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보는 시각 환골탈태해야...정부와 국민 모두 해운산업 중요성 재인식토록

사진 출처:HMM 홈페이지
사진 출처:HMM 홈페이지

코로나19 사태는 해운, 무역업계에도 대반전 현상을 낳게 했다. 10년이상 지속된 해운경기 침체로 그동안 ‘갑’ 역할을 톡톡히 한 화주가 ‘을’ 입장으로 뒤바뀐 것이다.

화주입장에선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에 대해 곤혹스럽기만 할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선사 영업담당 직원들은 '화주 모셔오기' 위해 경쟁적인 운임 낮추기는 통상 일이었다. 힘들게 화주의 화물을 확보했다 해도 선적 즈음 더 낮은 운임을 제시하는 선사로 바꾸는 화주들의 행태가 비일비재해 선사를 당혹케 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역전됐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할 작년 1월만 해도 해운업계는 패닉에 빠졌다. 항공업계와 마찬가지로 해운업계도 세계 각국의 봉쇄 정책에 따라 물동량의 급감이 예상돼 벼랑 끝으로 몰리는 상황이었다. 이같은 우려감이 몇개월 지속됐지만 작년 3분기 이후 항만, 육상운송에서의 공급망 붕괴와 심각한 컨테이너박스 부족현상이 해상운임을 급속히 끌어올렸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조기 진압한 중국경제가 활기를 띠면서 중국를 잇는 항로의 해상운임은 천정부지로 오르기 시작했다.

한국항로의 경우 뒤늦게 운임 급등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4분기 절정을 이루며 국적컨테이너선사들도 어닝 서프라이즈 대열에 합류했다.

현대상선 시절 10년여 적자에 시달리며 결국 산업은행 관리체제로 들어갔던 HMM은 지난해 10년만에 흑자전환하면서 영업이익이 1조원에 가까운 실적을 올렸다.

해운업계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HMM도 이같은 어닝 서프라이즈에 당혹(?)스러워 했다. 물론 좋은 의미의 놀라움이다.

HMM을 비롯한 상장 해운선사들의 주가 급등이 현 해운 호황세를 단적을 말해주고 있다.

HMM은 1년전에 비해 10배 가까이 주가가 폭등했다. 테슬라 주가에 비견, ‘흠슬라’라는 별칭이 붙기도 했다. 여타 상장해운사들 주가도 2~3배 올랐다.

우리나라가 해운강국, 무역강국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해운, 무역업계의 동반자 정신이 밑바탕에 다져져있기 때문이다.

상생 정신이 없었다면 이같은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해운산업은 수출입산업의 전방 지원산업 역할에만 치중토록 하는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해운업 본연의 중요성은 희석돼 왔다.

기간산업이며 안보산업인 해운산업은 무역업의 변방산업에 불과했던 것이다.  한진해운 파산 사태를 보더라도 해운산업에 대한 지원은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은 선사와 화주간의 관계 설정에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해운불황이 10년이상 지속되면서 고착화된 화주와 선사간 '갑을' 관계를 물리적으로 해소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본 사례를 들며 국내 화주들이 국적선사를 우선 이용해 줄 것을 한국해운협회(구 한국선주협회)를 중심으로 국적선사들은 매년 촉구해 왔지만 국내 화주들의 태도는 냉냉했던 것.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물류 공급망 붕괴 등으로, 해상운임 급등하면서 화주들은 물류비 부담에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닌 상태다.

미주, 유럽, 동남아 등 주요항로의 운임이 5배에서 크게는 10배이상 치솟은 곳도 있다. 선적이 급한 화주들은 이 급등한 해상운임을 부담하면서 선복(스페이스)를 확보하려 해도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결국 매우 급한 화물은 항공편으로 보내기도 한다.

수출업체와 포워더들은 컨테이너선사들의 안정된 스페이스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지만 공급 부족현상이 쉽사리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선복부족으로 수출차질이 우려되자 국적컨테이너선사들에 임시 선박을 투입토록하고 있지만 상황이 크게 호전되지는 않고 있다.

원양선사인 HMM과 SM상선이 미주, 유럽항로에, 고려해운 등이 동남아항로에 임시 선박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어 그나마 국내 화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 주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듯하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상황이 역전이 됐지만 코로나이전으로 돌아가 보면 HMM의 2만4천TEU급 12척, 1만6천TEU급 8척 신조 발주에 엄청난 비판의 소리가 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HMM이 고효율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박 20척을 발주치 않았다면 국내 화주들이 겪여야 할 어려움은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국적선사들이 보유한 선박을 고효율, 친환경 신조 선박 등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신조선 발주를 지원할 계획이다.

HMM은 오는 2025년까지 112만TEU를 확보할 수 있도록 신조 컨테이너선을 상반기 내에 발주하고,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선사의 경우 정책금융기관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할 방침이다.

선사와 화주간의 갑을 논란이 최근 이슈화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근본적인 선화주 협력 관계 개선 프로젝트를 설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부기관들도 해운업계를 보는 시각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2017년 2월 한진해운 파산이후 물류대란이 일어났지만, 그 이후에도 해운업계의 중요성에 대해 정부나 국민 모두 제대로 인지치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실례로 공정거래위원회가 해운업계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쉽게 납득이 간다. 반드시 환골탈퇴해야 한다.

최근 수에즈운하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운하를 가로막는 사건이 터지면서 세계 해운, 무역업계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엄청난 물류대란이 예고됐지만 다행히 빠르게 수습돼 이 위기는 어렵사리 넘길 수 있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공급망 붕괴로 인한 해상운임 폭등이 화주 입장에선 너무 힘든 상황을 접하게 하고 있지만, 큰 병폐였던 갑은 관계의 새로운 정립 등 선화주 상생을 위한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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