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운 조망..선주업과 운영선사 모델 분리해 검토 필요

 
정부가 발표한 해운산업 재건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선 해운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며 공생적 산업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KMI는 지적했다. KMI에 따르면 우리 해운기업이 불황기에도 견딜 수 있는 저비용구조 정착, 수익사업 다각화 등이 필요하며 선사와 화주는 장기전용선 계약을 통해 운임 변동성을 최소화해 상호간에 유리한 전략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해운산업의 위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해운업계의 오너와 임직원의 자기반성이 우선 필요하다.
또 화주 및 관련업계에서도 해운산업의 국민경제적 중요성과 파급효과를 고려해 장기적 상생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해운기업의 자구노력은 과학적이고 치밀한 경영전략이 결합되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단위당 수송원가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초대형선박 확보, 글로벌 마케팅 역량 확보를 위한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해야 하며 나아가 시장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운’에 포함된 다양한 세부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고 우리 해운산업의 미래상을 구체화해 각각의 모델에 맞는 효과적인 정책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5일, 정부는 기존의 해운관련 정부 정책지원 등을 포함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2018~2022년)을 발표했다.
계획의 기본 방향은 안정적 화물확보, 경쟁력 있는 선박 확충, 선사 경영안정을 통한 세계 5위 수준의 글로벌 경쟁력 회복이다.
세부 추진과제는 벌크 선박 140척, 컨테이너 선박 60척 발주 지원, 2022년까지 외항 화물선 50척 대체 건조 지원, 국적선사의 전략화물 적취율 개선 방안 마련, 선주·화주·조선사·정부 공동으로 상생펀드 설립, 국가필수해운제도 도입, 한국해운연합 자발적 항로 구조개선 지원 등이 있다.
이번 계획을 발표하기 이전에도 정부는 해운·조선산업 부흥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해운재건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2017년 5월 31일에 개최된 제22회 ‘바다의 날’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해운·조선 산업을 살리기 위해 국내 선사의 친환경 선박 발주 지원, 신규 선박 및 공공선박 발주, 노후선박 교체, 금융 지원 등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올해 3월 16일 부산항 미래비전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고효율 선박 발주를 위한 금융지원, 안정적인 화물 확보와 국적선사 안정을 위한 대책 추진 등을 천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19일, 국정운영 100대 과제를 발표했으며 이 가운데 “해운·조선 상생을 통한 해운강국 건설”은 해운재건 정책을 의미한다.
정부는 해운 선사에 대한 원스톱 지원체계 구축 및 해외 물류망을 확장하고 친환경 선박의 건조기술 개발과 대체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조선산업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정과제의 주요 내용은 한국해양진흥공사법 제정(’17) 및 공사 발족(’18.7) 이후 해운 선사에 대한 원스톱 지원 시행, 친환경선박 폐선 보조금 지급 및 확대, 국가필수해운제도 도입, 해양산업클러스터 2개 지정(’17) 및 완공(’19), 부산북항 상부시설, 광양항 묘도, 인천항 영종도 재개발 착공 등이다.
해운강국 건설이라는 국정과제는 2017년 2월 파산선고를 받은 한진해운의 몰락 이후 위기에 처한 해운산업의 재건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은 신규선박 건조 및 국적선사 적취율 확대가 핵심으로 오는 7월 설립되는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을 통해 정책자금 지원으로 수행한다.
정부는 국적선사의 선박공급과 대형화를 통해 국제해운시장에서 경쟁력을 제고할 방침이다.
국내 해운·조선 산업의 상생을 위한 금융지원 프로그램 및 기금 조성이 이어질 계획이다.
이러한 해운재건 정책은 해운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해외 운송시장 진출 확대를 통해 우리나라 수출입 화주에게 보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해운은 무역성장의 핵심 인프라이며 국부창출 산업이다.
세계 강대국은 무역을 통해 성장했으며, 해운은 무역을 완성시키는 핵심 인프라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세계 강대국의 한결같이 무역을 통해 성장했으며, 자원이 많아도 무역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내륙국가의 대부분이 저개발 상태에 머물고 있다. 카자흐스칸,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스탄, 몽골 등은 자원 부국임에도 개도국 상태에 있다.
