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     석

1. 대상판결: 헌법재판소 2004.11.25. 선고 2004헌바35 결정

2. 사실관계
청구인은 포항시 선적의 연안선망 어선의 본선과 보조선의 소유자로서 위 선단선 선원인 청구외 A의 사용자인 바, 청구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 청구외인들이 선박교통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는 포항개항장의 항계 안인 포항시 북구 포항구항 북방파제 동방 약 0.5마일 해상에서 어로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개항질서법 제37조 등 위반으로 공소제기되어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2003고단501)에서 소송 계속 중, 개항질서법 제37조에 대해 동 법원에 위헌제청신청(2003초기687)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2004. 5. 12. 위 규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3. 심판의 대상

개항질서법
제37조(어로의 제한) 누구든지 개항의 항계 안의 선박교통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는 장소 또는 제11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지방해양수산청장이 지정·고시한 항로에서는 어로(어구의 설치를 포함한다)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제46조(벌칙)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5조 본문, 제13조 제1항 내지 제5항, 제24조 제1항, 제33조 제1항, 제34조 제1항 또는 제37조의 규정에 위반한 자
2. 생략

4. 판결요지
이 사건 어로제한위반죄의 특성과 관련규정들을 유기적으로 고려할 때 이 사건 규정이 금지하는 어로는 내·외국적의 선박이 상시 출입할 수 있는 항구 또는 항만의 경계 안에서 선박이 개항질서법에서 정하고 있는 항행방법에 따라 운항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항만 내에 설치한 시설물을 그 목적에 따라 이용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는 곳에서의 어로로서 선박교통의 안전과 질서에 위험을 줄 수 있는 어로가 될 것인바, 그 의미하는 바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거나 불분명하여 어로 단속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5. 평석
가. 헌법 제12조 및 제13조를 통하여 보장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은 범죄와 형벌이 법률로 정하여져야 함을 의미하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누구나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헌재 2000. 6. 29. 98헌가10 등). 그러나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다소 광범위하여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가진 사람이면 당해 처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면 헌법이 요구하는 처벌법규의 명확성에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헌재 1989. 12. 22. 88헌가13 등). 그렇지 않으면 처벌법규의 구성요건이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정형적이 되어 부단히 변화하는 다양한 생활관계를 제대로 규율 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처벌규정에 대한 예측가능성 유무를 판단할 때는 당해 특정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고, 관련 법 조항 전체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며, 각 대상법률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헌재 1996. 2. 29. 94헌마13 등).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 사건 규정뿐만이 아니라 그 입법목적 및 관련 규정들을 모두 유기적으로 살펴서 수범자가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측할 수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나. 이와 같은 원칙 하에서 헌법재판소는 우선 이 사건 범죄는 위험 발생 가능성 자체로 이를 처벌하는 범죄이므로 보다 광범위하게 예방적 차원의 조치가 허용되고, 이러한 범죄의 경우에 개별적인 사안에서 그 특수한 사정을 고려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한다면 이를 처벌하려는 제도 마련의 취지는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될 것이므로 그 범죄 구성요건의 구체성 정도가 완화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런 다음 이 사건 어로 단속이 이루어지는 해상은 계절, 시간, 기상, 조류 등의 변화에 따라 수시로 그 조건이 달라질 수 있어서 일일이 금지되는 행위유형을 열거하거나 아주 구체적으로 단속되는 어로행위를 명시하게 된다면 해상이라는 특수한 조건으로 인해 발생하는 유동적이고 가변적인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규정이 '선박교통을 방해할 우려'라는 다소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범죄의 성질과 이 사건 개항질서법 및 관련 규정들을 유기적으로 살펴볼 때, 그 의미하는 바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불분명하여 어로행위 단속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에서 파생되는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다. 나아가 위 결정은 구체적으로 항계 내의 항로, 정박지, 선유장, 선회장 등의 수역이나 그 인근 수역에서 어로행위를 하게 되면 이러한 시설물 이용을 방해하여 선박교통의 안전과 질서에 방해를 줄 가능성이 크므로 이러한 곳에서의 어로행위는 금지된다고 보았고, 기타 청구인의 평등권 침해 주장, 직업의 자유 침해 주장에 대하여도 이유 없다고 보았는바 위 헌재 결정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라. 참고로 항만법 제22조는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항만에서 유독물이나 동물의 사체를 버리는 행위, 다량의 토석(土石)이나 쓰레기를 버리는 등 항만의 깊이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행위, 그 밖에 항만의 보전 또는 그 사용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항만법 시행령 제22조는 법 제22조제3호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에 대하여 항만구역 또는 항만시설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토석(土石) 또는 자갈을 채취하거나 수산동식물을 포획·채취 또는 양식하는 행위, 수질오염 등으로 국민건강 및 환경상의 위해(危害)를 발생시키는 행위, 준설 토사(土砂)를 지정된 장소가 아닌 곳에 버리는 행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정하고 있으므로 위 항만법령상의 금지행위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김 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해양수산부 법률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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