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서 비행기로 넘어오던 물량 사라져(!?)...견조한 운임, 관건은 중국

사진 출처:대한항공 홈페이지
사진 출처:대한항공 홈페이지

2023년 항공화물 물량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운임은 다른 이야기라는 지적이다. 한화투자증권 박수영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항공화물의 경우 경기 침체가 극명한 물량 감소로 드러나고 있다. 내년까지도 이 같은 물량 감소는 어쩔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처분소득 규모 자체가 줄어들고 있으며, 팬데믹 동안 소비 자체가 서비스보다는 재화에 치중됐던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라는 것. 그런데 운임의 경우 물량보다 훨씬 완만한 하락 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동안 항공 화물의 고운임은 수요 과잉보다는 공급 부족에서 초래됐던 점을 생각하면 이 또한 당연한 이야기다. 중국의 본격적인 리오프닝 시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내내 항공 화물 시황 호조가 지속됐다. 시장에서는 항만 적체로 물량이 항공으 로 넘어오면서 시황이 좋았으며, SCFI(상하이발컨운임지수)가 가파른 하락 곡선을 그리는 것처럼 항공 화물 운임도 유사한 그림을 그릴 것이라 전망하기도 한다. 항만 적체에서 비롯된 물류 공급 망 이슈로 물량이 바다에서 하늘로 넘어온 사실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항공 화물 시 황 호조의 가장 큰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 이는 바로 “여객기 운항 횟수 감소”에 따른 공급 부족이었다. 이를 고려하면 SCFI가 가파르게 빠지는 지금까지도 항공 화물 운임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할게 없다.

바닷길에서 뿐만 아니라 하늘길에서도 물량은 가파른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 배에서 비행기로 넘어오던 물량이 사라졌고, 원래 비행기로만 나르던 품목들의 물량 도 감소하는 것들이 눈에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운임은 견고하다. 항공 화물 시장 내 공급이 여전히 다소 타이트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중국 항공기들의 운항이 정상화 되지 못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중국의 본격적인 리오프닝에 대한 정확한 시점은 불확실하지만 그 속도는 점진적일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항공 화물 운임의 급격한 하 락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월 이후 국내 출도착 화물 수송량은 9월까지 6개월 내리 전월대비 감소세를 그렸다. 시장 전체 물량은 4월부터 2018년 수준을 하회하기 시작했고, 6월부터는 2018년보다도 업황이 좋지 않았던 2019년 수준도 하회 중이다. 그나마 대한항공의 월별 수송량은 그 하 락 기울기가 상대적으로 완만했으나 7월부터 2018년 수준을 하회, 9월 수송량은 2019년 수 준을 터치했다. 경기 침체가 여객보다도 화물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나는 중이다.

각국의 긴축 정책과 함께 가계 실질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팬데믹 동안 미뤄뒀던 서비스 소비가 올라오면서 재화에 소비할 수 있는 상대적 규모는 더 가 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국내 수출입 물량 중 항공 화물로 나가고 들어오는 주요 품목들 만 보더라도 중량, 금액 모두 그 증가율이 하락 반전하거나 절대적 규모 자체가 역성장 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기가 다소 회복되더라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늘어날 수 있는 가처분소득은 대체로 미 뤄뒀던 서비스 소비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항공 화물 수송 주 품목인 Tech 관련 제품 들도 그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 일부 계절적인 요인들을 제외하면 큰 흐름에서 의 물량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극명하게 나타나는 물량 감소세와 달리 운임은 견조한 수준이 아직까지도 유지되고 있 다. 중국의 동태적 제로코로나 정책이 지속되면서 아시아-북미 노선 내 국제선 여객 공 급이 다소 더딘데서 기인한다. 덕분에 대한항공의 3분기 운임은 지난 분기 대비 소폭 하락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9월 국내 출도착 항공 화물 수송량의 21%가 Belly Cargo(여객기에 승객용 짐을 싣고 남은 여유공간에 화물을 적재하는 것)를 통한 수송이었다. Belly는 팬데믹 이전 기준 국내 출도착 항공 화물의 약 45% 수송을 담당했던 바 있다. 글로벌 Belly 공급도 점차 올라오는 중인데, 중국 지역의 여객 수송량 회복 속도를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 지난 중국 국경절 연휴 여행객수는 25,554만명으로 2019년의 42% 수준 이라 아직까지는 중국 항공사들의 여객 공급 회복 속도가 더디다. 중국의 본격적인 리 오프닝에 대한 정확한 시점은 불확실하지만 그 속도는 점진적일 것으로 보이고, 따라서 항공 화물 운임의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항공 산업에 적용되는(될) 탄소 배출 규제에 관한 논의를 구체적으로 진행하는 정부 주체는 EU 한 곳이며, ICAO에서 민간 차원의 논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EU와 ICAO가 제시하는 방향성이나 시행 기간 등이 전부 달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있다. 팬데믹으로 항공 업황이 여전히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어 정부간, 기관간 긴밀한 논의가 어렵기 때문이다. 완연한 업황 회복 이후 규제 등 단일화가 선결돼야 한다. 따라서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탄소 배출 규제와 관련해 기업별 실적이나 주가에 미칠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 판단한다.