중국은 많은 국경이 대륙과 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화물의 94%, 수출화물의 86%를 해운이 담당하고 있으며, 자국 산업 발전을 위해 해운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이 해운은 국가 발전의 핵심 인프라로 작용하고 있으며, 자국의 해운이 없는 나라는 무역 발전이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
한편 해운은 세계 1위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덴마크), 2위 MSC(스위스) 등의 사례로 볼 때, 자국 경제규모와 관계없이 국부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수출입 화물 9억 9천만톤 중 99.7%가 해운을 통해 수송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원유, 가스, 석탄 등) 및 원자재(철광석, 곡물 등) 등의 국가 필수 대량화물의 거의 100%를 해운을 통해 수송하고 있다. 따라서 해운산업이 없이는 일상적 국민생활과 경제발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 해운기업이 참여하는 해운산업은 조선, 금융, 항만, 물류 산업과 직접 연계돼 있고, 관련 산업생태계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대표적 항만도시인 부산시의 경우 2017년 기준 해운, 항만 산업 종사자 수가 약 6.3만 명에 달한다.
해운산업은 서비스 산업 중 대표적인 수출산업으로 우리나라 8대 수출 상품이다.
2017년의 경우 해운 서비스 수출액은 179억 달러에 달함. 한진해운 사태 이전인 2015년에는 해운서비스 수출액이 300억 달러로 6위의 수출산업이었고, 서비스 수출로는 1위의 산업이었다.

해운산업은 국제운송수지 흑자를 이끄는 효자산업이다. 한진해운이 파산하기 전까지 우리나라 외항해운업은 매년 운송수지 흑자를 이끌어 낸 효자산업 역할을 했다.
외항해운업은 2015년까지 매년 최소 40억 달러, 최대 100억 달러의 운송수지 적자를 가져왔으나, 한진해운이 파산한 2016년부터 운송수지는 적자로 반전됐다.
정부가 발표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은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해운산업 발전정책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1984년 해운산업합리화, 1997년말 IMF 체제하에서 재무구조 개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운산업 구조조정, 2016년 한진해운 법정관리 및 파산 등 4차례의 위기를 거치면서 사후적이고 소극적인 구조조정을 거쳤다.
이 같이 해운산업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아닌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을 주관해 해운산업 고유의 특성과 역할을 고려하지 않고 부채회수를 통한 기업정리 위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내 해운기업들은 선박, 터미널, 장비, 부동산 및 업무용 자산 등을 매각해 불황 이후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상실하게 돼 해운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상황이 되풀이됐다.
이번 해운산업 재건 5개년 계획은 지금까지의 사후적이고 금융 위주의 구조조정에서 벗어나 사전적이고 능동적으로 국내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영업기반을 확보하는 한편 해운기업 경영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진일보한 산업정책으로 판단된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은 후발주자인 국적선사가 글로벌 선사들을 추격할 수 있는 시발점이다.
현재 글로벌 컨테이너선 시장의 상위 7대 선사들은 최소 100만 TEU, 최대 420만 TEU의 대규모 선단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원양 컨테이너 선사가 보유한 선박량의 6~7배에 달하는 규모로 국내 민간선사만으로는 따라잡기에 매우 벅찬 수준이다.
금번 해운재건 대책은 우리나라 원양 컨테이너 선사들이 글로벌 리딩선사들을 따라잡을 수 있는 추격전략을 마련하는 발판을 마련이 될 것임. 선박, 선원, 물동량, 선박금융조건, 선가, 기업규모(자본금, 자산, 서비스), 수입 및 비용 등의 측면에서 국내 원양 컨테이너 선사와 글로벌 선사들의 국제경쟁력을 비교ㆍ평가하여 약점 보강하고 강점을 유지ㆍ확대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이번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은 국내 해운기업들이 글로벌 리더들에 대한 경쟁열위를 극복해 나가면서 글로벌 리더들에 못지 않는 글로벌 대형선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강력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즉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국내 선사들이 글로벌 거대선사들을 추격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1980년대 이후 4차례 해운산업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나왔던 대책은 주로 구조조정기금 투입(특히 선박매입프로그램), 선박투자회사제 도입, 톤세제, 국제선박등록제 등 간접적 지원에 치중돼 있었다.
최근에는 정부의 P-CBO(채권담보부증권) 및 영구채 발행 지원, 해양보증보험사를 통한 선박금융 보증, 해운사 선박 S&LB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등의 노력에도 한진해운 파산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선사와 주주의 도덕적 해이만으로 돌릴 수 없다.
