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물류 경쟁 가속화...이커머스와 택배 물동량 성장률 격차

사진 출처:쿠팡 홈페이지
사진 출처:쿠팡 홈페이지

견조한 온라인쇼핑 성장세가 국내 택배 물동량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최근 그 성장률에는 격차가 크다. 이는 자체 배송을 하고 있는 이커머스업체들의 물동량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음을 반증한다는 지적이다. 직매입 기반의 이커머스업체들은 대규모 물류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익일 배송, 새벽 배송, 당일 배송 등 신LMD(Last Mile Delivery)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新 LMD(Last Mile Delivery) 시대'는 누구의 파이인가?. 참고로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Last Mile Delivery)’이란 최종 배송 거점에서 구매자까지의 물류 서비스의 마지막 구간을 말한다.

유진투자증권 방민진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2020년 팬데믹이 발발하면서 택배 물동량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 당초 10% 내외 성장이 예상됐으나 연간 20.9%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여행, 문화 및 레저 서비스 등을 제외한 이커머스시장 성장(+29.6%)과 맥을 같이했다. 상당히 높은 기저구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택배 물동량은 2021년에도 11월 누계 8.3% 성장(한국통합물류협회 기준)하며 선전했다.

이는 여전히 견조한 이머커스 시장 성장이 뒷받침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쇼핑은 지난해 11월 누계 21.6% 성장했으며 여행, 문화 및 레저 서비스 등 제외 기준으로도 21.8%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국내 온라인 침투율은 35%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미국(13% 수준) 보다 훨씬 높지만 전세계 최초로 온라인 침투율 50%를 상회할 전망인 중국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고성장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배경은 여러가지일 것이다. 우선 팬데믹으로 인해 새롭게 시장에 유입된 소비자가 온라인쇼핑에 익숙해지면서 잔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커머스 업체 간 경쟁으로 거래 품목이 다양해지고 서비스 품질(배송 기간 등)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오프라인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요인이다.

품목별로 보면 음식서비스, 식료품 등 식품 카테고리가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1인 가구의 확산과 방역 강화에 따른 가정 내 식사 확대, 가정간편식 및 배달 음식 다양화 등이 복합적인 배경으로 작용한다. 특히 배송 기간 단축이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남아 있던 장보기마저 온라인 시장으로 유입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 밖에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 근무 확산, 집합 금지 등으로 2020년 타격이 컸던 의복(2020년 판매액 1.8%yoy), 패션용품(-12.3%) 등도 2021년 들어 완만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 밖에 가전/전자/통신기기, 컴퓨터 및 주변기기, 생활용품 등도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같이 견조한 온라인쇼핑 성장세가 국내 택배 물동량을 지지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 성장률에는 격차가 크다. 국내 온라인쇼핑 판매액은 최근까지도 전년동기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택배 물동량 성장률은 한자릿수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통합물류협회에 소속돼 있지 않은 사업자, 즉 자체 배송을 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의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음을 반증한다는 것.

전통적인 택배사업자들은 허브 앤 스포크(hub-and-spoke) 구조를 선호했다. 이는 물동량을 거점(Hub)으로 모으고 일괄적으로 분류해 목적지 인근 지점(Spoke)으로 보내는 시스템으로 효율적인 동선으로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커버하기에 유리한 방식이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단위비용을 절감하기도 한다. 다만 대규모 투자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장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왔다.

택배시장에서 이 시스템은 주간 집화 - 야간 분류 - 익일 배송 시작에 최적화돼 있어 보통 배송에 D+1일 이상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은 물류경쟁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이커머스업체들은 자체 배송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빠른 배송의 니즈를 일깨워주고 있다. 2015년 익일 배송 서비스인 ‘로켓 배송’을 도입한 쿠팡이 대표적이다. 이는 쿠팡이 판매 상품을 자체적으로 직매입해 물류 센터에 보관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자체 배송 인력이 물류 센터 및 배송 거점에서 포인트 투 포인트(point-to-point) 방식으로 빠른 배송을 수행한다.

