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     석

1. 대상판결: 대법원 2009. 6. 11. 선고 2008도11784 판결

2. 사실관계

가. A회사는 B연구원으로부터 시험조류발전소 건설공사를 도급 받아 그 중 일부를 C에 하도급을 주어 이를 시공하도록 하였고, C는 위 공사를 수행하기 위하여 D해운회사로부터 재킷을 적재할 무동력 부선을 임차하는 한편, E와 2척의 예인선에 대한 용선계약을 체결하였는데, 하나에 대하여는 ‘2007. 4. 20.부터 같은 해 4. 27.까지 1일 용선료 800만원의 요율을 적용하여 용선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하였고, 나머지 하나의 예인선에 대하여는 별도의 계약서 없이 구두로만 필요한 시간 동안 사용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를 하였다.

나. 시험조류발전소가 건설될 해협은 조류의 변화가 극심하고 유속이 매우 강하여 사고의 위험이 높은 곳이어서, A회사와 C가 가능한 정조시점에 맞추어 공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당초 이 사건 공사는 2007. 4. 22. 16:00경 해상크레인을 먼저 운반한 후, 다음날인 4. 23. 11:00경 재킷을 운반하는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었고, 예인선의 선장들은 C측의 지시에 따라 2007. 4. 22. 오전경 이 사건 공사현장 부근에 위치한 전남 소재 항구에 도착하였다.

다. 그런데 작업 개시 직전에 해상크레인부선의 소유자인 F회사 측으로부터 작업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작업 순서를 변경하자는 제안이 있었고, 이에 따라 같은 날 15:00경 A회사의 현장 사무실에서 공사관련자들이 모인 사전회의가 열리게 되었으며, 위 사전회의에서는, A회사의 현장소장 주재 하에 C의 현장소장인 피고인 갑, F회사 사장과 현장소장, 예인선의 선장인 피고인 을, 또 다른 예인선의 선장업무대행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해상크레인부선의 운반방법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고, 재킷의 운반에 대하여는 같은 날 22:00경 정조시점에 맞추어 운송하기로 결정한 것 외에 별도로 논의된 사항은 없었다.

라. 사전회의와 현장답사를 마친 후 높이 32미터, 길이 36미터, 폭 16미터, 무게약 790톤의 재킷을 부선에 선적하는 작업이 시작되어 같은 날 21:30경에야 선적작업이 완료되었고, 예인선단(예인선 1호 및 2호, 부선)은 같은 날 22:00경 항 선착장을 떠나면서 부선에서 투묘했던 닻을 감아 올린 후, 같은 날 22:30경에야 목적지인 전남 소재 물양장을 향해 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마. 출항 전 피고인 을은 피고인 갑에게 무전기로 ‘야간인데다 이미 정조시점(22:00경)을 지나 유속이 빨라지면서 조류가 흐르고 있어 위험하니, 다음 날 오전 정조시점(11:00경)에 역조를 받으면서 작업을 실시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라는 취지로 출항을 연기할 것을 건의하였으나, 피고인 갑은 ‘다음 날11:00경에는 해상크레인부선의 예인작업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지금 재킷이 운반되어야만 다음 날 작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다, 이미 회의에서 논의하여 결정된 사항인데 이제 와서 출항시기를 바꾸자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대답하였고, 그 후 피고인 을은 예정대로 예인선단을 지휘하여 출항하였다.

바. 예인선단은 예정된 항로를 따라 약 4노트 이상의 속력으로 항해를 하다가23:00경 물양장 앞 해상에 도착하였고, 피고인 을은 예인선단을 물양장을 향해 사선방향으로 진행시킨 후 부선의 오른쪽 선미부에 결합된 예인선 1호는 물양장을 향해 45도 방향으로 밀게 하고 부선의 오른쪽 선수부에 결합된 예인선 2호는 물양장을 향해 정면으로 밀게 하는 방법으로 부선을 물양장에 접근시키려고 하였으나, 그 과정에서 부선의 선수부가 물양장쪽을 향해 왼쪽으로 돌아가면서 조류에 의해 G대교 쪽으로 떠밀리게 되었다.

사. 이에 피고인 을은 예인선의 예인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예인선단의 선수미 방향이 조류와 평행이 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조류의 영향이 너무 강하여 계속 G대교 쪽으로 떠밀리게 되었고, 예인선단이 G대교와 약 100미터 정도까지 가까워지자 피고인 을은 부선 선수부에 있는 피고인 갑에게 부선의 닻을 투묘하도록 지시하였으나 응답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계속하여 떠밀리다가, 결국 같은날 23:13경 재킷의 상부가 G대교에 부딪히게 되었다.

아. 그 후 예인선은 부선의 승무원들을 태운 뒤 부선을 이탈하였고, 예인선과 분리된 부선은 재킷의 상부가 G대교와 접촉한 상태로 조류를 받으며 걸려있다가 다음날 00:08경 재킷이 부선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면서 해저로 추락함으로써 같은 해 5. 10.경까지 부근 해상의 선박교통을 방해하였다.