반면 이러한 지원을 댓가로 국적선사들은 부채상환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선박, 터미널, 장비, 부동산 등 우량자산을 매각하게 되어 불황기 이후 해운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잃게 됐으며, 이는 고비용 용선, 유동성 악화 등을 초래해 다시 경영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이번 해운재건 계획은 국내 해운기업의 선박, 터미널, 부동산 등 우량자산을 보호하면서도 선박투자, 화물확보, 경영 안정화 등을 위해 직접적인 지원대책을 제시하고 있어 국내 해운기업의 규모 확대와 경쟁력 강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해운재건 계획은 지금까지 나왔던 간접적인 해운산업 지원대책과 달리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있어 가장 종합적인 해운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해운재건 정책은 외화 획득,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 및 해운산업 체질 개선 유인이 필요하다.
해운산업은 조선산업과 상관관계가 매우 높아 상생공조를 위한 협력 사업으로 긍정적인 산업 파급효과가 다양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산업의 선순환적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해운산업을 국가 경제발전을 위한 기간산업으로 인식하고 종합적인 산업정책 측면에서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향후 스마트 해운 등장, 환경 및 안전 기준 강화에 따른 국제 해운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보다 체계적인 계획과 전략이 요구된다.
정부차원에서 해운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적선사의 안정적 화물확보, 선박 확충, 경영안정을 위한 산업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선사·화주·조선사가 공동 이익을 위한 상생 모델 개발과 시법사업을 통해 협업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화물 적취율 제고, 안정적 해운 서비스 제공, 선박발주 확대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협력 기반 구축이 중요하다.
전략물자 등의 운송에 국적선사를 우선 지정하는 화물우선적취 및 유사시를 대비한 ‘국가필수 해운제도’ 등의 도입으로 중장기적으로 국적선사의 경쟁력 제고가 가능하다.
선박·화물·터미널 및 인적자원 등에 관한 계획과 종합적인 경영안정 지원 정책으로 실효적인 해운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해운정책은 해운기업 뿐만 아니라 수출입 화주를 위한 정책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박 공급 과잉을 부추긴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은 외국 경쟁선사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선박 공급과잉에서 채산성 없는 선대 확대와 불필요한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는 세계 컨테이너선 시장이 치킨 게임으로 진행 중인 상태에서 이미 초대형선을 확보해 가격경쟁을 유리하게 만든 외국 경쟁선사의 논리와 같은 맥락으로, 우리선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무엇이 시급한지를 살펴보아야 할 문제라 판단된다.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수출입 화주의 수송권을 확보하기 위해 해운산업이 필요한 산업이라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서라도 치킨 게임에서 국적선사를 생존시켜 기간 항로의 시장점유율을 지켜 나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방향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64%(2016, 통계청)에 이르는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로 해운산업은 무역 진흥을 위한 사회간접자본 성격이 내재돼 있다.
해운산업은 수출입 산업의 비용을 담당하기 때문에 비록 선박 공급과잉에 따른 선가 및 운임하락이 이어지더라도 수출입 산업의 경쟁력 상승에 기여하는 바를 고려해 항로와 선대를 유지해야 하는 사회 간접자본 성격을 가졌다.
국내 수출 규모가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5,000억 달러 이상 기록할 수 있는 것은 극동아시아의 저렴한 해상운임과 원활한 선박배선으로 물류 경쟁력이 뒷받침 되고 있는 것도 큰 이유이다.

따라서 향후에도 동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환적 선박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고 북미, 유럽항로에 한국 선사가 일정 점유율을 유지해야만 수출 기업이 저렴한 운임과 원활한 배선의 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무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운산업의 유지 발전이 필요하다.
해운산업 내 치킨게임은 살아남은 선사가 시장 점유율에 따라 수익을 독차지하는 제로섬 게임으로 현재의 적자를 이유로 투자를 멈출 경우 향후 해운·조선에서 오는 직·간접적인 경제이익 모두를 포기하는 것이다.
한·중·일이 세계 제조업에서 치열하게 원가 경쟁을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국내선사 없이 중·일 선사가 국내를 경유해 수출입 기업에게 경쟁력 있는 해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위험이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유럽계 선사 수준의 해운서비스를 담보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선박 과잉 상황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국내 해운·조선에 대한 투자는 수출 경쟁력과 국내 산업의 안전망을 위해서 반드시 지속돼야 할 필요가 있다.

