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     석

1.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2. 4. 3. 선고 2011나37553 판결

2. 관련조문

상법 제814조 (운송인의 채권•채무의 소멸) ①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 다만, 이 기간은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연장할 수 있다.

3. 사실관계

원고는 소외 주식회사 A와 원고의 컨테이너를 소외 회사에 임대하는 내용의 리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소외 회사는 리스계약에 따른 이용료를 원고에게 지급하지 않았을뿐더러, 일부 컨테이너가 손실되기도 하였다.

이에 원고는 2009. 3. 17. 원고가 소외 회사에 대하여 가지는 미지급 리스료 및 컨테이너 손실에 따른 손해액 합계액 35,538,183,593원의 채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소외 회사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147,000,000원의 운송료 채권에 관하여 채권가압류 신청을 하였고, 같은 달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카단2918호 채권가압류 결정이 내려졌다.

그 후 원고는 2009. 3.경 소외 회사를 상대로 위 미지급 리스료 등 채권에 기한 지급명령을 신청하였고, 2009. 6. 3. 위 법원 2009차35979호로 ‘소외 회사는 원고에게 35,538,183,593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지급명령이 확정되었다.

원고는 2009. 8. 21. 위 법원 2009타채24799호로 가압류를 본압류로 이전하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2010. 1. 18. 위 법원 2010타채1178호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각 발령받았고, 위 각 결정은 2009. 9. 11. 및 2010. 1. 22. 각 피고에게 송달되었다.

4. 당사자들의 주장

(1) 피고
상법 제814조 제1항[구 상법(2007. 8. 3. 법률 제8582호로 개정되기 전의 법률) 제811조, 위 두 조항은 내용이 거의 유사하다]에 의하면 운송인의 운송료 채권은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 원고는 소외 회사의 피고에 대한 운송료 채권을 근거로 ‘소외 회사가 화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인 2007. 12.경 또는 2008. 10.경부터 이미 1년이 경과한 이후인 2010. 9. 14. 비로소 이 사건 소로써 청구하고 있으므로, 결국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제척기간이 도과한 것이므로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

(2) 원고
상법 제814조 제1항 소정의 제척기간은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는 경우에만 완성되는바, 원고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2009. 3. 17. 소외 회사의 피고에 대한 운송료 채권에 대하여 가압류 신청을 통한 재판상 청구를 하였고, 그렇다면 화물을 인도한 날인 2008. 10.경부터 기산하면 아직 1년이 경과하지 않았으므로 제척기간은 완성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의 제척기간에 관한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다.

5. 법원의 판단

대상판결은 아래와 같은 이유를 설시하면서 청구취지 금액 금146,935,457원 중 금17,989,600원에 대해서는 각하하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1) 원고의 위 가압류 신청일인 2009. 3. 17.로부터 역산하여 1년이 이미 경과한 채권 해당 항목은 [별지] 목록기재 순번 1 내지 12, 101, 111, 112임이 역수상 명백하므로, 이에 해당하는 채권액 합계 17,989,600원은 원고의 위 가압류 신청일인 2009. 3. 17.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재판상 청구 시로부터 이미 1년이 경과하였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소로서 청구하는 운송료 채권액 합계 146,935,457원 중 적어도 17,989,600원에 해당하는 부분은 제척기간 도과로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함이 상당하다.

(2) 상법 제814조 제1항은 연혁적으로 ‘1968년 선하증권에 관한 법률의 특정 규칙의 통일을 위한 국제협약과 개정의견서(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Unification of Certain Rules of Law relating to Bills of Lading and Protocol to amend, 통칭 ‘헤이그-비스비 규칙’이라 한다)’ 제3조 제6항을 수용한 것인데, 헤이그-비스비 규칙 및 이를 수용한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재판상 청구’는 좁은 의미의 소송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재판상 신청 내지 청구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소송, 중재, 지급명령 신청, 중재인 선정 통지, 민사조정 신청, 파산선고 신청, 민사집행법에 의한 배당요구, 소송고지, 선박소유자책임제한절차 참가 등이 모두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는 점, 이와 같이 재판상 청구 범위를 넓게 해석하는 이상 재판상 청구에는 소 제기 이외에 채권자가 채무자인 운송인에 대하여 재판상 또는 재판에 준하는 절차에 의하여 명확히 권리를 행사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까지도 포함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이러한 의사표시가 있는 경우에는 제척기간이 준수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 점,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제척기간은 1년으로 상대적으로 매우 단기이므로 재판상 청구를 폭넓게 해석함이 채권자 구제 측면에서도 합리적인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상법 제814조 제1항의 ‘재판상 청구’에는 ‘채권자의 가압류 신청 및 결정’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6. 평석

상법 제814조 제1항은 “운송인의 송하인 또는 수하인에 대한 채권 및 채무는 그 청구원인의 여하에 불구하고 운송인이 수하인에게 운송물을 인도한 날 또는 인도할 날부터 1년 이내에 재판상 청구가 없으면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조항은 운송인과 송하인 또는 수하인 사이의 법률관계를 조속히 정리하기 위하여 운송인의 채권•채무에 관하여 단기의 제척기간을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본건 사안에서는 원고의 가압류신청이 법이 규정하고 있는 ‘재판상 청구’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는바, 대상 판결은 위 조항이 연혁적으로 ‘헤이그-비스비 규칙’ 제3조 제6항을 수용한 것인데, 헤이그-비스비 규칙 및 이를 수용한 상법 제814조 제1항에서 정한 ‘재판상 청구’는 좁은 의미의 소송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재판상 신청 내지 청구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되므로 가압류신청도 ‘재판상 청구’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시하였다.

그러나 상법 제814조가 재판상 청구를 제척기간 준수의 요건으로 규정한 취지는 권리실행의 가장 유효 적절한 수단인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법률관계를 조기에 확정하고자 하는 취지이므로, '재판상의 청구’란 종국판결을 받기 위한 소의 제기나, 이행의 소를 대신하여 재판기관의 공권적인 법률판단을 구하는 절차의 진행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소멸시효와 관련하여 민법 제168조와 민법 제170조제2항은 청구,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그리고 승인을 별개의 독립적인 사유로 병렬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가압류, 나아가서 압류라 하더라도 재판상 청구에 해당한다고 확대해석 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보여진다. 대상판결은 고등법원판결로서 쌍방이 상고를 하지 않아 확정되었는바 추후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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