선박에 관한 담보물권의 우선순위’는 선적국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제사법 제8조 제1항 은 준거법 지정의 예외로서 ‘이 법에 의하여 지정된 준거법이 해당 법률관계와 근소한 관련이 있을 뿐이고, 그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국가의 법이 명백히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다른 국가의 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각 규정의 내용과 취지에 비추어 보면, 선원의 임금채권을 근거로 하는 선박우선특권의 성립 여부나 선박우선특권과 선박저당권 사이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준거법은 원칙적으로 선적국법이라고 할 것이나, 선박이 편의치적이 되어 있어 그 선적만이 선적국과 유일한 관련이 있을 뿐이고, 실질적인 선박 소유자나 선박 운영회사의 국적과 주된 영업활동장소, 선박의 주된 항해지와 근거지, 선원들의 국적, 선원들의 근로계약에 적용하기로 한 법률, 선박저당권의 피담보채권을 성립시키는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장소 및 그에 대하여 적용되는 법률, 선박경매절차가 진행되는 법원이나 경매절차에 참가한 이해관계인 등은 선적국이 아닌 다른 특정 국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앞서 본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국가의 법이 명백히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다른 국가의 법을 준거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5. 평석

가. 선박우선특권이란 법에 정해져 있는 일정한 채권에 대하여 그 채권자가 선박, 그 속구 등을 목적으로 하여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는 해상법상의 특수한 담보권으로서 그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민법의 저당권에 관한 규정이 준용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이 사건 선박의 선원인 원고들과 이 사건 선박에 대하여 근저당권을 가지고 있는 피고 은행이 배당절차에서 배당순위를 두고 다투었는바, 상법 제777조 제1항 제2호에 의하면 선원과 그 밖의 선박사용인의 고용계약으로 인한 채권에 대하여 선박우선특권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상법이 적용되는 경우 근저당권에 우선하여 원고들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배당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 사건 선박의 선적국인 파나마법에 의하면 선원들의 임금채권에 대하여는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지 않아 결국 피고 은행의 근저당권보다 배당 순위에서 밀리게 됩니다. 그러므로 선박우선특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어느 법이 적용되는지가 이 사건에서 핵심적으로 다투어졌습니다.

나.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에 대하여 국제사법 제60조 제1호는 선적국법에 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편의치적의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선적국법이 준거법이 됩니다. 그러나 국제사법 제8조 제1항은 “이 법에 의하여 지정된 준거법이 해당 법률관계와 근소한 관련이 있을 뿐이고, 그 법률관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다른 국가의 법이 명백히 존재하는 경우에는 그 다른 국가의 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여 예외를 두고 있는바, 이 사건에서와 같이 단지 편의치적을 해둔 경우에 있어 원칙에 따라 선적국법에 의할 것인지 아니면 실질에 따라 그 예외가 적용될 것인지 문제가 되었습니다.

다. 이와 같이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을 판단함에 있어서 당사자 사이에 그 준거법과의 밀접한 관련성에 관한 다툼이 있을 경우에는 선적국법과 해당 법률관계의 관련성 정도 및 선적국법 이외의 밀접 관련성이 있는 명백한 준거법의 존재 여부에 관하여 실질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선박이 편의치적이 되어 있어 선적만이 그 국가와 유일한 관련이 있을 뿐이고, 항해지, 실질적인 선박 소유자, 실질적인 선박 운영회사, 실질적인 선박의 근거지, 선원의 국적, 선박의 주된 항해지 및 주된 근거지, 당해 법률 분쟁이 발생한 장소 등이 선적국과 근소한 관련만 존재하는 경우에는 임금채권을 근거로 하는 선박우선특권의 준거법은 선원근로계약의 체결 경위 및 내용, 국제사법 제8조와 사회·경제적인 약자인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규정한 국제사법 제28조 의 취지 등을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합니다.

라.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인 E가 편의치적을 목적으로 설립된 서류상의 회사에 불과하여 선적국인 파나마국과 별다른 관련성이 없는 점, 이 사건 선박의 실질적인 소유자이자 용선자인 F는 대한민국 법인으로서 그 대표이사와 임원진 모두 대한민국 사람인 점, 이 사건 선박은 주로 대한민국에서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항해하면서 화물을 운송하는데 사용되었을 뿐이고 파나마국의 항구를 거점으로 운항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이 사건 선박의 선장과 기관장인 원고들을 포함한 이 사건 선박의 선원들은 대한민국 사람이거나 동남아시아 사람들이고 선원들 중 파나마국 사람은 없는 점, F가 작성한 선원고용계약서에는 그 계약서에서 정한 것 이외의 사항은 대한민국 선원법 및 근로기준법에 따른다고 규정되어 있어서 선장과 기관장인 원고들의 고용관계에 관하여는 대한민국 법률이 적용되는 점, 이 사건 경매절차는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피고를 포함하여 경매절차에서 배당에 참가한 채권자들 대부분이 대한민국의 법인이거나 국민이고 파나마국과는 별다른 관련성이 없는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의 임금채권을 근거로 하는 선박우선특권의 성립 여부및 그 선박우선특권과 피고의 근저당권 사이의 우선순위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법은 선적국인 파나마국 법이 아니라 대한민국 상법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하여는 국제사법 제8조 제1항에 따라 대한민국 상법을 적용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대한민국 상법에 의하면 원고들의 임금채권은 선박우선특권 있는 채권으로서 피고의 근저당권보다 우선하므로, 피고의 근저당권이 원고들의 채권보다 선순위임을 전제로 작성된 이 사건 배당표는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을 모두 정당한 것으로 판시하였는바 이와 같은 결론은 타당하다고 할 것입니다. 다만 이와 같은 법리가 선박우선특권 외의 다른 부분에서도 일관되게 판시될 것인지에 대하여는 이후 대법원의 입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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