해운산업 재건계획은 연속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우리 해운업계는 취약한 자본구조, 국내화주와의 협력관계 미흡, 소규모 선사의 난립과 불리한
비용 경쟁력 등의 문제를 안고 있으며, 그간의 처방은 국내 해운산업의 체질을 바꾸지 못하고 위기를 임시적으로 보완하는 수준에서 진행되면서 시황 침체기마다 위기를 겪어 왔다.
따라서 해운산업 재건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선 국내 해운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국내 산업구조와 해운기업의 중장기 전략을 연계해 마련해야 한다.
즉 해운 불황기에도 견딜 수 있도록 저비용 구조 정착, 해운기업의 선종 및 수익사업 다각화, 세계해운 여건변화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체제 구축 등이 필요하다. 금번 대책이 단지 작금의 불황기를 견디는 수준을 넘어 호황기를 준비하고, 그리고 다시 나타날 불황에도 견딜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
만일 이번에 수립한 장기계획이 단기간에 추진동력을 잃게 된다면 해운⋅조선 나아가서는 수출산업에 대한 경쟁우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경기의 부침에 따라 흔들리는 취약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공생적 산업생태계 구축을 통한 해운산업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번 계획에서 미래비전으로 제시한 '공생적 산업생태계 구축'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해운⋅조선⋅화주가 협력하는 측면에서 주요 경쟁국보다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일본은 특유의 폐쇄성과 기업 간의 연대로 인해 일본 화주의 화물을 일본선사가 수송하고, 일본선사의 신조선 수요를 일본조선소가 충족하는 공생구조를 가지고 있다. 중국도 국영기업 위주의 계획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위기타개를 위한 정부의 정책수단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해운⋅조선⋅화주의 협력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내 왔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기업문화 측면에서의 자발적 상생협력이 부족하고 정책적으로 선화주 및 해운-조선협력을 강제할 수 없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번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서 상생협력이 '제도'로서 다루어졌지만, 해운업과 조선업의 위기,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물류대란과 물류비용의 증가 등을 경험하면서 우리는 과거의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입장에서 상생협력을 바라보는 지혜를 가질 필요가 있다. 우선 협력은 선주와 화주의 관계에서 양자의 장기적인 계약관계가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해운은 경기산업으로서 극심한 운임변동성을 가졌다.
케이프 벌크선 운임률에서 보듯이 해상운임은 장기계약으로 갈수록 운임의 변동성이 줄어드는 특성이 있다.
해운기업의 입장에서 선박을 단기 운임시장의 변동성에 노출시키는 것 보다는 장기계약으로 운용하는 것이 수익의 변동성을 줄여 불황기에 도산의 위험을 줄일 수 있으며, 화주의 입장에서는 해상운송비용의 변동성을 줄여 조달원가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계약형태로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는 좋은 예가 전용선계약이다. 일본의 발전회사나 제철소들이 자발적으로 원료의 수송을 장기 전용선 형태로 유지하는 것은 이러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선사들도 호황기에 단기운임시장으로부터 향유할 수 있는 수익의 일부를 장기계약자에게 이전하고 반대로 불황기에는 화주가 장기계약으로 인해 야기되는 상대적인 추가비용을 부담함으로써 윈-윈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어느 일방의 희생이 아닌 참여자의 장기적인 이익 추구에 기반을 둔 협력이 이번에 위기타개의 일환으로 제시된 상생펀드 구조의 기초가 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해운기업의 자구노력과 과학적인 경영전략이 결합돼야 성과를 배가할 수 있다.
한국 해운산업 내 치열한 자기반성과 더불어 화주와 국민의 해운·조선에 대한 의식변화도 함께 필요하다.
컨테이너 해운은 선박확보, 노선 유지 및 항만 터미널 투자 등에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 하는 장치산업이나 경기에 따라 이익규모가 달라지는 시황 산업임. 따라서 자본 투입과 회수 시기의 불일치로 자본조달 및 유동성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국내 원양 컨테이너 선사가 모두 대기업 산하 자회사였던 점 등으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운산업 유동성 지원 대책 때마다 대마불사의 특혜 논란과 그에 따른 규모와 실기(失期) 반론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의 P-CBO 발행 지원, 영구채 발행 지원 등 유동성 지원 정책, 해양보증보험사를 통한 선박금융 보증, 해운사 선박 S&LB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 등의 노력에도 한진해운 파산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선사와 주주의 도덕적 해이만의 탓은 아니었다.
