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 불균형 격화...컨테이너박스, 얼마나 부족한가?

사진 출처:한국해양진흥공사 홈페이지
사진 출처:한국해양진흥공사 홈페이지

코로나19 사태에 예상치 못한 대반전이 있었다. 올해 3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발표이후 누구나 글로벌 경기는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정도로 급격히 침체될 것이라 전망했고 컨테이너선 시황도 5월말까지는 큰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미국이 국경봉쇄를 종료한 6월초이후 역대급 상승세를 나타내며 대부분 항로에서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운산업정보센터의 컨테이너선시장 운임(SCFI) 예측모형에 기반한 내년도 주요 동서항로 연간 평균운임은 미서안 $2,880/FEU, 미동안 $3,860/FEU, 유럽 $1,080/TEU, 지중해 $1,110/TEU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코로나19 안정화가 단기간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하고 공(空)컨테이너박스 수급 불균형, 항만적체 악화 등이 적어도 내년 중국 춘절이전까지는 지속될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컨선시장에 6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시황강세가 언제까지 이어질는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나타나던 계절적 수요변화는 이제 코로나19가 종식돼도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비품목군과 구매패턴의 변화, 컨화물 공급망내 초연결 확대, 친환경 규제 강화 등과 같은 변화로 인해 컨테이너선 산업의 환경은 더욱 빠르게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격변의 시기를 맞아 시류에 빠르게 적응함과 동시에 글로벌 컨테이너선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해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할 사항들을 짚어봤다.

[격변의 지난 5년] 지금부터 5년전에는 16개 원양선사로 구성된 4개 얼라이언스가 북미항로와 유럽항로에 서비스를 제공했다. 당시에는 2만TEU급이상 초대형선박이 드물기도 했지만, 수많은 선사들이 북미와 유럽의 주요 컨테이너항만을 중복기항하며 조금이라도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치킨게임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2016년 2월 중국정부의 2대 국적컨테이너선사 전격 합병 발표를 시작으로, 2018년 여름까지 총 여섯 차례의 초대형 선사간 통합이 이루어 지며 원양항로내 경쟁선사의 수가 크게 감소했다. 바야흐로 ‘Quantity(선복량규모)’ 경쟁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Quality(서비스 고도화)’ 차별화를 통한 새로운 주도권 쟁탈전이 시작된 것이다.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는 말처럼 코로나19 타격을 가장 먼저 입은 중국이 가장 빠른 회복세를 나타냈다. 이에 더해 과감히 경제활동을 재개한 미국의 폭발적 수요증가에 힘입어 컨테이너선 시황은 북미항로를 중심으로 지난 6월초 반등했다.

한편 여행, 외식업 등 서비스업의 침체가 장기화되며, 각국의 긴급재정지원은 제조업과 소매업에 그 효과가 집중되며 컨테이너선 시황의 강세를 뒷받침했다. 운임시황이 강세일 경우 2개월 가량의 적응기간이후 상승하곤 했던 용선시황도 유례없는 수준의 ‘V’자 반등에 성공했다.

[선복량 증가율 둔화]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에도 전세계 컨테이너선 선복량은 5.9%나 증가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금년과 내년에도 선복량은 2%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선복량이 단순히 증대된 것 뿐만아니라 컨테이너선박의 평균크기도 지난 20년사이에 2배이상 대형화됐다.

(컨테이너선박 평균크기:’00년1,749TEU→’20년4,352TEU)

한가지 눈여겨 볼 점은 총 선복량은 2008년 금융위기이후 12년 연속 증가했으나 2000년대에 수시로 나타났던 10% 전후의 폭발적인 증가세가 최근 5년동안에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최근 20년내 선복량증가율 10% 초과 연도:’01년 12.3%, ’02년 10.1%, ’05년 12.8%, ’06년 16.0%, ’07년 13.8%, ’08년 13.2%).

최근 10년내 컨테이너선 선복량 증가율 둔화요인에는 ’09년, ’16년 그리고 올해 발생한 총 3차례의 초대형 시황 하락압력 영향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선사들이 당시 상황에 맞게 빠른 체질개선을 단행한 영향이 보다 근본적인 이유인 것으로 파악된다.