EU ETS(EU Emission Trading System)와 관련, EU의 목표는 2030년까지 항공 산업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55% 수준까지 감축하는 것이다. 감축 방안은 배출량만큼의 배출 권 구매(‘27년~)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는 배출권의 무상할당이 시행되고 있으나 2027년부터는 유상할당제로 전환될 예정이다. 다만 배출권 구매 대상 항공편은 EU 역내 운항에만 한정된다. 즉, 출/도착 모두 EU 역내일 경우에만 해당되며, 국내 항공사의 경우 일부 화물기 운항편만 규제 범위 안에 들어간다. 국내 항공사의 여객기 운항으로 인한 배출권 구매는 필요하지 않다. EU 역내 운항 화물기 배출량에 한해서만 구매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유의미하지 않은 수준일 것이다.

ICAO CORSIA(Carbon Offsetting and Reduction Scheme for International Aviation)와 관련, ICAO에서 지정한 배출량(baseline)을 상회하는 수준만큼의 배출권 구매가 필요하다. 다만 아직 적정 baseline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대한 논의는 당초 <’19~’20년 평균>으로 수렴하는 듯했으나, 2020년 이후 비정상적인 업황 전개로, 논의도 함께 중단됐다. ICAO 회원이면 운항 국제선 노선 전부가 배출량 계산 대상이다. 국내 항공사의 경우 대부분 ICAO 회원으로 소속돼 있다.

EU ETS와 ICAO CORSIA, 그리고 그 외 IATA의 2050 net zero 달성 등 저마다의 기관에서 제시하는 목표치 및 달성 방안 등 일체가 전부 다르다. 하나의 통일된 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비정상적인 업황이 지속중인만큼 항공업 탄소 배출 저감에 대한 논의도 더디게 진행 중이다.

한편, EU는 SAF(Sustainable Aviation Fuel) 사용에 대한 가이던스도 제시하고 있다. 2025년까지 전체 유류 소모량의 2%, 2030년까지 5%, 2040년까지 32%, 2050년까지 63% 사용 강제라는 기준을 제시한다. 프랑스의 경우 이미 SAF 일부 사용을 강제하고 있는데, 자국 출/도착 모든 항공편은 2022년 1/1일부터 소모량의 1%는 반드시 SAF(친환경 항공유)여야한다. 현재 SAF 가격은 Jet유 대비 2~3배 높은 수준이나, 공급 확장시 Jet유 가격 범위 내로 들어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결국 정부별, 기관별 규제의 단일화가 선결 조건이며, 단일화시 항공사의 비용 증가 (SAF 및 배출권 구매)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현행 중인 유류할증료 부과와 같은 “탄소배출할증료” 등으로 대응 가능하다. 유류할증료 부과 제도 시행 초기 와 마찬가지의 소비자 반발이 예상되나, 유류할증료 부과가 장기적인 흐름에서 여객 수요 둔화를 가져오지는 않았던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박 애널리스트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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