국내 선사가 치열하게 경쟁하며 만들어낸 항로와 스케줄로 화주와 국민경제가 9년 연속 무역수지 흑자(5,066억 달러 누적 흑자)라는 기록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다면 현재의 국내 해운산업 위기를 위해 그 일부를 할애하는 것은 지속적인 한국 경제 성장을 위한 반드시 필요한 재투자라는 의식변화가 요구된다.
해운기업의 자구노력은 위기의 타개와 장기적인 경쟁력의 확보를 위한 필수 요소이다.
위기의 타개와 장기적인 경쟁력의 확보라는 관점에서 강조되어야 할 다른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위기에 처한 해운기업의 자구노력임.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무한경쟁을 펼치고 있는 컨테이너사업에 있어 경쟁선사의 선대에 필적할 수 있는 초대형선을 확보하는 것은 회사의 존립과 직결된 문제로서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다..
경쟁선사들이 초대형선으로 단위당 수송원가를 줄여 서비스를 제공할 때 작은 선형으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대형선의 투입은 공급과잉 상태에서 선복의 공급을 추가하는 것이므로 집화경쟁의 심화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초대형선의 선복을 채우는 일은 국내 화주의 화물 비중을 늘이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해운기업은 어떠한 방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집화능력을 향상시켜 수익과 직결되는 소석률을 높일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마케팅 역량의 확보가 필수적이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선진적인 경영기법의 적용이 필수적이다.
기업들이 치열하게 추구해야 할 또 하나의 요소는 비용절감이다. 최근 대만 컨테이너 선사가 실적을 발표하면서 ‘흑자전환에 비용의 절감이 크게 작용했다’라는 분석을 덧붙인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신조하게 되는 선박들은 친환경, 고효율선박으로서 비용경쟁력 측면에서 후발 주자로서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료비용이나 환경비용의 절감이 비용경쟁력을 담보하는 것은 아님. 특히 컨테이너선사의 경우 복합운송의 과정에서 기기비용이나 운영비용 등 다양한 비용요소가 개입되며 마케팅 비용 등 경영역량에 좌우되는 비용도 원가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비용 누수가 있을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비용을 통제함으로써 조기에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시장위험 즉, 운임시장의 변동이 초래하는 변동성에 대한 관리를 체계화하고 과학화할 필요가 있음. 이를 위해서는 위험관리 시스템을 정립하고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첨단의 데이터분석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업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지금은 사업의 확장을 도모할 시기가 아니고 손실을 최소화 하면서 견뎌야 하는 시기임을 인식하고 선택과 집중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초대형선의 확보를 사업의 확장과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가능한 한 다운사이징(기업의 감량경영을 통칭하는 일반 개념)해 시황의 역류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한 후 조류가 바뀌었을 때 적극적으로 사업확장을 추진하는 현명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진입, 확장, 축소, 철수라는 전략적 선택 대안을 염두에 두고 역량의 분산과 적자의 누적을 초래하는 사업을 과감히 축소 또는 철수하는 전략적 구조조정을 실행해야 한다.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한국해운을 조망하고 선주업과 운영선사 모델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직도 해운시장은 불황의 늪에 빠져있고 한국해운은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발표되고 다양한 처방이 제시됐지만, 개별 해운기업의 입장에서는 완벽한 해결책이 있을 수 없으므로 각각의 방안에 대한 지속적인 점검과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해운'이라는 이름으로 통칭되는 사업의 다양한 세부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고 우리 해운산업의 미래상을 구체화 하는 일이 시급하다. 해운업 모델이 컨테이너와 전용선사와 같은 수송선사, 선주사, 운영선사로 대별될 수 있으므로 우리가 추구하는 해운이 어떠한 모델로 구성되는지 분명히 하고 각각의 모델에 맞는 효과적인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선주업(대선회사) 모델과 운영선사 모델을 분리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두개의 사업모델이 각각 다른 핵심역량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만일 7월에 출범할 해양진흥공사가 금융기관이면서 대선의 주체로서 역할을 함으로써 기능적인 한계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이를 보완할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번 재건계획은 정책방향을 구체화한 정부 노력의 결과이지만 그 자체로서 많은 '과제'를 낳았다.
선⋅화주에 대한 인센티브, 상생펀드, 한국형 화물우선적취, 국가필수 해운제도 등 어느 하나도 추가적인 노력없이 얻어지는 것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 정부와 업계의 관련 당사자들이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자세로 지혜를 결집해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가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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