일례로 ‘검증되지 않은 선형’이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머스크가 ’11년부터 발주하기 시작한 1만8천TEU급 트리플 E선형은 당시 유럽항로의 주력선형이던 7-8천TEU급 노후선을 빠르게 대체했다. 이에 다른 원양선사들도 경쟁력 제고전략을 단순 점유율 확대에서 초대형선 도입을 통한 규모의 경제 극대화로 전환하게 됐다.

[멈추지 않는 중국] 미∙중 무역분쟁, 중국 인건비 상승에 따른 노동 경쟁력 저하, 동남아 주요국의 빠른 성장 등으로 지난 20여년 동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왔던 중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더욱이 올해초 중국은 코로나19 타격을 가장 먼저 입으며, 1분기말까지만 해도 중국발 수요 급감에 따른 컨테이너선 불황의 우려는 시장에 팽배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추락하던 3, 4월 중국은 오히려 ‘V’자 반등에 성공했고, 5월에는 3개월만에 다시 50p를 돌파하며 전세계를 상대로 건재함을 알렸다. 손뼉도 맞아야 소리가 나듯 마침 국경봉쇄를 종료한 미국에서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적으로 발생했다. 6월말 북미항로 운임시황 반등을 기점으로, 컨테이너선시장은 대부분의 항로에서 전례없는 강세현상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수급 불균형 격화] 북반구가 겨울철에 접어들자 주춤하던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다시 증가하고있다. 그러나 강력한 이동제한의 반대급부로 소매품 수요는 오히려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 예상치 못한 물량증대로 컨테이너선 3대자산(박스, 항만, 선박)의 수급 불균형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선사, 화주, 항만운영사 모두 해결책을 찾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쏟아져 나오는 화물을 처리하는 것만도 빠듯한 상황이다.

언젠가 코로나19 상황이 종료되면 글로벌 컨테이너선시장은 다시 새로운 주도권 경쟁국면으로 접어들것이다. 다가올 ‘Quality’ 무한경쟁시대를 우리 해운업계가 선도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부문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인가?

[컨테이너박스, 얼마나 부족한가?] 북미항로 중심의 시황강세가 올해 4분기 여타항로에서도 갑작스럽게 발생한 이면에는 지난 6월부터 약 4개월간 미국향 화물에 컨테이너박스가 집중됐던 ‘쏠림현상’이있다. 실제 북미항로는 올해 3, 4분기 중 투입선복량이 약 15% 증대됐고, 북미항만 인근 모든 묘박지는 접안대기 선박으로 가득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각 항만운영사들이 운영인력을 최소화했고 내륙운송을 담당하는 트럭 운전기사 역시 부족하게 돼 항만에서 반출되지 못하고 장기 체류하는 컨화물이 급증했다. 결국 아시아로 회송돼야 할 空컨테이너박스의 항만내 반입금지사태까지 발생하며 북미항로처럼 수요가 활발한 여타항로들의 운임역시 급등했다.

현재 운임급등의 근본 원인이 컨테이너박스의 절대적부족에 기인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컨테이너박스 공급추이를 살펴보면 매년 선복량 증감률에 맞춰 증가한 것을 알수있다는 것. 결국 현재의 컨박스 부족사태는 특정항로에만 컨박스를 집중 투입한 결과에 따른 단발성 경색현상으로 설명된다.

[변신의 귀재, 머스크]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 했던가. 통상 스타트업과 같은 소형기업들이 자사의 신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이슈를 선보이면 어느 순간 대형기업이 그기술을 모방하며 결국 보편화된 기준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컨테이너선 시장은 사정이 좀다르다. 아이러니하게 변화의 아이콘으로 대표되는 기업이 세계 최초로 선복량 4백만TEU를 돌파한 부동의 1위(점유율17%)머스크다.

2010년대 머스크의 성장전략이 ‘초대형선 최초 도입과 수평적 통합’이었다면, 2020년대를 대비한 청사진은 ‘친환경 선대강화와 수직적 통합’으로 볼 수있다.