3. 대법원 판결요지

정기용선계약은 선박소유자 또는 선체용선자(이하 ‘선주’)가 용선자에게 선원이 승무하고 항해장비를 갖춘 선박을 일정한 기간 동안 항해에 사용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용선자가 이에 대하여 기간으로 정한 용선료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으로서 용선자가 선주에 의해 선임된 선장 및 선원의 행위를 통하여 선주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는 것을 요소로 한다. 이는 선박 자체의 이용이 계약의 목적이 되어 선주로부터 인도받은 선박에 자기의 선장 및 선원을 탑승시켜 마치 그 선박을 자기 소유의 선박과 마찬가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관리권을 가진 채 운항하는 선체용선계약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한편, 정기용선된 선박의 선장이 항행상의 과실로 충돌사고를 일으켜 제3자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용선자가 아니라 선주가 선장의 사용자로서 구 상법(2007. 8. 3. 법률 제85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45조 또는 제846조 에 의한 배상책임을 부담한다. 그러나 정기용선자에게 민법상의 일반 불법행위책임 내지는 사용자책임을 부담시킬 만한 귀책사유가 인정되는 때에는 정기용선자도 그에 따른 배상책임을 별도로 부담할 수 있고, 정기용선된 선박의 항해와 관련하여 용선자에게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형사책임을 부담한다.

4. 평석

가. 위 판례에서 판시한 바와 같이 타인의 선박을 빌려 쓰는 용선계약에는 기본적으로 선박임대차계약, 정기용선계약 및 항해용선계약이 있는데, 이 중 정기용선계약은 선박소유자 또는 선박임차인(이하 통칭하여 ‘선주’라 한다)이 용선자에게 선원이 승무하고 항해장비를 갖춘 선박을 일정한 기간 동안 항해에 사용하게 할 것을 약정하고 용선자가 이에 대하여 기간으로 정한 용선료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으로서 용선자가 선주에 의해 선임된 선장 및 선원의 행위를 통하여 선주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는 것을 요소로 하는바, 선박의 점유, 선장 및 선원에 대한 임면권, 그리고 선박에 대한 전반적인 지배관리권이 모두 선주에게 있는 점에서, 선박 자체의 이용이 계약의 목적이 되어 선주로부터 인도받은 선박에 통상 자기의 선장 및 선원을 탑승시켜 마치 그 선박을 자기 소유의 선박과 마찬가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관리권을 가진 채 운항하는 선박임대차계약과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나. 이 사건 선박의 이용계약의 법적 성질에 대하여, 이 사건의 원심인 광주지방법원 2008. 12. 10. 선고 2008노1390 판결은 ① C회사는 이 사건 공사를 수행하기 위하여 E로부터 예인선을 선장 및 선원이 딸린 채로 빌리면서, 1호에 대해서는 필요한 시간 동안, 2호에 대하여는 2007. 4. 20.부터 같은 해 4. 27.까지 1일 용선료800만원의 요율로 사용하기로 하였던 점, ② 예인선 선장들은 용선자가 지정하는 부선을 용선자가 지정하는 장소로 예인하여야 하고, 더구나 재킷 운반작업과 해상크레인부선의 운반작업이 함께 이루어지므로 원만한 작업 수행을 위하여는 작업시간이나 작업순서에 대한 용선자의 결정과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점, ③ 실제로 해상크레인을 먼저 운반하고 재킷은 2007. 4. 23. 11:00경에 맞추어 운반하기로 했던 당초의 계획이, 예인선 선장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재킷을2007. 4. 22. 22:00경에 먼저 운반하고 해상크레인을 다음 날 11:00경에 운반하는 내용으로 변경되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용선계약은 정기용선 내지 항해용선계약이라고 볼 수 없고, 선박임대차와 유사하게 선박사용권과 아울러 용선자가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지게 되는 노무공급계약적 요소가 수반된 특수한 계약관계로 봄이 상당하다고 보았다.

다. 그러나 대법원은 C는 E로부터 선원이 승무한 예인선을 빌리면서, 2호에 대해서는 필요한 시간 동안, 1호에 대하여는 2007. 4. 20.부터 같은 해 4. 27.까지 1일 용선료 800만 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 이 사건 예인작업 당시 2호에는 선장인 피고인 2를 포함한 선원 4명이, 1호에는 선장업무대행자인 1등 항해사 공소외 3을 포함한 선원 3명이 각각 승선하였던 사실을 기초로 하여 이 사건 용선계약은 선체용선계약과 구별되는 정기용선계약으로서의 기본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보았고, 원심이 노무공급계약적 요소가 수반된 특수한 계약관계로 본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였다.

라. 다만, 대법원은 원심과 이 사건 선박이용계약의 성질을 달리 보면서도, 정기용선계약의 경우에도 정기용선자에게 민법상의 일반 불법행위책임 내지는 사용자책임을 부담시킬 만한 귀책사유가 인정되는 때에는 정기용선자도 그에 따른 배상책임을 별도로 부담할 수 있고, 정기용선된 선박의 항해와 관련하여 용선자에게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에 따른 형사책임을 부담한다는 점에서 정기용선자인 C의 현장소장인 피고인 갑에 대하여 피고인 을과 함께 업무상과실일반교통방해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한 것은 결론에 있어 정당하다고 보아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는바 선박이용계약의 법적 성질의 관점이나 형사책임 부담의 관점에서나 모두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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