대규모 투자로 배송 네트워크를 확장해 온 쿠팡은 2019년 센터에서 10분 이내 배송 가능한 소비자가 3,400만명이라 발표한 바 있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식품 카테고리의 경우 신선도 유지를 위한 빠른 배송이 필수적이다. 2019년 이후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 확대를 주도한 마켓컬리가 새벽배송 경쟁을 촉발했으며 현재는 쿠팡이츠, SSG.COM, 오아시스 등이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 새벽배송 시장은 2020년 2.5조원 규모로 파악되며 2021년 4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새벽배송은 2020년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시장이었으나 2021년부터 마켓컬리와 SSG.COM, 오아시스 등이 충청권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했고 기타 광역 도시들로 확장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이와 같은 익일배송, 당일배송, 새벽배송 등 ‘신 LMD(Last Mile Delivery)’ 시장이 이미 택배 시장을 견인하기 시작했다고 판단된다.

아마존은 미국 이커머스시장 점유율 44% 수준의 절대 사업자이다. 일반적으로 택배 배송이 5~8일 소요되던 시장에서 자체 배송을 통해 무료 2일이내 배송 서비스를 도입함에 따라 확실한 경쟁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이같은 배송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기 위해 소비자들은 기꺼이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 됐고, 이는 고객의 이탈을 막는 lock-in 효과를 가져왔다. 아마존이 자체 배송에 나선 결정적 이유는 2013년 쇼핑 시즌에 있었던 UPS의 대규모 배송 지연 사태였다. 전통적인 물류업체들의 처리 능력과 효율성이 이커머스시장 니즈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다.

반면 국내 이커머스시장에는 아직 아마존과 같은 절대 사업자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2020년 거래액 기준 1위 사업자인 네이버쇼핑 점유율은 17%, 아마존 모델을 그대로 벤치마킹하고 있는 쿠팡은 14%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2021년 SSG닷컴이 이베이코리아(G마켓, 옥션, G9)를 인수해 점유율 15%로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

각 선두 기업들의 경쟁력은 뚜렷한 상황이다. 네이버쇼핑은 검색 엔진에 기반한 쇼핑검색 서비스로 두각을 나타내었으며 최근에는 간편 결제 등으로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오픈마켓 경쟁사들은 입점하는 셀러로부터 입점 수수료를 받지만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부는 대신 광고 매출에 집중했다. 입점 수수료 혜택은 45 만개에 달하는 스마트스토어(네이버의 C2C 플랫폼) 판매자 확보로 이어졌으며 판매 상품의 다양성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는 더 나아가 간편 결제 네이버페이를 통한 결제 수수료 수익을 창출했다. 판매자가 네이버페이를 통한 결제를 허용할 경우 네이버 계정이 있는 소비자들은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다양한 판매자로부터 구매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간편 결제는 수년간 네이버쇼핑 앱 이용자들이 이를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지목하는 요인이다.

반면 쿠팡의 핵심 경쟁력은 빠른 배송이다. 익일 배송인 로켓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대규

모 물류 자산 투자를 해왔으며 170 여개 물류센터를 구축한 것으로 파악된다. 2021 년에도 3분기까지 약 74만m2가량의 인프라 확충이 있었다. 익일 배송 체제 구축은 신선 식품군을 다루기 용이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쿠팡 앱 이용자들이 주로 구매하는 품목 가운데 식품의 비중이 상당하다. 쿠팡은 최근까지도 신선식품 풀필먼트 센터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절대 점유율 경쟁에서는 이와 같은 각자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자신의 약점을 보강하려는 노력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 네이버쇼핑의 경우에는 빠른 배송이 그것이다.

네이버쇼핑은 아마존이나 쿠팡과 같은 직매입 구조가 아닌 오픈마켓 플랫폼이다. 이는 물류센터와 같은 유형자산을 보유할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네이버가 쿠팡과 같이 대규모 물류 인프라 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알리바바의 물류 전략을 따를 것으로 보여진다.