친환경 선대전환은 컨테이너선 산업만의 이슈는 아니기에 시장을 선도하지 않아도 규제에 적기 대응할 수만 있다면 뒤처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수직적 통합’은 개별기업 입장에서는 회사의 명운이 걸릴 수도 있는 대규모 투자가 대부분이기에 효과가 직접적으로 빠르게 나타난다.

IT 기술혁신으로 해상운송서비스에 대한 화주들의 기대치가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머스크의 동시다발적 수직적 통합이 빛을 발하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모로가도 친환경이면 OK] 2019년말까지 만해도 ’20년 컨테이너선시장의 최대이슈는 IMO2020 본격 시행이었다. 스크러버 설치, 저유황유 사용, LNG추진선 전환의 3가지 옵션을 놓고 고민중이던 찰나 지난 3월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진행되며 글로벌 경제는 극심한 침체에 빠졌다. 한편 연초 톤당 300달러이상 벌어졌던 고유황유와 저유황유간 가격 격차가 유가하락과 함께 대폭 축소된 가운데(’20년 51주차 스프레드:73달러/톤), 컨테이너선 시황이 급등하면서 스크러버 설치 및 친환경 연료 개발과 같은 활동은 뒤로 미뤄진 분위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월까지 선복량 기준 약 25%(척수기준 12.8%)에 달하는 컨테이너선이 스크러버 장착을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제 다시 확대될지 알수 없는 유종간 스프레드의 불확실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대비가 올초 활발히 전개됐다는 점을 시사한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 조차 2016년 부터 일찌감치 자국연안을 ‘선박 배출가스 규제지역(ECA, EmissionControlArea)’으로 설정해 대기중 황산화물배출을 관리할 만큼, 자연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전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

해운산업보다 먼저 친환경시대를 맞고있는 자동차산업도 충전소 부족, 배터리 안전성 등으로 아직 보편화를 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물며 자동차보다 수백배 큰 선박을 두고 완벽한 친환경 전환을 논하기엔 아직 이를수 있다. 그러나 조선 및 에너지 산업강국인 우리나라에게는 오히려 친환경분야의 선도국가로 발돋움할 수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을수 있을때 노를 저어라!] 컨테이너선 시황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상하이발 수출해상운임종합지수(SCFI)가 올 4분기들어 역대 최고치를 연속 갱신하고 있다. 북미항로에서 시작된 초강세 시황은 글로벌 컨테이너 화물 공급망에 空컨테이너 수급 불균형, 컨테이너항만 적체등을 초래했으며, 이는 유럽, 남미, 호주항로와 같이 연말 계절적 수요가 뒷받침되는 항로에 들불처럼 운임시황 강세를 전달했다.

반면 한중, 한일 등 연근해항로들은 운임시황은 큰 상승없이 예년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연근해선사들은 코로나19로 크게 감소한 매출액을 유가하락에 따른 비용감소로 힘겹게 상쇄하는 상황이다.

컨테이너선시황은 원양 및 중장거리항로 중심으로 역대 최고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이면엔 우리가 잠시 잊고있는 ‘저유가’, ‘친환경 규제강화‘, ‘선복량 과잉’, ‘대형선사의 연근해시장 점유율 확대’ 등 해결하지 못한 굵직한 이슈들이 여전히 산적해 있다. 어찌보면 지금 이순간이 컨테이너선시장에서 풀어야 할 난제를 다소 여유롭게 살펴볼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겠다는 것.

‘물들어 올때 노를 저어라!’는 말이 있지만 실제 물이 들어오면 힘들이지 않고 떠다닐 수있어 고생스럽게 노를 젓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추구해 볼 시기에 밀려들어 오는 물을 바라만 보고 있다면, 어느덧 경쟁자들의 그림자도 찾지못할 만큼 격차가 벌어질 수도 있다.

해운과 무역은 그성장의 궤를 같이한다.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국적컨테이너선사들의 체질이 강화되는 한편, 화물이 적기에 선적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있는 수출기업들의 어려움도 조속히 해소되기를 진심으로기원한다고 해진공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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