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업자 최대 권력 ‘배달능력’에 부여한 프리미엄 유지시킬 명분 없다”

사진 출처:머스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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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산업의 시장참여자들이 코로나의 단꿈에서 깨어나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운송업자의 최대 권력인 배달능력에 부여하던 프리미엄을 유지시킬 명분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영증권 엄경아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경기침체는 물동량의 감소와 운임의 하락으로 그 신호를 준다. 일시적으로 과도하게 물량이 늘었다고 하면, 기고효과를 겪는 과정도 운송산업에서는 경기침체 현상이다.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원자재와 내구소비재의 수요가 동시다발적으로 늘었다. 정확하게 1년 뒤인 2021년 하반기부터 원자재는 미리 감소 추세를 이어온 상태이고, 최근에는 감소폭을 줄이거나, 증가 반전하고 있다. 반면 일반 소비재의 물동량은 경기가 안 좋아지는 것이 맞냐는 이야기를 할 만큼 잘 버티다가 2022년 하반기 감소의 첫 발을 내디뎠다.

무역량의 감소는 영원할 순 없지만, 감소의 폭을 키워가는 중에 경기의 급격한 반전을 기대하는 것도 어렵다. 선진국의 내구소비재 수입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부동산 경기침체 신호들이 이제 막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어 위축의 정도와 그 기간에 대처하기 위한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전통적인 운송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이번 충격은 닷컴버블 붕괴 당시 나타난 단기적인 구매력 저하에 그칠 것인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나타난 3년 연속 경기위축 수준의 영향일 것인가?

지난 8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지수는 303.76포인트로 전년동월대비 13% 상승했다. 전월의 상승률인 15.8% 대비 2.8%p 줄어들었는데, 이는 해당 지표를 발표한 이후에 가장 큰 낙폭에 해당한다. 4회 연속 이어진 자이언트 스텝에 부동산 시장의 거래가 위축되는 모습이 확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07년과 같은 광기는 보이지 않는 듯하다. 미국의 기존 주택 매매건수는 지난 2021년 1월 665만건을 기록한 뒤 감소 중에 있다.

자이언트 스텝 4회 연속 진행과 함께 2022년 9월 거래건수가 471만건으로 급하게 축소되었다. 거래량 감소 속도가 금융위기 때와 거의 유사한데, 고점이 이전보다 낮아 저점을 찾아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추정을 해볼 수 있다. 신규주택 착공량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만큼 늘어나지 않아서 염가에 처리되어야 할 주택재고가 많다고도 볼 수 없다.

지난 10월 27일 미국의 대표적인 건설장비 업체인 캐터필라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은 150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4억달러로 무려 46%나 증가했다. 전분기 13%대였던 영업이익률은 16%대로 껑충 뛰어올랐다. 건설장비, 자원개발, 에너지/운송부문 모두 매출과 이익이 증가했는데, 판매량 증가와 가격 상승이 동반된 결과이다.

2021년 3분기에 전망한 4분기 전망의 내용보다 2022년 3분기에 전망한 4분기 전망의 내용이 더 긍정적이다. 원재료 가격 상승 이후 제품가격 현실를 통해 마진개선 추세도 이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건설기계기업인 코마츠는 원재료 가격 상승 시기에도 수출물량 매출에 대한 환율 영향으로 마진이 눌리는 구간이 없이 달려왔다. 실물경기에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는 ‘기계’ 산업의 가동률 상승과 수출 대기물량 증가 움직임을 바탕으로 원자재/인프라를 바탕으로 굴러가는 실물시장이 구조적 침체기를 앞두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코로나19는 전세계 인류의 이동이 극도로 제한되고, 화물의 이동수요만 극단적으로 늘어난 매우 이례적인 시기였다. 재화에 대한 운송능력을 가지고 있던 운송사업자에게는 무한대의 프리미엄이 부여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뒤 무려 3년의 시간이 지나갔다.

2023년부터 전세계 사람들 대부분은 코로나와 함께 아무렇지 않게 살아 갈 것이다.

운송산업의 시장참여자들이 코로나의 단꿈에서 깨어나야 할 때이다. 집안에 갇혀서 주문한 물건이 올 날만 기다리는 시간은 끝났다. 운송업자의 최대 권력인 ‘배달능력’에 부여하던 프리미엄을 유지시킬 명분이 없다.

운송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바로미터는 바로 운임이다. 운임은 운송서비스 제공자와 화주 중 협상의 우선권을 가지고 있는 쪽에 유리하게 움직인다.

짧지 않고 강렬했던 코로나 유행시기에 서비스 능력을 늘린 운송업자들은 리스크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고, 투자에 제동을 걸거나 구조조정을 심하게 겪은 사업자들은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이다. 2023년 갈 수 있는 곳은 다시 많아지고, 운임은 제자리를 찾아간다. 제자리로 돌아온 운송업 환경에서 웃을 수 있는 운송기업은 어디인가?

운송산업 환경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때 운임 협상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는 기업은 공급과잉에 노출되지 않은 기업이다. 신영증권이 바라보는 협상력 우위는 탱커선주〉벌커선주〉육운업체〉항공사〉컨테이너선주 순서로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운임 협상력이 가장 높 을 것으로 예상되는 1, 2 위 주 체 인 탱커선주와 드라이벌커 선주의 공통점은 부정기 선사라는 점이다. 부정기 선사들은 2021년에 벌어들인 현금을 운송기재에 재투자하지 않았다. 원자재나 에너지 수요가 소비재보다 빨리 고점을 확인한 탓도 있지만 선박의 탄소 배출 규제 강화를 앞두고 선제적인 투자를 감행하지 않은 이유도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가장 손이 바빴던 육상물류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돌입하면서 시설투자를 줄 이고 있는 중이다. 2022년을 마감하는 시점에 다시 돌아본 결과로는 설비투자 이행률이 매우 낮다. 덕분에 물동량 감소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기간 동안 인상한 운임이 유지되고 있다.

업계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협상력 순위가 높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가 항공사들이다. 3년만에 취항의 자유를 얻었지만 큰 취항지역 중에 하나인 중국을 가는 것은 자유롭지 않다. 항공기재가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급을 뛰어넘는 수요가 이어지기는 어렵다.

2022년에 해운업계를 괴롭혔던 피크아웃 우려를 2023년에 항공업계가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컨테이너 해상운송시장의 선주들이 운임협상력에서 가장 불리한 위치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호황기 운송기재 투자를 가장 활발하게 한 분야이다. 투자에 대한 인도 가 본격화되는 시기가 2023년부터이다 공급과잉 이슈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하반기 이후 걱정인 줄로만 알았던 경기침체 가 운송기업의 수요감소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업황은 공급과잉 걱정에 수요 감소가 더해져 수요와 공급 양쪽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찾아지지 않을 것이다 수요는 지금보다 더 감소할 수 있다 업황은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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