타오바오와 티몰을 운영하는 오픈마켓 플랫폼 알리바바는 자가 물류를 지양해왔으며 대신 물류 자회사 차이냐오를 활용하고 있다. C2C 플랫폼 타오바오는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와 같이 다수의 영세 사업자들이 각자 물류를 해결함에 따라 배송 서비스의 편차가 컸고 광군제와 같은 성수기에 물류망 과부하가 수시로 발생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알리바바는 2013 년 선통, 중통, 윈다, 위엔통 등 중국 메이저 택배사들과의 지분 투자로 물류 자회사 차이냐오를 설립했다.

차이냐오는 물류 플랫폼이다. 즉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최적의 배송경로와 물류 업체를 판단해 물동량을 할당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실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운송하는 것은 파트너사들이 수행한다. 이와 같은 물류 생태계 구축을 통해 알리바바는 물류 자산을 보유하지 않고도 ‘국내 24시간, 국외 72시간 이내 배송’ 목표에 다가가고 있다.

네이버 역시 알리바바의 물류 플랫폼 전략과 유사한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를 구축해 왔다. 판매 제품을 직매입하여 보관하고 있는 구조가 아닌 네이버가 45만개에 달하는 스마트스토어와 550여개의 브랜드스토어 화주 제품들의 배송 품질을 컨트롤하고 익일 배송 등 빠른 배송을 수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알리바바의 차이냐오와 같이 주문과 입출고 데이터를 관리하며 실제 물류를 수행해줄 파트너가 필요하다.

네이버가 풀필먼트(Fulfillment)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풀필먼트는 재고 관리, 입출고, 배송, 반품 서비스 등 전 물류 프로세스를 물류 사업자에 일괄 위탁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즉 제품이 판매자의 손을 떠나 물류 사업자의 관리 하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대신 판매자는 자가 물류 대비 비용을 절감하고 물류에 대한 고민 없이 상품 기획과 마케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네이버는 2020 년부터 본격적으로 풀필먼트 업체들에 지분 투자를 했고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과 그 규모에 맞는 풀필먼트 업체 간 API 연동을 지원하며 물류 생태계 구축을 본격화했다.

대형화주 풀필먼트뿐 아니라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를 담당할 수 있는 CJ대한통운을 중심으로 상온/냉장냉동, 동대문 의류 등에 특화된 7개의 다양한 풀필먼트 기업들을 모아 NFA(Naver Fulfillment Alliance)를 구성했다.

네이버는 최근 NFA 이용 판매자가 2 개월간 188% 증가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NFA 이용자 다수가 기존에 자가 물류를 수행해 왔으나 이에 투입되는 비용과 에너지를 풀필먼트 수수료와 비교해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향후 네이버는 아마존이 FBA(Fulfillment by Amazon) 제품에 Prime 마크를 붙여주는 것과 같이 NFA 판매자들의 상품 노출도를 높여주는 등 추가적인 혜택으로 판매자들을 유인할 가능성도 있다. 참고로 네이버는 현재 네이버페이가 가능한 판매자들을 쉽게 분류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네이버는 최근 장보기 베타 테스트를 종료하고 정식 서비스로 론칭했다. 이는 2020년 홈플러스, GS 프레시몰, 현대백화점식품관 등이 네이버에 입점하면서 본격화됐다.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당일 배송/새벽 배송 역량이 확충되기 시작했기에 이와 같은 장보기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이다. 최근에는 이마트몰까지 합류하면서 장보기 서비스가 크게 확대됐으며 신세계그룹의 자체 배송 역량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됐다(2021년 네이버와 신세계그룹은 2,500억원 규모 지분을 교환하며 협력 강화를 약속한 바 있다).

이같이 네이버는 파트너사들과의 협력과 콜드체인 풀필먼트로 취약점이던 신선식품 카테고리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네이버의 장보기 서비스는 네이버가 지향하는 바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브랜드업체와 중소상인들이 네이버라는 플랫폼 하에서 생태계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네이버는 2025년 이커머스시장 점유율 30%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방민진 애널리스트는 밝혔다. 

저작권자 © 쉬핑뉴스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